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철들지 말 걸 그랬어 -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이채명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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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만둬. 우리 같은 사람이 뭘 하겠어. 그냥 평범하게 살자. 조용히 쥐 죽은 듯 사는 게 최고야."

그렇다면 평범한 삶은 가만히 있어도 이루어지는 걸까? 한국에 처음  와서 나 또한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 받으며 저축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하루, 한 달 그리고 1년이 지나도 내게는 평범함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북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면 받는 월급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이건 내가 원한 평범함이 아닌데, 좀 힘들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P130)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북한에서 자라난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더군다나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와 남한에서 적응해가는 사람의 내면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삶 속에 감춰진 상처와 아픔,그리고 힘듦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삶과 죽음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채영씨는 우리가 말하는 탈북녀였고,새터민이다.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버리고, 두만강을 넘어와 중국인 브로커가 자신을 속여서 22살 되던 해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정착하게 된다. 부모와 헤어지고 자유를 찾아왔건만, 자신 앞에 놓여진 삶은 자유로움에서 벗어나 있었다. 남한에서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 출신이 어디인지 물어보는 일상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였고, 하얀 거짓말을 하게 된다. 남한 사람에겐 자연스러운 과정들이, 저자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과정이었고, 그것은 항상 반복되었다. 삶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거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들,14년간 남한에서 적응해 가면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철이 드는 거였다. 항상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나고, 스스로에게 긍정의 씨앗을 심어가는 그러한 과정들,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만 남한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였다. 상처를 상처로 바라보지 않고, 성장으로 바라보는 그 과정 속에 숨어있는 고통과 인내가 숨어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가 저자 이채명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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