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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피부나이, 신체나이, 생물학적나이, 정신연령 등 우리의 나이를 가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아마 가장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생물학적인 나이일 것이다. 사회적인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출생년도를 기점으로 한 해에 한 살씩 의무적으로 더해 자신의 나이를 측정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같은 생물학적인 나이를 가진 사람이라도 건강한 정도, 사고의 깊이 등이 모두 다를 진데 우리는 어째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나이(생물학적 나이)의 틀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일까? 흔히들 아홉수라고 한다. 19살과 20살이 다르고, 29살과 30살이 다르고, 39살은 또 40살과 다르고...정말로 우리가 아홉수를 지나는 그 1년 동안 다른 1년들과 비교해 봤을 때, 사고하는 것에 있어서 이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도약이라도 하거나, 육체적으로 급격한 노화라도 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나이에 있어서 십의 자리 숫자가 변할 때 급격한 심경변화를 함께 경험한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이제 예전 같지 않아’, ‘내가 30대라니, 이팔청춘도 이제 끝났군.’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나이를 받아들이고, 그 나이에 맞게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어쩌면 발견조차 하지 못하고 지낼 수도 있다) 그리고 신체나이 역시 그에 걸맞게 노화되어 간다. 성장을 멈추는 (평균적인)나이인 24세 이후로 우리의 세포는 늙는다. 어쩌면 작년과 다르게 몸이 피곤하고, 하루가 다르게 밤샘이 힘들어 진다는 것은 우리의 뇌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사실을 인지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과거에는 노인대우를 받았던 쇠약한 40,50대가 오늘날에는 제2의 전성기라는 소리를 듣는 중년이 될 방도가 없다. 물론 의학이 발달됐고 덕분에 우리의 평균 수명은 길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거에는 60세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삶의 마지노선이 80세 이후로 연장됐다는 것을 우리의 뇌가 인지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이제 50대는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가 아니다.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시작해야 하는 때이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란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모털족(Amortals)‘이라고 한다. <타임>지는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렇다. 이제 나이에 맞는행동이란 것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모털리티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최초로 분석했다. 이 책을 통해서 어모털리티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앞으로 이 현상이 광범위해짐에 따라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도입부에는 내가 어모털족인지 아닌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10개의 문항이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불멸의 영혼이라는 판명이 났다. ’어모털리티에 대한 상당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모습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다.’라고...안타깝게도(?) 나는 어모털족이 아니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과거의 유물이 바로 나였다니! 조금 씁쓸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사회화가 잘 진행된 케이스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한국 정서를 강하게 가진 사람은 어모털족이 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공동체 속에 잘 파고들어 모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것. 어모털족의 특성 중 하나다.

   어모털리티400페이지에 달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으로 우리를 압박한다. 게다가 내용도 생소하다.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라고 <타임>지가 선정한 것만 보아도 내용이 참신하다는 것, 즉 생소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무려 2주에 걸쳐 다 읽었는데, 문제는 항상 뒷부분을 읽다보면 앞부분이 생각 안 난다는 것이다. 어모털족이라는 새로운 성향의 사람들을 최초로 분석해서 설명한 일종의 보고서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제를 500~1.000자로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저 읽다보니, ‘, 어모털족은 이런 사람들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아서, 공포스러운(?) 두께에 비해 2~3쪽의 소주제들을 따라 조금씩 읽다보면 생각보다 금방 끝이 보인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나이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발견되면서 , 이렇게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지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매력적인 성향들(이를테면, 은퇴를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고, 안락한 노후를 준비하기 보다는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나이에 나를 가두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들보다 대학을 2년 늦게 들어가서 항상 나이가 많은 왕언니 대우를 받아왔다. 대학교 1학년 때도 2학년 선배보다 나이가 많은 나는 상큼한 새내기 시절의 추억을 만들 수 없었다. 20살들 사이에서 나는 22살이었다. 마음껏 무엇을 할 수 없었다. 2년이라는 세월이 어깨위에 짐처럼 얹혀서 나를 옥죄었다. 그러면서 점점 나이에 맞는행동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취업하고 사회인으로 당당히 서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직도 학교에 갇혀있는 나와 비교하게 되고 조급해 하면서 일찍 철이 들었다. 집에서 첫째인 나는 학교에서도 동생이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모털족이 아닌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젠 조금씩 달라지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나이편견’,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라는 것은 그저 사회적으로 부여받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잊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독일의 록 스타 겸 배우인 그뢰네마이어는 내 생각에는 젊음을 유지하는 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부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피부는 좀 더 늘어지고 근육이 사라져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즐거움이 있고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면 훌륭한 삶을 누리면서 더욱 커가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술가는 은퇴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버지는 87세까지 살 거라고 말씀하시곤 정말로 87세까지 사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96세까지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89세가 되었을 때 마지막 콘서트를 열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요. 그게 내가 할 마지막 콘서트입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어모털족은 비어모털족보다 더 오래 일한다. 이것은 확실히 의지 문제이다. 누군가는 80살에 집에서 노후를 즐기는데, 같은 나이라도 누군가는 9년 뒤에 마지막 콘서트를 열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한다. 나이는 아래로 비교하면 많고, 위로 비교하면 적다. 상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나이인데, 늦었다고 포기할 일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나이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면서 소극적으로 변한다. 내가 그랬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 자격지심을 털어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이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내 자신을 조금 자유롭게 해줘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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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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