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허우원용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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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포스트 글들. 한편 한편을 읽어나가면서 글들이 참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라는 제목에도 마음이 끌렸다. 늘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스스로가 제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여기는 데다, 진짜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다.

 

의사였지만 현재는 집필 일에만 몰두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베스트셀러 작가 호우원용.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좋은지, 기분이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등 강연이나 어느 방식을 통해서든 받은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들려주고 있다. 역시 어딜가나 사람들이 고민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들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좋았던 건 이론적인 설명들만 줄줄이 늘어놓는 게 아니라는 거다. 독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담등을 곁들여, 그 속에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 해 주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뭔가 읽어내려 갈수록 마음이 차분해 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늘 행동하기에 앞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고심하는 편이라, 결정에도 행동에 옮기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그리고 작은일이든 큰 일이든 시도해 보지도 않고 그냥 단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실제의 고통이 아닌, 상상속의 고통이다' 이 부분에 특히 많은 공감을 했다. 혼자서 이 일을 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어려운 과정이나 결과들을 상상하다, 결국은 행동에 옮기지도 못하게 되고 마는거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결과들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나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내 스스로의 발전을 저지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무의미함으로 흩어져버리지 않게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문학작품을 읽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고 다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이해가 될 때마다 엄청난 힘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인생이 얼마나 크게 달리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학작품을 접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제대로 찾은 것 같았다.

결국 이 책 한권을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는 '내 자신의 내면에 귀를 귀울여야 하고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보편적이지만 절대적인 진리다. 근데 사실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알면서도 잘 실천이 안되고 외형적인 가치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자리를 내주고 말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철해 나가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래야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내 인생을 조금 더 제대로 마주하고 살아갈 수 있을테다. 그렇게 인생에서의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 나가는 게 살아간다는 과정이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의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프롤로그에 자신이 쓴 다른 책 이야기가 나오는데, 분명히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는게 번뜩 생각났다. 시에정제 라는 주인공과 대만의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는 <위험한 마음>. 책장에서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사실 읽은 지 오래되어서 내용도 가물가물한데, 이상하게 내 기억 한 구속에 그 이름과 소재만은 분명히 각인되어 있었던 거다. 뭔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대만 작가의 책을 잘 만날 수 없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같은 작가가 쓴 책을 또 읽게 되었다는게, 그리고 이전의 책을 떠올리 수 있었다는 게. 작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위험한 마음>을 써내려갔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자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으로 또 다른 책의 의미 하나를 더 찾게 되었으니 이번에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이제 잃어버지 않도록 작가의 이름 '호우원용'을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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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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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두왕리에 가게 된 삼수생 강무순.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혼자 지낼 할머니 홍간난 여사가 너무 걱정됐던 가족들은 무순이 잠든 틈을 타 그녀만 남기고 떠나버린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두왕리에서 무료한 생활을 하게 된 무순은 어릴 때 자신이 그린 것 같은 보물지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보물지도 속 장소에서 15년전에 묻은 듯한 보물상자가 나오고 여러 물건들과 함께 나온 목각인형 하나가 나온다. 일명 '소년과 저전거'로 명명할 수 있는 그 인형이 오래 전 같은날 마을에서 사라진 4명의 소녀 중 한명인 유선희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유선희가 사라진 후 종갓집에 양자로 들어온 꽃돌이와 함께 목각인형의 주인공 소년이 누구인지 정체를 밝혀내려 한다.

 

그렇게 목각인형의 주인공을 추리해 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사라진 유선희에 대해서 , 또 다른 소녀들의 이야기들까지 하나하나 더듬어 가게 된다.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하나하나 밝혀지는 그날의 진실들, 그리고 그 속엔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저마다의 사연들이 있었다. 사건과 사연들을 따라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에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반전에 '헉'하기도 했고, 뭔가 진짜 현실에 있을만한 이야기이지도 않을까 싶기도 했다. 죽음을 맞았을 지도 모를 사라진 소녀들 같은 드러나 있는 아주 직접적이고 험한 사실과 현실보다도, 가끔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짊어지기엔 더 무섭고 무겁고 버거운 법이다. 몰랐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는 면에서 더더욱.

더불어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또 궁금증을 마구 유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재목엔 시체가, 사라진 소녀들이 등장하는데도 음산하다거나 무서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 무겁지 않은, 일상 생활들이 곁들어 있는 코지 미스터리라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 중심엔 이 트리오가 있기 때문일 거다. 어느 시골이 그렇하듯 마을 곳곳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은근슬쩍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확실한 역할을 하는 홍간난 여사, 왕성한 호기심으로 앞으로 나서 이것저것 묻고 다니며 행동하는 행동파 무순, 시크하고 건방지고 툴툴대긴 해도 무순이 가는 곳을 따라다니며 사건에 신경쓰는 꽃돌이까지. 말투가 거친 할머니, 갑자기 이 마을에 남겨진 삼수생, 종갓집에 양자로 들어온 중학생까지 어울리지 않은 듯 하면서도 퍽이나 잘 어울리는 이 유쾌한 3명의 조합이 좋았다.

 

늘 읽는 일본 미스터리물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한국 미스터리물들, 오랜만에 또 한국 코지 미스터리 작품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다. 이 소설이 드라마<연애시대>와 <청춘시대>를 쓴 드라마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니, 역시나 이것도 드라마화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었다. 왠지 두왕리 풍경들이 주인공과 이야기들이 눈앞에 그려진달까. 언젠가 영상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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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 손글씨는 예뻐요 - 쉽게 배우는 감성 수채 캘리그라피 나를 위한 시간
민미레터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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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님의 수채화 그림 책 <작고 예쁜 그림한장>을 보고 열심히 수채화 그림을 따라 그렸을 때, 수채 손글씨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손글씨 책을 만나게 되다니 너무 반가웠다. 처음에 알록달록하고 저마다 다른 글자들이 어찌나 예쁜지 책 속의 글씨들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특히나 수채 손글씨를 쓸 때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쓴 적이 많았은데,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절로 신나서 글씨를 썼었다. 수채 손글씨와 함께한 시간들은 나에겐 참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역시 친절하게 쓰이는 도구부터 붓 잡는 법, 물 농도와, 천천히 쓰고 글자와 글자사이의 숨쉴 공간을 남기라는등의 캘리그라피의 팁도 잊지 않는다. 이어 본격적으로 따라 써 볼 수 있는 캘리그라피들을 보여주고 어떤 마음을 담고 싶은지. 어떤 색과 글자체들이 좋은지등의 설명과 받침을 길께 빼 보라는 식의 작은 포인트들로 알려준다. 그리고 손글씨와 함께 쓰인 작은 그림들을 따라 그려볼 수 있는 수채 그림들도 알려주니, 그림을 그리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그림이 곁들여진 손글씨가 눈에 확 띄기도 하고 글씨를 더 살려주는 멋이 있었다.

 

 

책에서는 웃음체, 우울체, 소소체, 바보체, 나비체, 속도체의 6가지 정도의 글씨체를 알려주는데 나는 특히나 나비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여리여리한 글씨가 보자마자 좋았고, 나비체로 쓰여진 문구들을 많이 따라 써보았다. 민미님 말씀대로 곡선이 많아서 뭔가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난 나비체를 더 많이 연습해 볼 생각이다. 뿐만 다른 글씨체들도 저마다의 매력이 있어서 모두 다 잘 쓸 수 있게 되면 손글씨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해 져서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글씨들이 더 익숙해 지면 붓 뿐만 아니라 캘리그라피 펜이나 다른 도구들로도 글을 써 볼 생각이다. 아마 그때는 또 다른 느낌들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확실히 수채 손글씨를 따라 쓰다보니 더 잘 쓰고, 더 예쁘게 쓰고 싶어졌다. 아직은 책에 나와 있는 문구들을 따라 쓰기 바쁘고 기술도 많이 부족하고 쓰다 보면 마음이 급해져서 들쑥 날쑥해 지기 일쑤다. 얼른 익숙해 지고 싶고 잘 쓰고 싶지만 역시나 수 많은 연습들을 거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들, 노래 가사들, 좋아하는 책 속의 구절들 등 마음을 듬뿍 담아 제대로 쓰고 싶다. 이번에는 글에만 집중해서 써 보았는데, 그림도 더 연습해서 수채와 그림과 수채 손글씨가 어우러진 멋진 수채 캘리그라피를 선보이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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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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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스치듯 본 그림 한점. 그때는 아주 잠깐 본데다 누가 그린 건지도 몰랐지만 그냥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같은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이 그림이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미국의 국민화가로 활동했다는 독특한 사연까지 더해지니 과연 이 멋진 화가의 이야기와 그림들이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는, 그 중 100세가 넘어서 그린 그림이 250점이나 된다니 그림에 대한 애정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행복한 유년시절과 가사도우미로 일하기도 했던 청소년기를 지나, 27세에 함께 농장에서 일하던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던 그녀. 자수를 놓은 취미가 있었지만 70대에 관절염이 심해져 그만두고 다른 취미를 찾은것이 바로 그림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미술품을 거래하는 수집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그녀의 작품에 사람들은 위안을 받았고, 100번째 생일이 '모지스 할머니의 날'이 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가 되었다. 드라마틱 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인생. 과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생각을 하기나 했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리라고. 75세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성과를 내기란 쉬운일이 아닌데, 어린시절의 꿈을 찾아 그림을 시작했다는 이 열정적인 화가의 모습에서 도전의 위대함을, 삶을 즐기는 긍정의 태도를 배웠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아주 평범한 마을의 풍경들, 양초나 비누를 만들거나, 양을 목욕시키고, 퀼팅모임을 하는등 일상의 풍경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생동감 넘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고, 사람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릴 것 같고, 일상의 기분좋은 소란스러움이 가득담겨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들을 진짜 꼼꼼히 뜯어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제각각 하는 행동들도 다르고 풍경들도 볼거리가 많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을 압도할 만한 웅장함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행복함과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힐링'이라는 단어에 꼭 어울린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행복을 그리다>는 아트메신저인 저자가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더불어 자신의 추억이나 생각들을 함께 엮어낸 에세이와도 같은 책이다.책이 짧은 편이기도 하지만, 더 모지스 할머니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직접 썼다는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 실려있던 할머니의 말들이 마음에 콕콕 박힐만큼 참 좋았는데, 그녀가 직접 쓴 책에서라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들과 지혜들도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아마 종종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을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위로가 필요한 날,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고요한 풍경이 그리워 지는 날, 누군가에게 좋은 그림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날등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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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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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위에 서 아주 즐거운 여행자가 되었던 나, 이번에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과 함께 인문학으로 가는 길위를 타박타박 걸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님은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건 평생 답이 없는 인문학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세상 모든 것과 목마른 대화를 꿈꾸는 '공부하는 나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존엄을 지켜 주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온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책속에는 그런 결과물을 공유함에 함께 누구나 자신의 '공부할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쏙쏙 깃들어 있었다.

 

 

<일리아드>, <이성과 감성>, <윌든>, <리어왕>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 속의 인물들과 이야기들을 통해 가끔은 영화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화두들을 던진다.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고독의 시간들, 지극한 사랑의 다른 이름의 용기, 고통을 통해서 하는 성장, 무자비한 분노가 아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좋은 방향으로서의 분노, 열린개념으로서의 정의등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뭔가 한편의 서사를 읽는 것 처럼 정식분석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의 이 접근이 별로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그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아주 보편적이고 좁은 개념들을 더 넓은 시야로 마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시야의 확장들은 정말 언제나 대 환영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이나 위안부 문제등도 다루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전작에서 다루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드를 다시 만나 반가웠고, 다른 각도에서 본 '신데렐라'이야기는 신데렐라의 새로운 면모를 알려줘서 아주 신선했다. 여기서 역시나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쌓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제나 책 속 인물들의 행동과 말들을 통찰력있게 읽어내는 작가님의 시선이 난 참 부러웠다. 아직도 나의 독서와 배움은 부족하기 그지없고, 이런 통찰력들은 역시나 '공부하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겠지 생각하니, 역시 이래서 사람은 평생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공부할 권리를 가지는 것은 스스로 나다움을 지켜내는, 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내면을 더욱 더 단단하게 쌓아올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아주 '능동적인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로 아주 오랜시간을 공들여야 하고 그 권리를 지켜내고 갈고 닦는 것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나도 나만의 '공부할 권리'를 지켜내며,  조금 더 통찰력 있게, 더 사려깊게 사람과 세상을 대하고 사랑하며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한 사람, 줏대없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신적으로도 독립적인 한 인격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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