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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분 1공시 - 그림으로 쉽게 이해하는 ㅣ 1일 3분
김수헌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7월
평점 :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참으로 아픈 하루였습니다. 최근 관심을 갖게된 뉴스가 있습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의 리밸런싱입니다. 새로운 해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편입될 종목은 주가상승을, 편출될 종목은 주가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식투자에 '절대'라는것은 없지만 확률적으로 시도해볼만한 투자고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씨젠'은 확정적이고 '알테오젠'은 불확실하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선 어제 종가 언저리에서 알테오젠을 매수했습니다. 무상증자 물량이 풀리기 때문에 하락이 기대되지만 MSCI 편입이라는 호재를 맞아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습니다. 무상증자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오히려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이에 '씨젠'을 함께 매수하기로 했죠. 씨젠의 편입은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기에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폭등까지는 아니어도 전 날의 하락분만큼은 충분히 메워줄 것 같았습니다. 씨젠의 매수는 안정적인 보험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3일 새벽6시 MCSI 편입 종목이 발표되었습니다. 확실했던 씨젠, 반가웠던 알테오젠, 의외의 신풍제약이었습니다. 요 며칠간 신풍제약에 대한 외국인 매동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매수할까 고민했지만 최근의 주가등락이 너무 무서웠기에 차마 진입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호재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기에, 신풍의 폭등은 확실해 보였죠. 역시나 장 시작과 동시에 신풍제약은 최고 11.56%까지 찍으며 등락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돈이 들어간 계좌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붉은 빛을 띄던 저의 계좌가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알테오젠은 물론이거니와 씨젠은 오히려 장중 6퍼센트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종가는 4.9% 하락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시간외단일가는 결국 6.83%까지 하락했고 내일의 주가는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알테오젠은 1.21%하락으로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오늘 6% 가까이 오른 JYP엔터를 팔고 들어온 종목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난한주 열심히 모았던 수익의 상당분을 하루만에 까먹었습니다. 속상하고 속쓰리만,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뉴스'와 '공시'를 해석하는 눈,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예측하는 통찰력의 중요성을 처절하게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늘 저녁, 책 <1일 3분 1공시>를 순식간에 완독했습니다. 투지에 불타기도 했지만 책 자체가 재미있고 알기쉽게 쓰여져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탄탄한 기업가치는 장기적으로 주가의 상승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단기적 변동은 결국 뉴스와 공시에 크게 휘둘릴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시는 시장에 반영되겠지만 그것을 투자전략에 이용하는 정도와 속도는 투자자의 역량에 따라 제각각 다를 것입니다. 공시된 정보를 빠르게 해석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투자자일수록, 시장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공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1일 3분 1공시라는 제목은, 하나의 공시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3분만에 배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꾸준히 투자지식을 넓혀갈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3분이라니, 너무 과장한거 아닐까요? 아닙니다. 회계와 증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3분~5분만에 하나의 공시를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책에서 하나의 공시는, 한 페이지의 사례설명과 한 페이지의 그림으로 해설됩니다. 설명과 그림이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에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합니다. 사례와 그림을 통해 배우다보니 '막연한 암기'가 아닌 '사례형 이해'로 생각이 흘러가며, 자연스럽게 이해와 활용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유상증자, 무상증자, 감자, 기업분할, 기업합병, CB, BW 등 다양한 요소와 관련된 사례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왔던 페이지는 단연 현재 보유중인 알테오젠과 관련된 무상증자 챕터였습니다. 무상증자를 왜 하는지, 주가에 주는 영향은 어떠한지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공시를 바탕으로 어떻게 투자전략을 세워야할지까지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곧장 MTS를 실행하여 증자와 관련된 공시를 훑어보며 배운 내용을 실제사례에 적용해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무상증자와 관련된 공시가 뜬다면 어떤 정보에 중심을 두고 읽어나가야할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한편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양한 공시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공시에 대한 낯설음과 막연함이 상당부분 줄어들었고, 책에서 배우지 않은 공시의 경우에도 천천히 읽어가며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시에 대한 배움을 바탕으로 다른 증시변수를 향해서도 배움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금융이나 회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훨씬 이해하기 쉽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초보투자자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투자 실력과 투자의 재미를 늘려가기를 기대하는 초보투자자분들께 강력히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저부터 단톡방에서 함께 투자하고 있는 개미투자자 친구들에게 선물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애인 가십기사 한 줄 읽을 시간에 공시 한 토막을 더 읽으려고 합니다. 그게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