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인문학 - 인문학은 어떻게 자본의 포로가 되었는가?
박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론에서도, 출판업계에서도 인문학이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갈고 닦아야 할 분야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주장은 하도 많이 들어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을까?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니, 인문학이 분명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인문학이 나름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 인문학이 아니다. 기업이 혹은 정부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기업인문학만이 우리 사회에서 판을 치고 있을 뿐이다.

 

기업인문학이라니? 낯선 용어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기업인문학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기업인문학이 탄생한 배경, 기업인문학의 경제, 정치, 과학에 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익히 알고 있었던 인문학 강사들의 실태는 차치하더라도 평생교육에 담긴 의미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기업이나 정부가 자기 이익을 위해 내세운 허울일 뿐이라는 것도, 클레멘트 인문학이 주었던 참신함과 따뜻함도 결국은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사실도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기업인문학이 대중의 의식 조작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기업 인문학은 의식 조작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얼마 전에 읽은 <제로>라는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의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의식을 조작하는 기업. 이런 이야기가 결국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이다.

 

부의 불평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을 이루는 정통 인문학이다.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화두를 던지는 그런 인문학 말이다. 기업인문학으로 무뎌진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철저히 깨뜨려줄 그런 인문학, 이제는 그런 인문학의 열풍이 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6-0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