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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과 야생 코끼리 흐넝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끼리 구조 이야기, 제22회 환경책큰잔치 올해의 환경책 선정 ㅣ 짱과 야생 동물
짜응 응우엔 지음, 찌뜨 주응 그림, 김여진 옮김 / 북드림아이 / 2023년 4월
평점 :
이십여년 전 태국으로 여행갔을 때
호기심을 가지고 우연히 들른 동물원에서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만났다.
악어 입에 머리를 넣고 박수를 유도하며
무사히 빠져나온 조련사는
관람객들에게 모자를 내밀며
관람비를 요구하기도 하였는데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저 조련사가 어떻게 되면 어쩌나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라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코끼리.
칸차나부리로 가면 코끼리 타기 체험도 할 수 있다던데
동물원에서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지.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이 참 어리석고 한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대를 가지고 바라본 코끼리들의 모습은
마치 눈을 뜨고 있지만 또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듯
그 속에서 어떤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발에 꽉 채워진 쇠사슬과
온갖 상처들로 뒤덮인 커다란 몸
그리고 조련사들의 지시에 맞추어 움직이는
힘겨운 몸짓.
코끼리의 눈을 바라보는데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마음속 어딘가 연결된 듯
더이상 그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그냥 얼른 돌아가자고 하며
성급히 동물원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만난 <짱과 야생 코끼리 흐넝>책.
먼저 생각보다 두꺼운 책의 두께를 보고 놀랐고
그 속에 담긴 흐넝의 모습을 보고
이십여년 전 만났던 그때 그날,
그곳에서의 이름모를 코끼리가 떠올라서
책장을 쉽사리 넘기기가 힘들었다.
읽다가 중간에 덮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중간에 눈물이 나서 꾸욱 참기도 하고,
사람들의 잔인성에 치를 떨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동물이 모두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짱과 디온, 왓과 같은 동물 구조대원들을 보면서
다시금 희망을 가져보기도 하고,
베트남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 자유롭게 살아가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들어보기도 하였다.
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어떤 동물도 마음대로 학대할 권리가 없다.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수많은 또다른 흐넝들에게
관심과 구조의 손길이 뻗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