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 더클 / 2022년 12월
평점 :
<대통령의 글쓰기>로 처음 만난 작가.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라는 독특한 이력 때문에 일부러 그의 글과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팬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글'이 아니라 '말'에 관한 책을 썼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강원국 지음 / 더클 / 2023).
방송에서도 자주 봤던 강원국 작가는 '차분한 달변가'의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그렇기에 말 잘하는 걸 타고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가 어렸을 적인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가 말을 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을 터. 그만큼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이미 이 책에 빨려들어갔다. 말이 왜 중요한지, 말이 왜 필요한지, 말을 왜 신경 써야 하는지 이 책을 보는 내내 설득되었다.
우리 모두는 말에 생각과 감정을 담아 말로써 설명하고 설득한다.
일상은 말로 이뤄져 있고, 말이 모여 삶이 된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말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 말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삶을 이루는 것은 거의 모든 게 말이지. 프롤로그엔 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이제 비로소 '말 같은 말'을 하게 됐고,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글 같은 말'을 향해 전진 중이다.
말도 글처럼 문제점은 없애고 장점을 발전시키면 나날이 성장할 수 있다. 나아가 글쓰기에 고충을 겪는 사람이 '말 같은 글'을 씀으로써 글쓰기의 어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말이 글을 닮고, 글이 말을 닮을수록 당신의 말과 글은 정갈해진다. 글은 자연스럽게 자주 내뱉고, 말은 신중하게 꾹꾹 눌러 쓰자.
'글 같은 말'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말이 말 같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번 내뱉는 일회성 말. 심사숙고하는 글. 강원국 작가는 그 차이점을 제대로 본 것이다. 그래서 '말 같은 말' 대신 글처럼 꾹꾹 눌러 쓰는 '글 같은 말'을 지향한다는 것이구나. 말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무척 존경스러웠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고 한다.
이 책에는 주옥 같은 글이 무척 많다. 작가가 권하는 대로 적재적소에 기억에 남는 인용문구를 쓰는 이유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문구가 전혀 식상하지 않고 신선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경청.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식견이 놀라웠다.
8년간 3천여 개의 강의를 했다는 강원국 작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말이 더 정돈되고 늘었다는 겸손함. 한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도 높은 내용. 출퇴근길에, 점심시간에 이 책을 수시로 펼쳐들면서 느꼈던 것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던 이유가 마치 '말 같은 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바로 옆에서 말을 하듯이 문장이 짧고, 어렵지 않고, 리드미컬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눈으로 보는 오디오북 같은 느낌.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벌써?'라는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이 책은 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요즘의 나에게 현답을 주기도 했다.
일에 대한 철학과 역량 그리고 일을 해내는 태도, 이 세 가지가 균형을 갖출 때 내가 하는 일이 성과와 가치를 만들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철학만 갖추는 것은 공허하다. 실질적인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비전이 있더라도 꿈에 그친다. 열정과 사명을 갖춘 좋은 태도의 유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바로 본질적인 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리만 움직여도, 손만 움직여도, 마음만 먹어도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에 대한 철학과 역량, 태도가 균형을 갖춰야 비로소 성과와 가치, 더 나아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내가 최근 들어 자꾸 툴툴거렸던 게 아마 이 세 가지 중 뭔가 과하거나 부족해서 일어난 불균형 때문이었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강원국 작가는 이 책에서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해 준다.
난 그동안 말보다 글을 좋아했다. 글보다 말이 두려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 역시 '글 같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번 내뱉으면 다시 담을 수 없기에 꾹꾹 눌러 쓰고, 여러 번 퇴고하고, 한 마디에도 내 생각을 잘 담아야지 다짐했다. 그러면 나도 모르는 사이 글처럼 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