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김승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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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있던 청담동 술집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에 택시가 멈춘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있구나.매달 주택청약통장에 2만원씩 넣고 있는 내게,이런 집은 구경하는 것조차 비용이 들 것 같다. 내가 업고 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비싼 술을 먹고, 함께 잏을하고 있다. 너무 달라서 나를 혼내는 게 아닐까.내가 이런 집에 살고,청담동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를 칭찬해 줬을까. (-19-)


내가 죽으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부모님은 나에 대해 잘 모른다.부모님은 그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내 자식은 이런 사람일 거야.'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나에 대해 이야기할 거다.부모님에게 진짜 나를 보여 준 적이 있나.부모님을 실망시키는 나날의 연속이었음에도,가끔은 아의 능력을 과장해서 말하곤 했다.나 또한 부모님의 진심을 모른다.부모님의 마음을 추측할 뿐이다. 부모님과 나는 서로를 추측하고, 믿고 깊은 대로 믿어왔다.(-116-)


광순의 손자는 이제 서른이 넘었다.광순이 살아 있었다면 회사도 안 다니고 결혼도 안 한 내게 어떤 말을 했을까. 광순은 자신의 딸과 사위가 싸울 때면 현명하게 조언해 줬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손자의 수학 숙제를 단숨에 풀 만큼 똑똑했다.그래서 손자는 힘든 순간마다 광순을 떠올린다.부모님이 싸우거나 혼자 풀 수 없는 문제와 마주할 때 광순을 떠올린다. (-205-)


한 권의 책을 읽었다.저자는 용띠였으며, 서른이 넘었다.프리랜서 에디터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들여다 보고 있었다.살아가면서, 회사원으로서 일했던 지난날,술에 만취한 팀장의 모습,그가 살고 있는 집을 보면서,스스로 돈에 위축되고 말았다. 택시비보다 더 많은 팁을 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즉 그런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속물적인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그 속물적인 모습이 그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나의 모습 속에도 그런 모습은 현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그런 목적에 있다.나의 처지와 저자의 처지를 비교해 보면서,나는 그나마 잘 살고 있구나 느낄 때,위로와 치유를 동시에 얻게 된다. 책에서 저자에게 광순씨는  누구에게나,나 자신에게도 존재하는 분이었다.내가 이 세상에 있기 위해서 또다른 광순씨가 있었다.대학을 나오지 않아도,학별이 짧아도, 지혜가 있었으며, 살아가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내 앞에 있을 때 놓치고 있었던 것들,그것이 사라지고, 그리워질 때, 내 나에게 애틋함만 남게 된다.돌이켜 보면 내 삶에 광순씨는 누구였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때로는 매몰차게 나를 대하였고, 때로는 무서운 존재였다.그리고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을 남기게 된다.돌이켜 보면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그건 지혜였다.표현이 서툴렀을 뿐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이제 세상에 없는 광순씨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우리는 항상 소중한 것을 그리워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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