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화곡 by 윤재성

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가독성 좋은 스릴러 소설 『화곡』을 소개합니다.

화재에 관한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흥미진진했어요.

방화라는 범죄가 인간의 자격을 앗아간 게 맞는 거 같아요.

너무 착한 사람이기도 한, 공무원 준비 중인 동네 백수이기도 한 형진.

어느 날 그저 평범한 사람인 그에게 끔찍한 불행이 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 수상한 사내와 마주치고, 그 사내는 형진의 얼굴에 불을 뿜고 흉측한 몽골이 됩니다.

그리고 그 불꽃은 그가 살던 월세방을 태우고, 동생 진아를 잃게 돼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기에 이렇게 끔찍한 사건의 방화범은 찾을 수 없었고,

누군가의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마무리됩니다.

얼굴의 형체를 잃어버려 끔찍한 얼굴이 된 그는 사회에서는 눈살 찌푸리게 되는 괴물이 되어갔고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동생을 죽인 진범을 쫓으면서 그 사건은 더 깊은 여러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방화범이 특별한 능력자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꾸밈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없는 무력한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이 되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을 생각해봅니다.

그 사람이 우리 일 수도 있으니깐요.

나라면 어땠을까...

여러 이야기가 담겼지만, 복잡하지 않고 짜임새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마무리가 약간 아쉬웠지만, 기대보다 드라마틱 한 내용이었어요.

[서평] 수레바퀴 아래서

수레바퀴 아래서 ㅣ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박희정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소에 고전을 많이 읽자고 결심을 하지만,

잘 해내지 못하는 일중에 하나에요.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을 때 가능하죠.

이번에 읽은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판된 『수레바퀴 아래서』는 박희정 작가의 그림이 삽입되어

더 편안하게 느꼈던 거 같아요.

사실 그림이 더 많이 실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아쉬웠어요.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웹소설 볼 때의 기분이 들었어요.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젊은 날의 아픔을 그린 자전적인 소설에요.

실제로 그는 신학자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시인되고자 도망쳐 나오고

자살시도 실패 후 정신 병원에서 요양을 했어요.

주인공 한스 기벤트는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나온 적 없는 많은 재능과 능력이 있는 특별한 아이에요.

그 시대에는 명문 신학교에 입학하여 목사나 교수가 되는 일이 성공의 길이었어요.

한스 기벤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신학교에 입학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보냈지만

자유로운 영혼 헤르만 하일너 만나게 되면서 성장통이 시작됩니다.

왜 청춘은 이토록 아픈 걸까요?

사실 성장의 아픔은 이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좋든 나쁘든 우리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라납니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정해놓은 기대와 생각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갈등하죠.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정해진 룰을 벗어나기 위한 방황이 시작되고 그 노력들이 많은 상처로 남게 돼요.

무엇이 한스 기벤트를 궁지로 몰았을까....

저는 청춘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할 때 세상은 한 발자국 발전하고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요.

이런 청춘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나이 들어가는 제 자신에 대해서 고찰하게 돼요.

고집스럽게 변해가는 저를 깨달을 때면,

이런 책들은 가끔이라도 만나보고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네요.

[서평]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by 와카미야 마사코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지음, 양은심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3월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저자 와카미야 마사코는 80대 할머니세요.

이 할머니가 왜 유명 인사가 되셔서 책을 낼 수 있었을까요?

짜잔~~ 그 이유는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이시기 때문이에요.

노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것을 주목하시고 2017년 아이폰용 게임 앱을 개발하셨어요.

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30대인 저는 사실 생각도 못 해본 일이거든요.

너무 빠르고 복잡한 기술 분야는 관심도 없지만 잘 따라가지도 못해요.

가끔 나이 드신 분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얼마나 어렵고 힘드실까 동감했어요.

그런데 이분은 앱을 만들고 어렵게 영어로 앱을 등록하며 WWDC 2017에 초정 되셔서 유명 인사가 됩니다.

TED 도쿄에서 강연도 하셨고요.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건강 생각을 하면 지내실 그 시기에 어떻게 이런 열정이 있는 걸까?

많이 궁금했어요.

마짱 할머니는 호기심이 많고, 자유로우시고,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셨더라고요.

하나 둘 아픈 곳들이 생기지만, 나이 들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셨어요.

은퇴 후 수다를 좋아하신 마짱은 90세 어머님을 돌보셔야 했기 때문에 집에 있으셔야 했데요.

그래서 생각한 게 컴퓨터 세상이었어요.

그곳에서 모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셨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지금도 일 년에 한번 해외로 자유여행을 다녀오신다는데~~ 우아~~~

언어가 안돼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신답니다. 번역기가 완벽하지 않다면서 모두가 그녀에게 한마디씩 하지만~

마짱은 쿨하게 말합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조금 부족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라고!!

마짱과 같은 어른을 보면 힘이 나요.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고, 시니어의 기간은 길어요.

그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시잖아요.

무언가가 되는 것보다 즐거운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것을 배운 책이어요.

[서평] 아일린 by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2017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

2016 펜/헤밍웨이상 수상작

2016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이 책의 소개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나는 누구에게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애였다'

그 한 줄의 문장이 강렬하게 와닿았습니다.

' 실은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끊었으며 내달리는 생각과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살았다. 항상 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솔직함은 함부로 만날 수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내비칠 수 없는 순간의 감정은 존재합니다.

그것이 비록 엄청나게 끔찍한 생각과 이상한 부분이라도 말이에요.

그래서 읽고 싶었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견딜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가식적인 모습 뒤에 어떠한 내면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어두운 내면을 읽어가는 여정입니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어요.

자기혐오와 정신없는 망상에 대한 고백은 실히 엄청나게 대담합니다.

끔찍했던 어린 아일린 시절, 그녀에게 그 삶을 통과하기 위한 정신세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많았습니다.

74세의 아일린이 24세였던 어린 아일린 생각하며 이야기하는 모노톤의 형식으로 되어있어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어린 아일린은 알코올중독이었던 아버지의 학대 속에 그를 증오하며 살아갑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불평과 증오, 자기 비하와 외로움, 자신의 보수적 신념과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느끼는 변태적인 성향까지 온갖 복잡한 내면으로 꽉 차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거의 정신병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소년원 비서로 일하던 그녀에게 소년원 교육국장 리베카가 나타나면서 그녀의 삶이 의도치 않게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해 12월 말 그녀의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녀가 한 선택에 옳았는지 아니었는지, 자신이 후회하는지 아닌지는 잘 알 수가 없어요.

진짜 우울하고 개운하지 않은 그녀의 삶이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만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삶이든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하잖아요.

가감 없이 표현하는 그녀의 심리가 참으로 놀랐었던 책이었어요.

[서평] 매일, 시 한 잔.

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ㅣ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제가 필사에 관심이 많아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에 시 한편 정도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필사는 잘 읽게 되지 않는 시를 정독할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 『매일, 시 한잔 책』이 무척 가지고 싶었답니다.

책이 부담스럽게 크거나 두껍지 않은 것이 좋았어요.

글을 쓸 부분도 예뻐서 글씨를 곧게 쓰고 나면 뿌듯하더라고요.

윤동주 시인 외에 55 시인의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길 수 있어요.

저는 윌리엄 블레이크, 윌리엄 워즈워스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영어로 된 작품을 직접 손글씨로 써보는 건 제 나름의 번역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에요.

시와 함께 꽤 많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시를 읽을 때, 감성을 극대화하는 거 같아요.

이 책은 세상 아름다운 시와 풍성한 사진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쓰는 손글씨로 완성되는 책이라 생각해요.

필사를 해보실 분들 이 책을 만나 보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