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상의 노래

이승우 (지음) / 민음사 (펴냄)




내가 현대 문학에 비해 고전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신비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소설을 구성하는 사건, 인물, 배경이 얼마나 신비로우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나의 개인적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이유에서 언제인가 접한 적 있는 사건, 유추가 가능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에 크게 흥미를 못 느낀다. 여기에 더 크게 나를 자극하는 것은 작품을 쓴 저자가 책 속에 남겨놓은 메시지이다.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머릿속에 남겨진 저자의 하고자 하는 말을 간추렸을 때 느껴지는 결론에 따라 역시 개인적 평가는 달라진다. 최근에 접한 현대 문학을 통해 내가 많은 생각을 하고 좋은 작품이라 평가한 작품이 몇일까? 확실히 고전 문학에 비해 그 수가 적은 걸 보니 나는 여전히 신비감을 중시하는가 보다.



그런 와중의 나를 자극하고, 처음 읽듯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생겼다. 바로, 이승우 작가님의 <지상의 노래>이다.

소재도 신비롭고, 작품 속 작은 이야기 5개가 주는 흥미도 매우 크다. 거기에 저자 이승우 작가님이 남겨놓은 생각거리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행작가 강영호가 사망하고, 강영호의 동생 강상호는 형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그가 완성하지 못한 원고를 발견한다. 형이 남긴 미완의 글을 통해 출판사직원과 함께 천산으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곳 천산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에는 72개의 지하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벽서를 두고 교회사 차동연은 벽에 그려진 그중세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 알려진 <켈스의 책>을 떠올리고 기사화 한다. 기사를 본 '장'의 출연은 이들을 천산 수도원 '헤브론 성'에 한발 더 가깝게 인도한다. 그 곳 헤브론 성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이었을까?





그러니까 헤브론 성은 그에게 도피성 이었다


사촌 누나를 범한 박중위를 칼로 찌르고 헤브론 성으로 도망갔다 쫒겨난 뒤 고생끝에 사촌 누나 연희를 찾아내지만, 그녀로부터 후의 아버지가 박중위의 성폭행을 도왔다는 것을 알게되고 연희의 꿈속에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게 등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희의 꿈속에 등장하는 가면을 쓴 자신을 본다. '가면을 썼기에 상대방이 나를 알아볼 수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가면은 다름아닌 자신의 모습을 하고있다. 가면속에 감췄다 생각했던 바로 자신만 아는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들켰을때 드는 기분이란.... 후가 감추고 싶었던, 가면 뒤로 숨고싶었던 그 심정이 와 닿는다. 후에게 헤브론 성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에서 '장기집권'으로 야심이 붉어진 장군.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장군의 뜻을 더는 따를 수 없었던 한정효. 아내의 죽음으로 많은 것이 변한 한정효가 많은 정보를 가진것에 신경이 쓰였던 장군은 한정효를 헤브론 성에 가두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한때는 부하였던 군인들이 선글라스를 끼고있다. 한정효 역시 아내가 선물한 선글라스를 착용했었다. 거짓은 눈에 들어나기 마련이고, 한정효는 그런 자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선글라스로써 내보이지 않으려했다.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그 무엇.... 아내를 잃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한정효에게 헤브론 성이 어떤 공간이었을까.



가면도 선글라스도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속이고 있다고 스스로 믿게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그 순간 그들이 느꼈을 기분을 상상해본다. 아울러,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기분을 상상해 본다. 욕망에 의한 청치적 야욕에 의한 자신이 감추고자 했던 것들이 결국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다. 그리고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성경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이 작품 <지상의 노래>를 통해 '벽'이란 것을 본다. 산 꼭대기의 천산 수도원 사람들이 산 아래 세상과 벽을 쌓았던 이유. 도피가 이유였겠으나 다시 헤브론 성을 찾은 후의 심경에서 느껴지는 '벽', 한정효 역시 자신의 겉모습과 내면사이의 벽에 다다라 아내가 읽던 성경을 잡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강영호가 (삶과 죽음의 사이)의 벽을 경계로 산자들에게 숙제를 남겨뒀다. 후, 한정효, 장 모두 선과 악, 욕망과 야욕 사이의 벽을 사이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보아도 처음 보는 것 같을 느낌의 이 이야기가 내겐 너무나 어려웠다. 알듯 모를듯 당연하면서 어려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