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상의 노래

이승우 (지음) / 민음사 (펴냄)




내가 현대 문학에 비해 고전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신비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소설을 구성하는 사건, 인물, 배경이 얼마나 신비로우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나의 개인적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이유에서 언제인가 접한 적 있는 사건, 유추가 가능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에 크게 흥미를 못 느낀다. 여기에 더 크게 나를 자극하는 것은 작품을 쓴 저자가 책 속에 남겨놓은 메시지이다.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머릿속에 남겨진 저자의 하고자 하는 말을 간추렸을 때 느껴지는 결론에 따라 역시 개인적 평가는 달라진다. 최근에 접한 현대 문학을 통해 내가 많은 생각을 하고 좋은 작품이라 평가한 작품이 몇일까? 확실히 고전 문학에 비해 그 수가 적은 걸 보니 나는 여전히 신비감을 중시하는가 보다.



그런 와중의 나를 자극하고, 처음 읽듯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생겼다. 바로, 이승우 작가님의 <지상의 노래>이다.

소재도 신비롭고, 작품 속 작은 이야기 5개가 주는 흥미도 매우 크다. 거기에 저자 이승우 작가님이 남겨놓은 생각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행작가 강영호가 사망하고, 강영호의 동생 강상호는 형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그가 완성하지 못한 원고를 발견한다. 형이 남긴 미완의 글을 통해 출판사직원과 함께 천산으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곳 천산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에는 72개의 지하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벽서를 두고 교회사 차동연은 벽에 그려진 그중세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 알려진 <켈스의 책>을 떠올리고 기사화 한다. 기사를 본 '장'의 출연은 이들을 천산 수도원 '헤브론 성'에 한발 더 가깝게 인도한다. 그 곳 헤브론 성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이었을까?





그러니까 헤브론 성은 그에게 도피성 이었다


사촌 누나를 범한 박중위를 칼로 찌르고 헤브론 성으로 도망갔다 쫒겨난 뒤 고생끝에 사촌 누나 연희를 찾아내지만, 그녀로부터 후의 아버지가 박중위의 성폭행을 도왔다는 것을 알게되고 연희의 꿈속에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게 등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희의 꿈속에 등장하는 가면을 쓴 자신을 본다. '가면을 썼기에 상대방이 나를 알아볼 수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가면은 다름아닌 자신의 모습을 하고있다. 가면속에 감췄다 생각했던 바로 자신만 아는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들켰을때 드는 기분이란.... 후가 감추고 싶었던, 가면 뒤로 숨고싶었던 그 심정이 와 닿는다. 후에게 헤브론 성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에서 '장기집권'으로 야심이 붉어진 장군.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장군의 뜻을 더는 따를 수 없었던 한정효. 아내의 죽음으로 많은 것이 변한 한정효가 많은 정보를 가진것에 신경이 쓰였던 장군은 한정효를 헤브론 성에 가두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한때는 부하였던 군인들이 선글라스를 끼고있다. 한정효 역시 아내가 선물한 선글라스를 착용했었다. 거짓은 눈에 들어나기 마련이고, 한정효는 그런 자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선글라스로써 내보이지 않으려했다.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그 무엇.... 아내를 잃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한정효에게 헤브론 성이 어떤 공간이었을까.



가면도 선글라스도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속이고 있다고 스스로 믿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그들이 느꼈을 기분을 상상해본다. 아울러,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기분을 상상해 본다. 욕망에 의한 청치적 야욕에 의한 자신이 감추고자 했던 것들이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다. 그리고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성경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이 작품 <지상의 노래>를 통해 '벽'이란 것을 본다. 산 꼭대기의 천산 수도원 사람들이 산 아래 세상과 벽을 쌓았던 이유. 도피가 이유였겠으나 다시 헤브론 성을 찾은 후의 심경에서 느껴지는 '벽', 한정효 역시 자신의 겉모습과 내면사이의 벽에 다다라 아내가 읽던 성경을 잡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강영호가 (삶과 죽음의 사이)의 벽을 경계로 산자들에게 숙제를 남겨뒀다. 후, 한정효, 장 모두 선과 악, 욕망과 야욕 사이의 벽을 사이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보아도 처음 보는 것 같을 느낌의 이 이야기가 내겐 너무나 어려웠다. 알듯 모를듯 당연하면서 어려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은 알고 있다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은 알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출판사 (펴냄)




흥미로 자극하고, 재미로 관심이 절로 가는 신박한 시리즈 도서가 눈에 띈다. 아쿠타가와상, 야마모토슈로고상 수상 등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요시가 슈이치의 장편소설 다카노 시리즈가 그것이다. 작품으로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숲은 알고 있다>, <워터게임>이 있다. 시리즈 순서로는 2번째지만, 이야기의 순서로는 1번째인 <숲은 알고 있다>를 먼저 본다.





우리는 고아들을 모아서 AN 통신이라는 산업스파이 조직에서 일하게 한다


가정폭력이라는 아픈 시절을 간직한 상처 입은 다카노 가즈히코. 후미코와 가자마는 그런 다카노에가 손을 내민다.

사는 게 괴로우면 언제든 죽어도 좋아! 하지만 생각해봐! 오늘 죽든 내일 죽든 별로 다를 게 없어!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좋아. 단 하루 만이라도 살아봐! 그리고 그날을 살아내면, 또 하루만 시도해 보는 거야. 네가 두려워서 견딜 수 없는 것에서는 평생 도망칠 수 없어. 그렇지만 하루뿐이면, 단 하루뿐이면, 너도 견딜 수 있어.p326

다카노와 친구 야나기는 과거를 말소시키고 외딴섬으로 들어가 이른바 예비 스파이 요원으로써 훈련을 받는다. 18세가 되면 정식 임무를 맡게 될.. 이들의 가슴에는 충성을 의미하는 소형 폭파칩이 심어져 있다. 이들의 임무는 서른다섯 살까지. 기간을 잘 마치면? 원하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계약기간을 마치고 평범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



야나기에게는 장애를 가진 동생 '칸다'가 있다. 어느 날 야나기는 다카노에게 자신은 탈출할 거라며 동생 칸다를 부탁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야나기는 돈이 될만한 정보를 훔쳐 종적을 감췄다. '자기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믿지 말라'라는 말을 들으며 키워졌기에 종적을 감춘 야나기의 행방이 의심스럽다. AN 통신의 의도적 테스트일까? 정말 야나기가 도주에 성공한 걸까? 배신은 곧 죽음일진데, ... 우정과 AN 통신 사이에게 고뇌하는 다카노라는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 있다.



요시다 유이치는 오사카에서 발생했던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감금된 채 죽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배추 농사 노예, 염전 노예 등 이른바 노예로 살아가는 소외 받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싶음 마음에 이런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이 작품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난 왜 이 이야기를 보며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가 떠올랐던 걸까? 마약을 만들어내는 버려진 아이들. 아니 훔친 아이들. 노예처럼 살다 희생되던 그 아이들. 인간의 존엄의 누군가의 사욕을 위해 사용되는 실화를 경험할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 건 나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 책 <숲은 알고 있다>의 흐름은 특별히 야나기가 종적을 감추고 다카노의 내적 갈 등질 나타나면서부터 매우 흥미롭다.

이 이야기의 제목에 적힌 '숲' 요시다 슈이치가 말하는 그 '숲'의 의미랄까? 존재랄까? 그것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마지막 책장을 덮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머지 두 도서가 너무 궁금하다. 흥미와 재미, 스릴, 그리고 깊은 고뇌.. 모두를 경험하게 될 도서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편 2호 인플루언서 인문 잡지 한편 2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잡지 한편 2호 - 인플루언서

민음사





최근에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여러 결과물 중에 ‘인플루언서 검색’이라는 단어가 눈에 뛴다. 선택해서 들어가면 연관어에 대한 소개 및 설명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준한 주관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 참으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특정 주제군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보한 네트웍을 통해 영향력을 인정받은 나름의 ‘인플루언서’들이 수많은 일반 대중의 ‘팬’을 확보하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또 하나의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현상이다.


올해 민음사에서 『한편』이라는 인문잡지를 (편집자 왈 “빡세게, 힘들게, 겨우겨우”) 창간했다.

1월, 5월, 9월 이렇게 세 차례 간행되는데 내가 이번에 읽은 2호의 주제가 다름아닌 ‘인플루언서’ 이다. 잡지에 기고된 글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쁜’ 인플루언서와 ‘선한’ 인플루언서


‘나쁜’ 인플루언서와 ‘선한’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구별할까? 우선 사회적 시각에서 접근해보면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과거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양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 ‘닫힌 구조’의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기자 이유진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짜뉴스’나 ‘관종’의 문제를 인플루언서와 저널리스트의 상호 방향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자유로운 소통과 관계맺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평론가가 쓴 <네임드 유저의 수기>에서는 영화 플랫폼에서의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플루언서를 기존권력을 대신하고자 하는 또 다른 권력으로 이해하고 기성미디어는 이들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최종 심급역할을 통해 기성의 권위를 회복하는 구조를 역설하고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에서는 ‘좋아요’와 ‘팔로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상업에 능한 일명 팔이피플에 대한 평가와, 친일파 ‘김성수’의 이력을 통해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의 경계선 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지 물음을 던진다.

COVID-19의 불가항력적인 전염병으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 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의 <인플루언서 vs. 슈퍼전자파>에서는 “근거가 불명확한 자극적인 정보가 매력적인 외모와 말초적 언행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통해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정보 사회의 공간에서 COVID-19과 같은 슈퍼전파 그림자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일간 이슬아>의 진정성 편에서 스스로 연재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이슬아’는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서비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하나의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로 분류되는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영향력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진정성’의 시대에 대해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는 <어린이의 유투브 경험>에서 유투브를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개인 계정으로 소통하고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일상의 공간이자 사회화의 공간”으로 정의합니다. 디지털 가상공간이 집이나 학교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가 제공하는 편의성에 기대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사람들과도 아무런 제약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소통의 매개로 ‘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 헌의 <2500년 전의 인플루언서들>에서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제1권 3장에서 발췌한 말의 세가지 요소 즉 “말하는 사람, 말이 향하는 사람, 그리고 말의 목적인 듣는 사람”을 지금 시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의 영향력이 향하는 대상, 그리고 수많은 팔로어가 존재하는 구조는 과연 진정성 있는 열린 소통의 구조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우리는 몇몇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갇혀 한 방향으로만 순환하는 닫힌 구조에 살고 있는걸까?

'인플루언서'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핫함에 시기적절하게 나온 도서여서 매우 흡족하다.

내용또한 매우 만족스럽니다. 잡기라기 보단 인문서 같은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이윤기(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펴냄)




새삼스럽게 신토불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이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시대가 변화고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우린 새로운 걸 익히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시대적 이치를 모르지 않음에도 옛 성인의 말을 새기고 고전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역시도 옛 성인들의 말씀처럼 책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한 번쯤은 꼭 접하게 되는 이야기책이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 서양 사람들 못지않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故 이윤기 님은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연구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웬만해서는 쉽게 누군가의 해석에 인정이란 건 하려 하지 않는 태도로 고전문학을 대했고, 더욱이 신화 이야기를 판타지쯤으로 여겼던 내게 이 책 역시도 크게 기대하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내심 이번만큼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정복해 보리란 다짐도 살짝 있었더랬다.


그.. 런.. 데..,

책을 받아들고 바로 펼쳐든 '들어가는 말-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채 2장도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에서 번개를 맞은 듯 이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보지도 않고 점수를 내고 싶을 만큼 감동을 느꼈다. 모두가 읽었을 '들어가는 말'이건만, 저자의 필력이랄까? 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읽어야 하며, 이 책이 왜 다른 도서와 다를 것인지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 그리스 로마 신화!


이번에 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총 5권의 하프 본판으로 각 권이 가진 메시지를 추출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시작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무엇이었을까? 신들의 영웅적 이야기 역시 의미가 있겠지만 1달여간 이 책을 읽으면서'저자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신화는 하나의 도구'라고말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제1권)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제2권)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제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제4권)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제5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대장정을 마치며 내내 내 머릿속을 채웠던 단어는 인간의 참모습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헤라클레스의 모험과 이아손의 모험을 뚜렷하게 구분해서 말한다. 즉 헤라클레스는 열두 가지 난사를 치르면서 인간의 영역과 신들의 영역을 무시로 넘나들었지만 이아손의 모험은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팔자를 타고 태어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인간 세계의 틀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p1107



특별히, 헤라클레스가 겪어야 했던 그 고난의 시간과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는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나 아닌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나를 비로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됨은 물론이지만, 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한 어떤 의지를 가다듬는 도구로도 아주 훌륭한 양서라 할 수 있다. 신이라서, 신이기에 가진 능력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반인이었을지언정 헤라클레스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나를 돌아보고 내 나아갈 바를 바로 세움에 큰 교훈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아손의 대장정의 항해를 보면서 나의 모든 상상력이 춤을 추었다. 그가 결국 찾아온 금양 모피는 어떤 보람에도 견줄 수 없지 않을까.



이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여타 도서와 다르게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이윤기이기 때문만으로도 충분하다. 적절한 비유와 이야기의 재미 그리고 이해를 돕는 많은 삽화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나오는 말에 실린 저자의 말이었다. 앞으로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같이 이야기하고 같은 것을 느끼며 이해할 수 있는 공감. 저자가 말하고자 함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던 시간들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필독서! 자신 있게 권해본다.



어차피 볼 거라면 제대로 보자!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특별합본판)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떠도는 땅

김 숨 | 은행나무 출판사





첩첩산중 두멧골에서 태어난 내가 러시아 땅을 떠돌며 살 줄이야

그들은 땅을 주겠다는 약속 뒤에 숨겨진 거짓된 강제 이주를 모른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간첩활동을 하는 일본인과 외모적으로 구별이 어려운 고려인들에 대해 스탈린은 강제 이주를 시킴으로써 간첩 색출을 도모했다. 극동 지역에 거주중이던 172천여명의 고려인은 그리하여 이주 명령을 받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게 된다. 살아남기위해 고국을 등지고 선택한 땅이었건만, 또 한번의 강제 이주로 화물열차에 올라야 했던 고려인들. 땅을 나눠준다는 말에 속아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열차에 올라탔다.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본다. 책을 펼치자 마자 열악한 화물 열차안의 풍경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저분하고 어둡고 배고픈 열차속 그들에게

그러나 희망만큼은 같았을 것이다.


한국의 대작가 김숨의 장편소설이었기에 남달랐던 기대감과는 달리 너무나 혼란스러운 도입부. 외국이름과 열차안에서의 지저분하고 쾌쾌한 풍경. 특히나 용도가 다른 두 개의 양동이가 주는 이미지.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건가요?"라는 의미심장한 문장들.. 열차가 멈췄을때 용변을 보고 부랴부랴 밥을 짓는 사람들. 빛도 없는 그 컴컴한 곳에서 오가는 알수없는 이야기.

손에서 뗄수없도록 하는 도입부 덕에 등장인물들이 순식간에 머리속에 깨알같이 박히면서 이 이야기가 내 가슴을 결국 아프게 하겠구나 예상했다.


역시나 우리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떠도는 땅>. 조선땅에서 겪은 격동의 시간. 살아야 했기에 살기위해 나라를 떠날수밖에 없었던 고려인들은 내 나라가 아닌 타향에서 조차 한곳에 정착할 수없었다. 이 책의 제목이 떠도는 땅인 이유를 알게되면서 왜 우리는 이런 역사를 잊고 살아야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주하여 새롭게 정착할 땅에서 먹고 살기위해 씨앗를 종류별로 주머니에 담아 치마를 해입은 여인(소덕)은 며느리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치마를 벗겨가라 말한다. 제대로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는 여인, 아이가 죽자 달리는 열차 밖으로 죽은 아이를 던져야 했던 남자...

한결같이 아프고 아프다. 표지에서느껴지는 저 외딴 집 한채. 사방팔방이 외벽이다.


가난하고 힘이 없던 사람들, 나라가 지켜주지 못했던 사람들, 타국에서조차 버림받은 사람들... 고려인도, 조선인도, 러시아인도 아니었던 사람들.

책을 덮고나니 떠오르는 소설 초반에 나왔던 들개. 집도 절도 없는 떠돌아 다니는 들개와 다를바 없었던 그들의 삶.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과연 존재했던것인지 생각하게한다.


이소설이 내게 더 크게 와 닿았던 이유는 저자의 나이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독자인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교과서로 공부했을 저자가 이렇게 의미있고 뜻깊은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 존경을 표한다.

5월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픈 달이다. 인간의 존엄. 누군가 함부로 할수도 해서도 안될 5월에 이런 뜻깊은 작품을 만날수있었던것은 행운이었다.

많은 분께 권하고 싶은 도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