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엔젤 - 라루스가 살인 사건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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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사이 기요시는 일본의 문학평론가입니다. 그의 소설이 우리나라에는 처음 나왔군요. 일본인 작가가 썼고 탐정도 일본인이지만 1970년대 후반의 프랑스 파리가 무대입니다. 현상학자이자 탐정인 야부키 가케루가 주인공이고, 경찰관인 아버지를 둔 나디아 모가르가 가케루의 조수 겸 화자로서 활약합니다. 이 작품은 1979년 제 6회 카도카와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라루스 가의 오데트라는 여인에게 I라는 서명이 달린 협박장이 날아오고, 얼마 후 오데트는 자신의 집 안에서 머리가 완전히 잘린 시체로 발견됩니다. 오데트의 친척 중에 나디아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범인이 왜 피해자의 머리를 잘랐을까, 현장에는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오는 A(간통한 여자에게 찍는 낙인)가 찍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의문이 떠오릅니다. 가케루는 자신이 쓰고 있는 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현상학, 즉 현상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 나갑니다. 하지만 얼마 후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죠.

 

저자는 한때 좌익 운동가였지만 극좌파인 이들에게 회의를 느끼고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 성향을 반영하듯 70년대 말 파리의 좌우 이념 대립 상황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에도 충실합니다. 호기심 소녀나 다름없는 나디아의 수사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가케루의 현상학적추리가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이 조금 늘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추리작가인 가사이 기요시의 작품이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다니, 한 명의 뛰어난 작가를 또 만난 것 같아 기쁩니다. 이 작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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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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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맨>, <유령들> 등 스릴러 및 공포 단편을 발표했던, 전건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중소 잡지사에 조금 이상한 절차를 거쳐 합격하고, 처음으로 주어진 일은 서울 시내에 있는 목련 흉가에 가서 이곳에서 열리는 모임을 취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밤의 이야기꾼들>로서, 밤에 모여 사람들 모두 각자 이야기를 하되 서로의 신원 등은 일체 밝히지도 묻지도 않고,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마치 다른 세계에라도 온 기분으로 그 날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과부들>은 어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녀의 남편입니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는 중이었지만 바람 대상이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그 날 아내가 그에게 다가옵니다.

<도플갱어>는 어느 여인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시작합니다. 그녀는 얼굴을 다르게 하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거듭해서 하게 되었죠.

<, 스위트 홈>은 새 집으로 이사한 한 소설가의 이야기입니다. 그 집의 전 주인이 점점 그 집 주변을 맴돌면서 소설가 자신도 미칠 지경이 됩니다.

<웃는 여자>는 잘 알려진 빨간 마스크괴담과 비슷합니다. 따돌림을 당하던 한 여고생이 피에로 인형을 유일한 친구로 삼고, 동물들을 고문하고 죽이며 스트레스를 풀다가 한 남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신의 광기에 눈뜨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눈의 여왕>은 저주받은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다섯 이야기 모두 실화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괴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가는 그 괴담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희망은 있고, 이야기만으로도 사람이 어느 정도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은 역시 분량이 적다는 점입니다. 특히 <웃는 여자>의 경우 여주인공의 마지막 변화 과정이 너무 간단히 묘사되어 있더군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기쁩니다. 이 작품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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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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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궁극의 아이>를 냈던 장용민 작가의 신작입니다. 불로장생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을 다루고 있습니다. 불로장생을 추구한 인물 중 대표적인 이는 역시 중국의 진시황이고, 그가 늙지 않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제주도에까지 사람을 보낸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도입부, 초한지의 그 유명한 장면인 홍문의 연에서 시작됩니다. 유방과 항우는 홍문에서 연회를 열지만 항우는 온갖 명분을 들어 유방을 죽이려 하고, 유방은 항우에게 이상하게 생긴 꼽추 인형을 바치고 살아납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로 넘어온 뒤 어느 경매장에서, 기원전에 만들어진 목각 꼽추 인형 하나를 두고 한 일본인과 한 중국인이 경쟁을 하다가 결국 일본인에게 낙찰됩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 그 일본인은 수수께끼의 인물에게 습격당하고 인형을 빼앗깁니다.

박물관 큐레이터인 정가온은 어느 날 아버지의 부음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정가온은 남사당패로 전국을 떠돌기만 하고 집안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를 증오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유품 중에 의문의 인형이 있음을 알고, 거기다 배다른 여동생까지도 만나게 되죠. 그런데 여동생 설아는 자폐증이라도 있는지 뜨개질만 하고 말도 잘 하지 않습니다. 정가온은 그 인형이 진시황 때 유명한 조각가이자 괴뢰희(중국식 인형극)의 원조인 창애가 만든 것임을 알게 되지만 얼마 후 누군가에게서 습격을 당하고, 그 인형에 역사적인 가치 외에도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며 걷잡을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합니다.

 

전작인 <궁극의 아이>에 비하면 스케일이라는 점에서는 줄어들었지만 여러 면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배다른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진시황과 불로초라는 진부한 소재를 이토록 색다르게 표현한 방법도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로장생을 바라는 여러 세력들의 경쟁이 갑신정변 등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정의 아이디어, 현대까지도 꼽추 인형을 두고 경쟁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어둠의 세력들 이야기, 또한 이들에게 쫓기게 된 주인공의 처절한 싸움까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작가의 철저한 자료조사 때문에 오히려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헛갈려 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더군요.

장용민 작가는 역시 이번에도 멋진 작품을 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해도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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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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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훔치다>의 작가 조완선의 신작입니다. 이 작품의 소재는 바로 예언서입니다. 과연 조선의 예언서 <비취록>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논문 표절 시비로 해직 위기에 놓인 강명준에게 어느 날 고문서가 하나 배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고문서는 <비취록>이라는 예언서의 사본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고문서를 배달한 남자는 처참하게 살해되고 명준은 그 고문서라도 찾아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형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그 비취록과 연관된 살인사건이 잇따릅니다. 비취록이 숨겨진 쌍백사라는 절에 은밀히 숨어 들어갔던 젊은 승려가 시체로 발견되고, 쌍백사 승려들은 과연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명준은 조사 도중 그 사건이 19세기 조선 때 만들어진 보천교라는 종교와 관련이 있고, 그 교도들이 산 속에 은밀히 본거지를 두고 뭔가를 꾸미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제로 존재하는 종교인 보천교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예언은 누구나 알고 싶은 것이지요. 앞으로 자신의 주변, 혹은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길지 누구나 궁금해하는 법이니까요. 전체적으로 몰입감도 좋고, 파자, 즉 한자의 조합을 이용한 암호가 주된 소재가 되지만 한자를 잘 모른다고 해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민족 종교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결말부에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 조완선은 이번에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논리와 추리, 또한 스릴까지 있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우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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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슈투더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7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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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글라우저의 작품은 이번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군요. 하지만 그의 작품인 슈투더 시리즈 다섯 편은 스위스와 독일에서 여덟 차례나 영화화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영미나 일본 외의 다른 나라 추리물도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고전에 해당되는 작품은 거의 없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노련한 형사 슈투더는 너무도 강직했던 나머지 상관에 의해 좌천당하고 퇴직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비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있던 한 죄수가 자살을 시도하고 슈투더는 그를 겨우 살려내지요. 슈투더는 그 죄수가 누명을 쓰고 갇혔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살인 현장인 어느 조용한 마을로 가고, 그곳에서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그 죄수가 근무하던 묘목장 주인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만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역시 진실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겉보기는 평온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비밀이 많고, 무엇보다 가장 유력한 증거물이었던, 그 죄수가 들고 있던 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말하자면, 솔직히 요즘 독자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투더는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해 나가고, 그 외 별다른 반전이나 액션 장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 나가려고 하는 과정, 그리고 그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슈투더의 활약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죠.

또한, 1936년 독일은 히틀러의 집권 시기인데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습니다. 배경이 스위스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이색적인 배경의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스위스 추리문학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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