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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가 필요한 시간 - 2000년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가
천웨이런 지음, 윤무학 옮김 / 378 / 2018년 1월
평점 :
묵자를 처음 접한 건 어느 소설에서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는데 나라를 전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신봉한 사상이 바로 묵자의 사상이었다. 처음 듣는 낯선 사상가의 이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후 묵자라는 인물이 시대를 앞선 얼마나 뛰어난 선각자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묵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천웨이런의 <묵자가 필요한 시간>을 통해서였다. 저자 천웨이런은 이 책에서 신화, 전설, 속담,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묵가의 과학, 군사학, 논리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3부로 나누어 묵자를 설명한다. 1부에서는 ‘묵자에 관한 여러 논쟁과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묵자의 개인적인 사항들과 묵자와 그의 사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부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한 묵자의 발자취’에서는 묵자 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중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사상인 유가와 비교, 분석한 내용을 들려준다. 마지막 3부 ‘묵자가 이룬 성취와 과업의 의미’에서는 논리학자이자 과학자로서 묵자를 새롭게 살펴보고 묵가가 이룬 성취 및 업적에 대해 다룬다.
묵자의 핵심 사상은 「겸애」(兼愛, 평등한 사랑), 「비공」(非攻, 침략 전쟁 비판), 「상현」(尙賢, 현명한 자를 높임), 「상동」(尙同, 위로의 통일), 「절용」(節用, 쓰임의 절약), 「절장」(節葬, 장례의 절약), 「비악」(非樂, 음악 비판), 「천지」(天志, 하느님의 뜻), 「명귀」(明鬼, 귀신의 증명), 「비명」(非命, 운명론 비판)이다.
이 모든 사상은 겸애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묵자는 ‘겸상애, 교상리’라는 말로 자신의 사상을 정리했다고 하는데, 량치차오는 <묵자학안>에서 이를 이론과 실천이라고 설명하면서, 겸상애는 톨스토이의 이타주의, 교상리는 크로포트킨의 호조주의에 빗대어 말한다.
기독교인으로서 겸애, 즉 사랑을 말한 묵자의 사상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남을 먼저 공경하고 사랑하라는 묵자의 말은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다르지 않다(물론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다르지만).
문제는 이런 사랑을 삶 속에서 실제로 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모습. 그것이 이 시대가 점점 더 혼탁해지고, 각박해지고, 힘들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이런 시대의 이론만이 아닌 실천으로 자신의 사상을 보여준 묵자를 다시 한 번 찾아야 할 시간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