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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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을 다룬 드라마도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사랑이야기만을 다룬 로맨스 소설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이야기가 있고 양념이 가미된 것 처럼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을 더 좋아한달까. 참 아이러니한 취향이지만 지금까지 읽어 본 로맨스 소설을 떠올려 봐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재미있다고 들었던, 인터넷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잡고 있던 소설이 있었다. 바로 <미 비포 유>. 책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도 많이 있었다니, 괜히 오랜만에 감동적인 이야기 한편을 듣게 되나 기대도 되고 이 참에 로맨스 소설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작은 도시의 카페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던 루이자 클라크, 내일 가게 문을 닫는다는 말 한마디로 나름 만족하던 일자리를 잃고 만다. 그 후 직업센터의 소개로 사지마비환자인 윌 트레이너를 6개월간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그의 어머니가 원한 건 간병인 보다도 그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 활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루이자는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월의 태도는 차갑기만 하다. 처음엔 말도 잘 섞지 않고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던 윌이었지만 점점 대화를 하게 되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던 그와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점점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그렇게 매일 좋은 날만 이어질 것 같았던 루이자는 윌에 대한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 져 가는 두 사람의 대화들은 보고 있으면 흐뭇해 지기도 했었고, 그저 영화를 함께 보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가끔은 외출을 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그리고 그 속에 윌이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루이자의 애정어린 마음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속에서 살아가는데 더 힘을 얻은건 오히려 루이자였다. 윌은 작은 생활반경이 전부이고 누군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도 않으려고 하는 루이자를 안타깝게 여겼고 익숙하지 않은것에 도전해 보라고 그녀를 부추겼다. 그렇게 그는 루이자를 꿈꾸게 만들었고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랬다.

 

그렇게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던 두 사람.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이 더 행복해 지기를 바랐다. 윌의 삶에 대한 애정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루이자의 마음을 알았다면 그저 먼저 한 선택 대신 그녀를 따라줬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전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은 윌 자신에게 있는 것.그래도 그 6개월동안 그들은 사랑을 했고 당연히 무언가가 변할 것이라 믿었고 그러기를 바랬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소설속의 그를 많이 원망 했었던 것 같다. 내가 루이자가 된 것 마냥 조금 더 힘을 내 줄 순 없었느냐고 그러지 말라고 따지고 싶을 만큼 말이다.

 

뭔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보다 마지막에는 가슴이 먹먹해 지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사랑이야기 그리고 가볍게 넘길 수 만은 없는 질문을 더 던져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윌, 루이자, 그의 가족들 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처음에 책 앞에 쓰여있는 문구만 보고, 또 줄거리만 훑어보고 어느 시한부 환자와 간병인의 사랑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냥 보통의 상상이 가능한 그렇고 그런이야기들~그런데 윌과 루이자의 이야기는 그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이야기였다. 나한텐 심하게 슬프거나 재미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책을 읽는내내 책 속 장면들이 눈앞에서 필름처럼 펼쳐져 곧 만날 수 있다는 영화가 더 기다려 지는 <미 비포 유>. 

 

- "인생은 한 번 밖에 못 사는 거요. 한 번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보내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요."

                                                                                    - p277

 

-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이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 의 사람들이 그렇 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고래들하고 수영하라는 얘기는 아니예요.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예요. 스스로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여전히 가능성이 잇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예요.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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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 일, 결혼, 아이… 인생의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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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더 현명하게 잘 살아내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더 많이, 더 자주 나도 그에 대한 생각이 마구 들끓기 시작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좋은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영화나 드라마 속 누군가의 삶에  비춰보며 알아가고, 가끔은 다른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다. 사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들을 짐작하기란 어렵지만,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오고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게 여자의 경험담이라면 더욱 더...더 많은 경험을 가진 그들을 통해 힌트를 얻고, 같은 듯 다른 인생을 통해 조금은 앞을 내다 보고 싶은 약간은 이기적일 수도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읽기 시작한 <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 지기 시작했다>.저자인 애너 퀸들러는 베스트 셀러 저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란 칼럼으로 플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아이를 셋을 키우며 살아온 한여자 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그런 두 가지 역할을 하며 60여년을 살아 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처음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잡지나 신문에 실릴법한 칼럼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삶과 죽음, 친구, 결혼, 육아, 여자의 일에 관한 것등 일상적일 수 있는 소재들로 자신의 경험담에 비추어, 젊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풀어낸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는 게 인생이란 비행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고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 나이든 여자에게 고독은 때론 즐겁고 행복한,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는 이기주의 일 수 있다는 것, 아슬아슬 하게 비껴간 인생을 경로를 돌이켜 보면 두려움이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등을 알려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이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다짐도 들려준다.

 

이렇게 이렇게 해라의 방향성 제시가 아닌 표면적인 사실들에 ,나중에 더 잘 알게 되겠지만 지금 먼저 인생의 이런 모습을 알려 주었으니 이제 어떻게 할지는 너의 몫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조금은 불친절 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대한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았지만 나에게는 공감이 조금 덜 되는 이야기들이라 아쉬운 것도 사실~내가 작가와 같은 나이쯤이 되면 '그래 어린것들은 이런 걸 몰라.' 하며 그 심오한 뜻듯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이 책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인생이 다정해 지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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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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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의 저자의 말에는, 카프카의 <변신>에서 발췌한 저자의 말이 제일 처음 씌여져 있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와 함께 자신이 읽은 책들은 도끼였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처음부터 도끼가 아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여러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나에게 도끼 같았던 책은 별로 없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에게 책읽기는 그저 재미있어서라는 이유가 다 여서,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을 찾기 보다는 재미가 최 우선인 편협한 책 읽기를 해 왔구나 싶었다. 물론 책읽기의 목적이 어디있든 다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책이 점점 잘 안 읽히기도 했고 조금 더 제대로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던 터라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에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도끼다>는 자신의 도끼였던 책들과 독법을 이야기 했던 강독회를 엮은 것으로, 글이지만 강연을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도 하는 책이다. 이철수, 최인훈, 이오덕, 김훈, 고은, 오스카 와일드, 알랭드 보통, 밀란 쿤데라, 장 그르니에, 톨스토이, 손철주등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책들의 문장들을 보여주고, 그 문장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태도나 숨어있는 생각들과 느낀것들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들에 감탄하기도 하고 주인공들을 심리나 태도를 분석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이철수의 판화가 등장했던 1강, 김훈의 책이 등장했던 2강, 고은의 시가 등장했던 4강 이었다. 이철수의 판화와 짧은 글들은 판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김훈의 그 섬세한 표현력에 진짜 감탄을 하면서 봤고, 고은의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짧은 시 속에 담겨져 있는 그 깊은 내면의 뜻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시가 왜 좋은지 몰랐고,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직 한참 부족하겠구나 싶지만 시를 조금씩 읽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읽다보면 언젠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나의 문장들을 이렇게 꼭 꼭 눌러 읽어본 적이 없다. 짧은 하나의 문장에서 이토록 많은 생각과 새로운 시선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에 감탄해 본적도 별로 없다. 이 책을 열심히 보다보니, 책은 진짜 이렇게 읽어야 겠구나, 울림이 있는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들었다. 그래서 좋은 책들을 읽어야 하는 거구나 싶고, 더욱 더 제대로 책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들도. 재미도 좋지만 책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좋은 생각과 바른태도들로 마음이 꽉 들어찬 사람이 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싶다. 이런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강독이나 책을 소개해 주는 책들의 또 좋은 점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책들을 알게 해 준다는 데 있다. 그저 모르고 지나쳤버렸을지 모르는 좋은 책들의 진면목을 알려주고 읽고 싶게 만들어 주니까. 처음에 자신은 타고난 광고쟁이이기도 하니 소개된 책들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관심을 가게 하고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들이 많으니 이 의도는 나에게는 성공하신 셈~

 

그리고 간간히 책을 대하는 태도와 왜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답을 주는데,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그냥 읽었다고 얘기하기 위해 읽는 건 의미가 없다고, 단 한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나면 달라지고 볼 수 있는게 많아지고, 그 전에는 무심히 지나친 것들이 레이더에 걸리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깨달음으로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이 책이라고 알려준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와 의미를 나에게 제대로 알려 준 문장들...한동안 독서 슬럼프에 있던 나를 참 많이도 일깨워 주고 진~짜 많은 것들을 알려준 책, 누군가 나처럼 독서의 의미를 찾고 있다면 꼭 한 번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 나의 감성을 확 깨뜨릴 수 있는, 울림이 강한 도끼같은 수 많은 책들이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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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 p47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게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 할 수 밖에 없다-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린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 p118

 

-우리는 행불행을 조건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 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예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p123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 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나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p139

 

-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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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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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의 관심작가가 되어버린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새로운 책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제목부터 표지까지 아기자기한 이 책에 눈길이 갈 수 밖에, 게다가 내용이 궁금해 지는 건 말 할 것도 없고~항상 만화로만 봤었는데 이번 책은 에세이다. 내가 읽었던 이전의 만화들이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각색 되어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야 말로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투영된 민낯 같은 작품을 보게 된 것. 관심있는 작가의 에세이들은 왠지 작품과 현실의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 흥미로운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카도가와 학예 WEB 매거진에 연재한 것을 모은 것으로, 짤막짤막한 에세이들과 만화가 함께 들어있는 만화에세이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데이트를 한다거나 방과후에 받는 고백, 가사실습음식 챙겨주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기 등의 아주 소소하지만 그 때는 소녀들의 가슴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두근거리게 만들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 주로 이제는 지나가 버린 그때만 느끼고 할 수 있는, 학창시절에 해보지 못했던 연애의 한 페이지들에 대한 동경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녀같은 동경들과 더불어 어울리는 옷의 경계가 애매해져 버린, 아기자기한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현재의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래서 소녀와 이제는 조금은 그때와 달라진 어른의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만난 느낌이었다. 

 

학창시절의 자신도 그런 장면들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그저 부러움을 가득 담고 있는 한 소녀로 돌아가서 그때 했던 상상들을 거리낌없이 보여주는데 그게 참 재미있었다. 일본 청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 속에 교복입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서툴지만 순수한 그런 사랑을, 청춘을 동경하는 그 마음이 참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때 해보지 못했던 걸 어른이 되어서 시도해 본 것들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기도 하고 미소를 머금게 되기도 하고 그때의 나는 어땠나 생각해 보기도 하고 왠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새록새록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공감할 때가 오겠지라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고 안들고 상관없이 도전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딱 그때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도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느낌이나 기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게 연애든 공부든 여행이든 10대 소녀였던 나와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 지고 있는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경험치는 분명히 다를테니까, 지금 충분히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대신 돌이켜 보면 그때 참 좋았다 라는 아주 기분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나이에 조금 어울리지 않더라도 용감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앞으로도 여전히 두근 거리는 소녀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루지 못한 꿈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거기에 비하면 '경험이 끝난 것들'을 내려놓는 편이 몇 배 더 충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이런저런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의외로

고통스럽다.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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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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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누군가에게 추천해 줬을 때 다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막상 그 이야기가 실려있던 책은 제대로 다 읽지도 못했었는데 어째서인지 그 짧은 문구만이 내 머리속에 오래도록 남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이렇게 <키친>을 읽게 만들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의 생각처럼, 누군가에게 가볍게 읽어보라고 추천해도 될 만큼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흥미를 마구 일으킬 만한 요소도 없지만 인물들도 그저 담담하게 흘러가듯 써내려간 담백한 글이, 섬세한 풍경이나 감정의 묘사들이 참 좋았다.

 

<키친>속에는 표제작인 [키친]을 포함해 [만월], [달빛 그림자]까지 3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키친]과 키친 2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만월]은 화자인 사쿠라이 미카게가 할머니를 잃고 다나베 유이치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면서 함께하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시간들 이후의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달빛 그림자]는 앞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독립적인 이야기로, 남자친구 히토시를 잃은 사츠키가 고독한 시간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 새벽 달리기를 하다 우연히 우라라라는 의문의 여인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흘러가는 일상과 감정들을 담아 내고 있는 모두 그리 길지 않은 길이의 소설임에도 짧지만 묘한 여운들을 남긴다. 마지막 문장들을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된달까...다른 듯 하지만 비슷하기도 한 세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묶는 것은 바로 주변에 있는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 이다. 누군가를 잃고 난 후의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걸 표면적으로 내면적으로 담담히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모습이 너무 처연해 보이거나 슬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조용한 아픔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소설속의 인물들은 그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과 고독감을 아파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미카게에게 유이치가 존재하듯, 사츠기에게 조금은 독특한 위로를 안겨 주게 되는 우라라와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가 존재하듯 다시 곁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위로를 받고 마음깊이 자리 잡은 공허함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채워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소설 속 히라기가 외로울 때 인류는 형제라고 이야기 했듯이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다시 곁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위로을 받고 구원을 받는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키친>을 읽고 났더니 왠지 더 괜찮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혹 언젠가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전력으로질주하는 나지만, 구름진 하늘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같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42

                      

-귓속에서, 하늘을 움직이는 별들 소리가 들릴 것처럼 잠잠하고 고독한 밤이다.

파삭파삭한 마음에 컵 한잔의 물이 스민다. 조금 추워, 슬리퍼를 신은 맨발이 떨었다.

-p55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인생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 난 그나마 다행이었지. -p58

 

-이별도 죽음도 힘들죠. 하지만 그게 마지막인가 싶지 않을 정도의 사랑은, 여자한테는 심심풀이 시간 죽이기도 못 돼요.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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