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에 푹 빠져있는 요즘입니다.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영화의 영어자막을 보면서 반복청취할 수 있는 기능을 알게 되면서, '시험점수를 위한 도구'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로서의 영어를 배우는 재미를 새로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공부하든 중요한 것은 배움의 '대상'이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임을 절실히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 때부터 이런 배움의 재미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배움을 향한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 것이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 늘어날수록 삶의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나기 마련인데,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삶의 즐거움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확신이 서지 않는 과목이 있습니다. 바로 '수학'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저를 힘들게 했던 그 수학, 수학의 정석 '집합' 단원만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그 수학, 문과를 선택하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던 그 수학 말입니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는 그런 의미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었습니다. 영어를 향한 호감이 공부를 순탄하게 만들었듯, 수학을 향한 오래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죠. 학교 공부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수학의 재미를 새로이 자각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습니다. 저자 또한 그런 의도로 책을 집필했다고 말합니다. 지은이 리여우화는 수학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수학 마니아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인기 팟캐스트 <리쌤과 수학 수다>의 메인 진행자로서 중국의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학창시절에 수학이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수학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는 점을 꼽습니다. 문제 풀이보다는 암기가 걱정이어서 시험 시작과 동시에 외웠던 공식을 시험지 위에 모조리 적어놓고 풀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암기도 물론 피곤하지만, 응용문제를 푸는것이 훨씬 어렵고 두려웠던 저로서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머릿속으로 연산하는 과정을 막연히 두려워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작업기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멋진 영화를 보고, 마음을 고양시키는 음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장을 담은 책을 읽고 그것에 관해 생각하고 파고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고의 연결과정을 즐깁니다. 똑같이 머리를 쓰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막연히게 거부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수학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저의 태도였음을 다시 한 번 절실히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단계별로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싸우지 않고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누기, 좁은 복도를 돌아서 과학적으로 소파 옮기기, 공평해 보이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헛점 찾기, 알파고의 수학적 연산 등 일상과 연결된 수학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소 난이도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첫번째 챕터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그동안 내가 수학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수학을 대하는 나의 머리와 마음이 어땠는지 확실히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 사고과정'을 통해서 문제상황을 구체화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또렷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가 이해한 문제보다 적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반복적으로 읽고 풀어가며 수학과 친해지다보면 언젠가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봅니다. 

난이도는 살짝 어렵습니다. 수학에 대해 깊은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갑자기 호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수학에 대해 약간의 애정이나 실력이 있고, 그것을 일상과 연결하며 사고의 놀이를 즐겨보기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아주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