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은 히말라야를 걸어라
신한범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구나 꿈이 있다고 해서,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히말라야처럼 사람들의 막연한 두려움과 경이감이 숨쉬는 곳이라면 그렇다. 전세계8000미터급 고봉이 14개가 모여있는 히말라야는 지금도 여전히 지상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백두종주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 열정과 꿈이 샘솟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2001년 불혹의 나이에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개 살아야 하는지 길을 잃고 말았다.후배의 권유에 따라 시작하게 된 히말라야에 가는 길, 그곳은 산악 전문가만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16년간 9번을 희말라야에 찾아온 이유, 그가 히말라랴에 중독된 연유가 궁금했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면서 일상의 평범함에 지쳐 있었고,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히말라야와 마주하게 된 저자는 그곳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순리, 겸손함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히말라야에 대해 알게 되고, 안나푸르나에 도착하게 되면서 히말라야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히말라야와 동거하는 야크는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물이다. 우리 나라에 소가 있다면 히말라야인들에겐 야크가 있었다. 야크의 등짐에는 외지에서 온 이들의 짐이 실리게 된다. 히말라야의 최고봉 에베에스트산은 처음부터 에베레스트가 아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사카르마타,티벳어로 초모룽가라로 부르는 곳이다. 영국인의 목적에 따라 정해진 이름은 그렇게 지구의 최고봉의 이름을 바꿔 버렸다.


네팔의 3대 트레킹 코스, 세계의 지붕, '쿰부 히말라야', 천상의 화원 '랑탕',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가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면서 그곳에 살아가는 세르파족은 포터로서 이방인들과 함께 공생한다. 우리는 에베레스트산을 처음 등정한 서양인의 이름은 알지만, 그와 함께 했던 포터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히말라야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들은 이방인들을 통해 가족을 챙기고,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작은 몸짓에 100kg 넘는 등짐을 기고 가는 세르파족의 뒷모습에는 우리가 삶에 대해 어떤 자세로 마주해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만든다. 많은 걸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에 대한 고마움조차 모르는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러워진다.


저자는 부끄러웠다.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부끄러웠던 거다. 히말라야 곳곳에 남아있는 한국인들의 흔적들, 자연 속에서 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남기려고 했다. 히말라야를 찾는 산악회 회원들이 히말라야 곳곳에 남겨놓은 띠지들, 한글로 바위와 나무에 쓰여진 정체불명의 한글들을 바라보면서 씁쓸하고 부끄럽다는 게 무언지 알게 된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을 것이다.


히말라야는 비수기와 성수기로 나뉘고 있다. 만약 히말라야에 가고자 한다면 몬순기후가 찾아오는 6월 전후는 피해야 한다. 자칫 눈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차라리 사람이 찾지 않는 겨울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히말라야의 매력이 무엇인지, 히말라야의 3대 깔딱고개가 궁금해지고, 4000여개의 계단이 있는 낭만적인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