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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꿀 권리가 있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 창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꾀 오래되어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제목만큼은 정확히 기억나는 영화 '구타유발자'들이란 영화가있다.
얼핏 기억하기로 음대교수와 여학생이 드라이브를 하다 차가 강가에서 멈추는 사고로, 그 일대의 집도없이 떠돌아다니는 건달? 아니 건달축에도 못끼는 쌩양아치 부랑자일당들에게 잡히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그러니까 그 영화에서 주목할점은 폭력이 전도된다는것이다.
경찰역의 한석규는 양아치의 두목을 오랜기간 비인간적으로 괴롭혀왔는데, 경찰의 폭력앞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하던 양아치두목은 또다른 폭력성으로 한 남학생을 주기적으로 괴롭힌다.
그리고 그 남학생 역시 폭력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엔 그 폭력에 대항한 또다른 폭력성을 보여주는 영화였는데, 바로 이책의 소재인 '인간의 폭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있노라면 세상에 구타유발자는 따로 없다는걸 알수있다.
다만 구타를 가하는 사람의 폭력성향속에 내적인 불안감과 열등의식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영화속 캐릭터를 우리는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만날수 있다.
작게는 가정폭력범에서부터 대량살상 전쟁을 주도하는 권력자들까지 남성성에 집착하고 폭력성을 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감능력의 부족인데, 저자는 어린시절 부모와의 상호 감정교류경험을 통해 이런 힘이 길러진다고 한다.
이책을 보면서 '또하나의 육아서' 라고 느꼈던것이 저자가 어린시절의 경험을 상당히 중요하게 설명한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인간은 모태에서 어머니와 일치감을 느낄때 가장 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출생후에도 어머니와 주변의 극심한 관심과 애정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경우엔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고, 내면이 안정적이며 타인을 공감할수있는 능력을 가질수 있게 되지만,
보호자의 애정이 필요한 나이에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경험은 그 아이로 하여금 참을수 없는고통을 주게되어 결국엔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그 감정을 자신의 감정에서 분리시키려고 한단다.
결국 아이의 분열된 자아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그 감정을 자기것이 아닌걸로 인식하려한다.
더불어 고통을 준 부모와의 동일시를 시도하며,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이 되살아날것같은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폭력성이 발현된다.
인정받지 못한 자아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그 대상을 파괴하는것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한단다.
결국엔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경험을 통해 폭력성 vs 공감능력 으로 발전할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린시절에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폭력성에서 비껴나갈수 없다는걸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 절망적일수 밖에 없을것같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얼마만큼의 상처와 열등감을 갖고 있을지라도 스스로 있는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할수 있다면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니까 부족한나, 열등감을 느끼는나, 무관심으로 소외되었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 열등감과 부족함을 채우기위해 외부의 것에 집착하고 그 집착을 통한 폭력이 소요되지 않고 오히려 진정한 공감으로 갈수있는 열쇠일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읽었던 책인데, 책의 후반부는 에리히프롬의 소유냐존재냐에서 처럼 내면이 충만한 존재 그 자체로서의 삶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과 평화에 대한 귀중한 감상을 얻으며, 오랜만에 무척 괜찮은 책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