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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평점 :
만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면 지금 아내에게 그 얘길 하든 말든 마니에게 달라지는 점은 없겠지.
만일 아내가 행복한 기분을 몇 시간 더 느낀다면 분명 그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_ <딜레마>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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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는 열일곱 살에 아이가 생겨 애덤과 결혼했고, 그 일로 인해 부모님과는 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성대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꿈꿨지만 학생 신분으로 임신한 딸을 부모님은 더이상 보려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두 아이를 낳아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마흔 살 생일에는 성대하고 화려한 파티를 열겠노라고 다짐했고, 그렇게 그녀의 마흔 살 생일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날 리비아와 애덤 부부에게 좋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홍콩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 마니와 관련해 애덤과 리비아는 상대방에게 하지 못한(어쩌면 할 수 없었던, 하는 데에 많은 결심이 필요한) 말들을 가슴에 담고 파티에 임한다.
하지만 언제 그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고민에 빠지고, 그렇게 시간은 파티의 마지막을 향해간다.
그들은 이 일들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비밀을 밝히는 것을 조금 지연시켜도 되는 걸까?
그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제 예전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보며 웃거나 기뻐할 수만은 없을 텐데...
그러니 조금만 더, 지금의 행복을 연장시켜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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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리비아의 파티를 앞두고 애덤과 리비아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들은 상대방이 이 사실들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행복한 삶이 송두리째 날아갈 것에 대해 걱정하며, 비밀을 언제 밝혀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조마조마하고 답답했다.
솔직하게 서로에게 자신들이 아는 마니의 일을 털어 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니, 자식에 대한 일이니 빨리 서로에게 밝히고 앞으로의 대처를 준비해야 했던 것 아닌가...
하지만 정작 이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쓰느라 결국에는 가장 소중한 걸 잃고 말았다.
솔직하게 이번 소설은 생각보다는 지루했다.
리비아의 생일 당일부터 다음날까지 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이 이야기되는데, 각자가 숨긴 마니의 일에 대해 각자 이야기하고 회상하느라 생각만큼의 긴박감이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 속으로 외칠 뿐이었다.
"빨리 말해!!! 빨리 상대방에게 말하라고!!!"
하지만 심리 스릴러의 여왕 'B. A. 패리스'의 소설답게 가독성은 정말 좋았다.
책을 잡은 순간 잠도 못자고 다 읽어 버렸으니까.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심장 쫄깃한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애덤과 리비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약간 인물에 빠져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딜레마>의 경우도 그랬다.
우리야 각자의 비밀을 아니까 답답함을 느끼는 거지만, 애덤의 입장에서도, 리비아의 입장에서도 어쩌면 그들은 너무 큰 비밀이라 계속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이 아닐까.
차라리 처음에 말했더라면 나았을 텐데, 나름의 생각과 걱정과 배려로 최적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고 만 게 아닐까.
둘 중 어느 누구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리비아가 빨리 진실을 알려 줬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다면 뒤에 발생할 가장 불행한 일은 어쩌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그래도, 다음번에는 더 쫀쫀하고 긴장감 넘치는 작가의 소설을 기대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