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는 무찔러야 하는 적인데, 메두사를 쳐다보면 돌이된다고 했지요? 무찌르는 ‘정의‘가 언제나 궁극인 것은 아닙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의를 심판하려는 사람이종종 그 대상을 닮아 가는 일이 생깁니다. - P96
  엄마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그때 페르세우스가 엄마를 떠나는 장면을 상기해 보는 거지요. 신화는 이 장면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요? - P26
  자신이 장점이라고 믿고 칼처럼 휘둘렀던 것, 거기가 바로 그의 무덤이니까요. 그렇다고 장점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장점에 갇히지말라는 것이지요. ‘나‘의 장점인 것이지, 본인이 완전히 전매특허 낸 소유물은 아니니까요. - P34
  그렇게 ‘나‘의 길은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라는 명령을 들은 페르세우스처럼 기막힐 정도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나 혼자만 정처 없이 떠다니는 느낌, 혹은 나 혼자만 고립된 느낌! 내 인생만 무거운 느낌! 그것이 ‘메두사의 목‘이라는 어려운 과제로 드러난 것 아닐까요? - P41
  그때 떠올리는 겁니다. ‘아, 내가 겉은 이렇게 지치고 볼품없지만 그래도 난 신의 아들이었지‘ 하고 말이지요. 내 안에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신성이 있고, 그것이 나의 길을 인도할 거라고 믿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눈을 감게 됩니다. 자기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기는 거지요. - P48
  이토록 사랑스런 페가수스가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아닌 흉측한 메두사에게서 태어난 건, 어쩌면 메두사 안에도그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들어 있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아무리 나쁘게 변해도 우리 안에는 태고의 순수가 남아 있다는거지요. 거기에 잇대어 있을 때 희망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고요.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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