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와 나비
손종일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3월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젖은 ... 기다림의 세월처럼, 어머니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아버지의 젖은 세월을 그렇게 깡그리 벗어내고, 뽀송하게 말라 들어가는 읍내로 가는  신작로의 흙길을, 마치 나비의 날갯짓처럼 옥색 치맛자락을 팔랑거리며 저만치...저만치앞서 걷고 계셨습니다.
 - p 319 -
 
시골 토담집을 둘러보다 보면 가끔 빈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 누군가 살아 있었던  흔적이 역력한 자리를 보며,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합니다. 빈집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문짝 너머로 흩어진 기억의 자취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네 지난 시절 옛집의 이야기처럼, 끈끈한 인연으로 세월을 보낸 한 가족의 이야기를, 11살 어린 나이의 눈으로 기억해 내는 가슴 저린 이야기를 문학성으로 살려낸 장편 소설입니다.
 
저자는 <죽어서도 섬길 당신은 > 이라는 시집을 낸 바 있는, 순수하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려 내어서 큰 성과를 올렸던 중견 작가입니다. 죽는 날 까지한 남자만을 사랑했었던 이야기를 그린 < 애별>이라는 작품도 발표하였던 작가의 인상적인 새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집안의 불행을 고스란히 떠안고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는 어머니의 처참한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아야 했었던 온갖 풍상을 겪는 모습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처럼 착각할 만큼 사실 적으로 그려졌습니다.
 
그제야 나는 어머니가 청산가리 탄 물을 마시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순간 나는 등골을 내려긋는 듯한 소름이 확 돋아 그만 철퍼덕 주저앉았습니다.손 끝이 말려드는 것처럼 숨이 막혀오고 겁이 났습니다. 알 수 없이 눈물이 솟구쳐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가슴만 움켜지고는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p 118 -
 
힘들고 지친 생활을 세월 속에 묻어야 했던 어머니의 쓰린 가슴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는 틈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곱던 모습을 가난의 치다꺼리에 날려 버려야 했던 어머니의 한숨을 기다림의 세월과 맞바꾸어야 하는 심정에 허무한 삶을 느낍니다.
 
과거의 삶이 생각하기도 괴롭지만, 그것이 지나온 흔적이고  삶이였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바람결에 잊혔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옛집의 언저리를 떠돌고 있을 듯 합니다.

자본주의 욕망에 대하여

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4월

음식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맛이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도저히 짜서 먹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도 삶 속에 욕망을 채워야 하지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마지 못해 사는 삶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

일직이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욕망을 깊게 채우지 말기를 경고했듯이, 인간이 바라는 욕망의 깊이는 한이 없는데, 그 깊은 욕망을 채우려고, 삶은 허덕이고 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욕망의 숲에서 허덕이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짚어 본 글이다.
 
확장된 욕망의 벡터장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된다. 나도 붉은 악마에서 작은 촛불 하나로 변모하여 수많은 촛불 속에서 그 두 여중생을 추모했다. 그것은 삶의 욕망이 죽음의 권력에 대하여 대항하는 방식이었다.
 - p 56 -
 
욕망의 긍정성과 부정성이 혼합 된 다양한 사례를, 사회 비평서의 얼굴을 하고 현실을 파헤치는 이 책은, 욕망의 도구인 휴대폰이나 인터넷 메신저를 잠시라도 못 한다면 병이 생길 현대인이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욕망의 얼굴을 흥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스타를 향한 빠똘이 빠순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홈쇼핑에 중독된 성인을 비꼬고, 새 정부 내각의 땅 사랑 실태나, 영어 광풍 정책이 국제적인 주류로 편입되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보며, 이제 욕망의 풍선에서 바람을 빼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부분 분량을, 비정규직 근로자 같은 소수자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글이며, 그중에는 아픈 상처를 품고 사는 장애인이나 동성애자, 그리고 국제결혼으로 상처입은 욕망의 숨결도 거침없이 드러난다.

마치, 어둠 속을 헤치는 르포 기자 같은 문체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크게 공감을 하게 하는 주제가 많았지만, 성해방론적 욕망의 지도를 펼치는 몇 가지 논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담론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상의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을 하는 저자는, 실제의 체험을 바탕으로 욕망의 실체를 화끈하게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적 욕망에 시비를 걸고, 새로운 욕망의 지도가 펼쳐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명화에서 찾는 창조의 지혜

그림 읽는 CEO -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ㅣ 읽는 CEO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모 재벌의 특검 소식 중에는, 만화의 이미지를 명화로 승격시킨 세계적인 화가 리히텐 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이라는 작품이 재벌의 소유 인지의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비록, 특검은 마무리되어 기억에서 멀어지지만, 재벌이 관심 뒀던 <행복한 눈물 >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이토록 대기업의 총수가 미술 작품을 사랑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이 있는 것은, 오래전 선친의 생전에도 개인적인 수장품을 모아, 미술관을 운영할 정도로 큰 미술품 애호가의 기질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투자적 차원에서의 수집이었을까?

 
그 의문의 답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겠지만, 예술 작품은 단순히 투자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적 창조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명화의 감상은 물론이고, 작품이나 작가의 예술적 의미에서 창조의 조건을 찾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술관 관장과 교수직을 겸임하는 저자의 친절한 그림 해설만으로도 일독의 가치가 충분한 책이며, 명화 감상의 즐거움과 함께 미술 작품에서 찾아내는 창조의 조건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이전의 책에서 이미 미술 속의 과학이나 수학적 이미지를 발견해 낸 저자의 시선에 동감을 하며, 명화를 탄생시킨 거장들의 창조적 요인을 살펴보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현대 기업의 큰 화두는 창조 경영에 있다.
그만큼 창조적 요인이 기업 발전에 필요하기에, 이 책은 CEO가 먼저 읽고 창조적 발전을 꾀할 만하다. 그렇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친절하게 하고 있다.

 
잠자는 상상력을 깨우는 사례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비롯하여, 발상을 새롭게 하게 하는 조지아 오카프의 꽃의 크기를 확대한 놀라운 그림에서 역발상의 가치를 발견하게하거나, 아르침볼도의 식물로 초상화를 그리는 이중 이미지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의 체험은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독창성을 공감하게 한다.

 
그 외에도, 틈새를 노린 화가의 작품이나 뇌의 무한한 가치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서 거장의 창조 열정을 배우게 한다. 아울러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 피카소가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여기면서 성공에 대한 열망을 향했던 사례와, 전통에 과감히 도전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 같은 화가의 성공도 본받을 만하다.

 
30분 이상 사람들을 집중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나는 20년 동안 꾸준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비결이란 오직 한가지, 달리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달리에 대해서만 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p 185  살바도르 달리  -

 
특히, 눈에 띄는 화가는 기업 홍보의 모범답안을 보는 것 같은, 달리의 행적과 작품에서 큰 감동을 하게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로서 천재적 재능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상상력과 샘물처럼 솟아나는 아이디어, 기발한 발상, 놀라운 힘이 넘치는 변화의 에너지를 높이 살만하다.
익살스럽고 개성적인 외모부터 튀는 모습으로 홍보의 중요성을 말없이 설명하는 명장 달리에게서 배우는 홍보 전략은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술가들이 기이한 행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파격적인 작품을 제작한 것은 독특한 개성을 강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  217  존 듀이 -

 
또한, 고난에 무릎 꿇지 않았던 고흐의 정신과 고통 속에서 창조의 작업을  놓지 않았던 프리다의 불꽃 같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
동서양의 명화 50여 작품과 화가의 삶에서 창조적 이미지를 발견하는 기쁨과, 명화 속의 창조적 혁신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알려주는 길잡이를 톡톡히 하는 이 책은, 사진작가 주도양의 360도 회전하는 시각의 사진을 비롯하여, 이중근,김동유,김도명, 김상호, 안창홍등 한국 화가의 작품에서도 창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점도 반가웠다.

 

최소한 패션잡지 한 권 사볼 노력이면, 이 책에서 <행복한 눈물 >을 그린 리이텐 슈타인의 그림의 가치를 알게 되고, 예술가처럼 몰입의 즐거움을 찾는 일을 시작으로 볼록렌즈로 햇살을 모으듯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하여 창의적인 생각에 불꽃을 피우게 하며, 명화 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여 품격 높은 자기 계발을 꿈꾸게 하는 좋은 책이다.

중국 황제의 통치술

왕도 - 역사를 바꾼 중국 황제 10인의 통치 리더십
이세민 지음, 진성위엔 엮음, 김윤진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2월

 
언제나 대통령이 읽는 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많다.
 < 정관정요 > 라는 책도, 한때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관심을 크게 두는 책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CEO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관심 두고 읽어 볼만한 책 중의 하나로 첫 손에 꼽히던 책이다. 그런 < 정관정요 >를 새롭게 젊은 학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엮어 냈다.
 
정관정요는. 원래 중국 당 태종의 치적과 정치 이념을 비롯한 중국 10대 황제의 지혜와 덕목을 담은 책으로, 동양의 제왕학 가운데서 으뜸을 다투는 이름난 책이다.
원래 태종과 신하 그중에서, 위징과의 대화를 기록한 책인데. 이번에 이 소중한 뜻이 담긴 책은, 그 요점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그 뜻을 잘 전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통치자에게 필요한 덕목과, 백성을 잘 다스리는 바른길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책으로, 국가 경영을 주로 다룬 내용이지만, 일반 회사 경영에 비추어 읽어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내용 중에는, 창업과 수성의 장단점을 가리는 일이나, 충신과 양신을 비교하여 어떻게 다른지 논하는 대목이 있다.
즉,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이야기와,충신이 되기보다는 양신으로 묵묵히 군주를 모시기를 바란다며 신하를 도리를 다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
 
사실 수백 년 전의 지혜를 다룬 책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전혀 그르지 않은  9가지 덕목은 명심해서 지켜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덕목 중에는 난세를 해결하는 능력과 신중함을 이야기 하며, 관대함에서 용감함에 이르기 까지의 통치의 덕목을 들어 세상을 이끌어가는 다양한 진리를 다루고 있다.
 
특히, 창조적 전략을 지닌 리더십을 배우는 목적에서 유용한 이 책에서 특기할만한 요점 중에는, 중국 10 대 황제의 공통적인 특징이 백성을 하늘 같이 모시는 마음 이었지만, 무조건 백성의 편에서 하기보다는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상생의 정치를 우선으로 치는 점이다.
 
모름지기 치세를 위한 올바른 인재 등용을 해야 하며, 간신을 없애고 평안한 정치를 통해서 농사를 중하게 여기거나 검소한 생활이어야, 국가를 부국 강병으로 이끄는 사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덕목 중에, 계영 득심의 자세는 명심 해야할 관건으로 생각한다.
 
옛말에  "어질고 후덕한 자가 재산이 많아지면 자신의 뜻을 해치는 법이요, 어리석고 속된 자가 재산이 많아지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 말의 뜻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 p 588 계영득심 중에서 -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며 통치술을 발휘하던 유방이나, 민생 안정에 힘쓴 주 원장, 그리고 태평성세를 이룬 태종 이세민 등의 변화무쌍한 정치 전략을 배우고 싶다면, 창조적 전략 법칙을 지혜롭게 응용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 책을 통해서 성공 인생의 발판으로 삼을 만하다.

공부의 지혜

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새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시행되는, 0교시 수업과 우열반 제도가 운영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의 교육이 입시 위주라서 인성 교육이 부족한 시점에서 과연 바람직한지? 공부만 하다가 하고 싶은 것 다 못하는 청소년의 후회는 없는지? 자못 걱정이 된다. 

자신이 평생 공부해 온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공부한 방법을 학생이나 교육자들이 공감하도록 풀어낸다. 그리고 줄곧 스스로 터득하는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득점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현대 교육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70평생을 학문의 길에서 공부에 전념했던 노학자의 일생을 되돌아 보며 공부에 대한 과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낸 이 책은. 평범한 자서전이 아닌 눈에 띄는 편집으로, 마치 판소리 열두 마당처럼 일생의 고비마다 있었던 일들을 흥미있게 밝힌 점이 특징이다.

 

녹색 사상가로 환경 운동에도 관여하는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평생 학문을 실천하고 있다. 끝이 없이 배우는 기쁨, 깨닫는 즐거움을 누리며. 그 보물창고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그 길을 행복하게 느끼는 공부쟁이임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다.

 

어린 시절 신화처럼 들려주는 조상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집안의 가난으로 공민학교에 다녀야 했던 사정이나, 중 고등 시절의 물리학에 눈을 뜨던, 잊지 못할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실타래를 풀어내 듯 들려준다.

 

대학에서 물리학과의 만남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그리고 함석헌 등, 자신의 철학을 꽃피우는 온 생명에 이르기까지 학문과 삶의 과정에서, 독창적 학문의 세계를 구축하여 주목받았던 사실 등 끝없이 앎을 추구하며, 학문을 등산처럼 여긴 배움의 지혜를 담아냈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 힘들여 하기도 하지만 산에 올라가 놀면서도 하고, 잠자리에 들어가 쉬면서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두가 공부의 과정이 되도록 사고 습관을 조정하는 일이다.
 -  p 288 - 

 

이제 자연 과학과 인문학의 연결을 희망하는 저자의 열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선조가 이룬 <우주설 >에 대한 깊은 관심을 이어가는 것처럼, 후학의 끝없는 정진으로, 우리나라의 과학 철학이 머지않아 큰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