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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글이 눈에 안 들어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이다. 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없게 썼다면 당연히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분명 그런 것은 아니다. 글을 끌어나가는 작가의 방식이나 플롯 등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이렇게 힘들게 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건 내가 딸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로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가족에게, 그것도 가장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할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그것도 딸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동 학대에 관한 소설을 이번에 처음 읽은 건 아니다. 이전에도 몇 권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었다. 그때도 이번처럼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분명 분노에 차서 씩씩거렸겠지만 이번처럼 그렇게 답답하고 아프고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그건 바로 작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잔인한 상황과 그 상황을 견뎌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하기에 머릿속에서 끝없이 상상이 된다. 14살 터틀이 얼마나 아프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가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녀의 아픔이 어느 순간 내 살을 헤집는 아픔이었기에. 어서 빨리 그녀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이 소설은 그렇게 힘들고 아픈 소설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끝없이 응원하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