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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호 인플루언서 ㅣ 인문 잡지 한편 2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인문잡지 한편 2호 - 인플루언서
민음사
최근에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여러 결과물 중에 ‘인플루언서 검색’이라는 단어가 눈에 뛴다. 선택해서 들어가면 연관어에 대한 소개 및 설명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준한 주관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특정 주제군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보한 네트웍을 통해 영향력을 인정받은 나름의 ‘인플루언서’들이 수많은 일반 대중의 ‘팬’을 확보하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또 하나의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현상이다.
올해 민음사에서 『한편』이라는 인문잡지를 (편집자 왈 “빡세게, 힘들게, 겨우겨우”) 창간했다.
1월, 5월, 9월 이렇게 세 차례 간행되는데 내가 이번에 읽은 2호의 주제가 다름아닌 ‘인플루언서’ 이다. 잡지에 기고된 글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쁜’ 인플루언서와 ‘선한’ 인플루언서
‘나쁜’ 인플루언서와 ‘선한’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구별할까? 우선 사회적 시각에서 접근해보면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과거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양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 ‘닫힌 구조’의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기자 이유진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짜뉴스’나 ‘관종’의 문제를 인플루언서와 저널리스트의 상호 방향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자유로운 소통과 관계맺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평론가가 쓴 <네임드 유저의 수기>에서는 영화 플랫폼에서의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플루언서를 기존권력을 대신하고자 하는 또 다른 권력으로 이해하고 기성미디어는 이들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최종 심급역할을 통해 기성의 권위를 회복하는 구조를 역설하고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에서는 ‘좋아요’와 ‘팔로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상업에 능한 일명 팔이피플에 대한 평가와, 친일파 ‘김성수’의 이력을 통해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의 경계선 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지 물음을 던진다.
COVID-19의 불가항력적인 전염병으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 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의 <인플루언서 vs. 슈퍼전자파>에서는 “근거가 불명확한 자극적인 정보가 매력적인 외모와 말초적 언행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통해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정보 사회의 공간에서 COVID-19과 같은 슈퍼전파 그림자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일간 이슬아>의 진정성 편에서 스스로 연재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이슬아’는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서비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하나의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로 분류되는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영향력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진정성’의 시대에 대해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는 <어린이의 유투브 경험>에서 유투브를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개인 계정으로 소통하고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일상의 공간이자 사회화의 공간”으로 정의합니다. 디지털 가상공간이 집이나 학교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가 제공하는 편의성에 기대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사람들과도 아무런 제약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소통의 매개로 ‘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 헌의 <2500년 전의 인플루언서들>에서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제1권 3장에서 발췌한 말의 세가지 요소 즉 “말하는 사람, 말이 향하는 사람, 그리고 말의 목적인 듣는 사람”을 지금 시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의 영향력이 향하는 대상, 그리고 수많은 팔로어가 존재하는 구조는 과연 진정성 있는 열린 소통의 구조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우리는 몇몇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갇혀 한 방향으로만 순환하는 닫힌 구조에 살고 있는걸까?
'인플루언서'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핫함에 시기적절하게 나온 도서여서 매우 흡족하다.
내용또한 매우 만족스럽니다. 잡기라기 보단 인문서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