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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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이 팽팽해졌다. 인양선 크레인이 힘을 주자 파도에 흔들리던 동부표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원통형 부표에 설치된 삼각뿔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정지한 듯 꼿꼿했다. 붉은 도색이 옅게 바래져 있었다. 동부표는 항로를 안내하거나 암초를 경고하기 위해 띄워놓은 만큼 퇴색되었다면 반드시 교체해야 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크레인이 다시 작동했다. 동부표가 와르르 바닷물을 쏟아내며 수면 위로 떠오랐다.

"땡겨! 땡기라!" (-9-)

아버지는 잠자리 괴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악당이 아닌 건 또 아니었다. 적어도 어머니에게는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 아니라 일확천금이었다. 정의를 수호하겠다며 주인공이 나타나 일확천금의 꿈을 막은 것도 아닌데 아버지는 언제나 패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사라졌다. 언젠가는 원양어선을 탔다고 했고, 또 언젠가는 화물선을 탔다고도 했다. (-16-)

장례식장은 가장 작은 곳으로 잡았다.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주소록에 연락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몇 개 되지는 않았다. 아직 영정도 없는 빈 조문실에 앉아 전화번호를 하나씩 찍으며 부고를 보낼 때 아내가 나를 불렀다. 나가보니 큰 아버지와 숙모가 머뭇거리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동생이 굳은 표정으로 외면하며 담배를 들고 나가버렸다. 십 수년 왕래를 끊고 산 양반들이었다. 아버지가 대박 종목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며 번번이 돈을 빌려달라는 통에 몇 번인가 큰 돈을 떼이고 결국 절연해버렸다. (-27-)

경기재단 창작지원금으로 쓰여진 소설 ,이대연의 『부표 』이다.이 소설에는 「부표 」와 「전(傳)」 이 나온다. 첫번 째 이야기 「부표」는 바다,어촌을 상상하며, 우리의 부유하는 인생을 뜻하기도 한다. 즉 단편 「부표」 속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들도 주인공이가. 아들이 생각하는 아버지와 ,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항상 곁에 부재하였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전 어머니는 아빠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며, 어구가 얽키고 얽키는 현기증 나는 뱃 위 상황에서, 물고기를 낚는다. 속칭 깊은 죽음의 바다 위의 부유하는 부표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아빠의 삶이다. 마도로스도 아닌, 일확천금을 꿈꾸고 살아가는 인생 실패자,루저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서서히 아빠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아빠의 삶에서 알지 못했던 진실을 장례식에서,죽음 앞에서 알게 된다. 이 소설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건 나의 경험이 어느 정도 내포되고 있어서다. 이 소설이 바다를 터전으로 이야기한다면,나의 경험은 어촌이 아닌 농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농촌 또한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변 사람들을 등처먹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곗돈을 떼어먹고 튀는 것이 다반사이며, 그 고통이 오로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 소설이 마음 아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남겨진 이들은 살아야 하며,사라진 이들보다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부유하는 부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가난이 가난으로 되물림되는 부표와 같은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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