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동화 스토리텔링 - 교과서 속 재미난 동서양 고전이 쏙쏙!
이명현 외 지음, 이찬규 감수 / 경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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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키티 이야기 해주세요" 다섯살난 조카 세인이가 요즘 저에게 틈만나면 하는 말입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며 세인이는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르고는 합니다. 처음 무작정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 때 바닥에 놓인 헬로키티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죠. '저거다!' 일단 시작하고 봤습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난 헬로키티는 몹시 배고 고팠어요." 사실 제가 배가 고팠거든요. 그 이후로 옆에 널부러진 장난감들을 하나씩 골라주우며 이야기를 덧붙여 이어갔습니다. 친구들과 간식도먹고, 사냥꾼을 만나 숨기도 하며,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떠나다가 천둥번개가 치는 바람에 위험해졌을 때는, 헬로키티의 친구 라따뚜이가 나타나 비행기를 뚝딱 고치며 구해주기도 했죠. 아프리카 초원의 강가에서 악어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는 강아지친구들이 꾀를 내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래에게 잡아먹혀 뱃속에 갇히기도 했지만 물고기 친구의 지느러미로 고래 옆구리를 간질간질 간지럽히며 재채기를 유발해 탈출할 수 있었죠. 여기까지 진행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조만간 다시 세인이를 만나 '헬로키티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도대체 이야기가 무엇이길래 세인이를 이토록 즐겁게 만든 것일까요? 그리고 저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유익한 스토리텔링으로 세인이에게 재미와 성장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책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동화 스토리텔링>은 '이야기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열여덟편의 동서양 고전들을 소개하고 이를 풀이하며,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구성할 수 있는지 그 요건들을 탐구합니다. 하나의 긴 이야기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부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다듬어 나간다면 결국 이야기의 완성도 또한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이야기의 요소요소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더 좋은 이야기꾼으로 성장하는 것이 이 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1장-상황 만들기'에서 시간, 공간, 소재에 대해 알아보고 '2장-인물만들기'에서는 인물의 조건과 성격에 대해 배워봅니다. '3부-인물 관계 만들기'에서는 나에게서 출발하는 관계와 인물끼리 대립되는 관계를 짚어보고 '4장-사건만들기'에서는 뜻밖의 일, 원인과 결과, 구성 등 어떻게 사건을 일으키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알아봅니다. 저의 경우 조카에게 더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분들께도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더욱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각 챕터의 말미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창작하며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거든요.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어준 뒤, 아이가 직접 변형하고 창작하는 연습을 해봄으로써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문제를 풀 때 직접 출제하는 연습을 해보면 출제자의 의도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향상된다고들 말하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를 변형하고 창작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요소요소를 구분하며 전체적인 맥락을 예측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역시 세인이가 좀 더 자란다면 함께 변형하고 창작하는 연습을 해봐야겠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했던것처럼 처음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할 때는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헬로키티'를 주인공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실타래가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 배운대로라면 '인물만들기'에서 출발한 것이죠. 하지만 저의 헬로키티는 정체성이 없었습니다. 모험을 떠나거나 도망치거나 밥을 먹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다분히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였죠. 즉, '인물의 조건'과 '인물의 성격'을 구체화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모름지기 인물의 캐틱터가 보다 입체적이고 선명했다면 저의 헬로키티 이야기는 훨씬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수 있었을겁니다. 상황에 대처하는 인물의 대응도 몰입감을 주었을거고요. 3장에서 배웠던 '관계 맺기'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이야기에서 친구들은 밥을 먹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 돕는 등 다소 뻔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헬로키티와 친구들의 관계, 또는 주변 인물들 서로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으로 꾸민다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인이가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또한 담을 수 있겠죠. 친구들과 갈등을 겪을 때 보다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음주에 세인이를 보러 갑니다. 예전에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다음번엔 헬로키티와 친구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이야기에 넣어볼까 합니다. 물론 아이의 가치관을 작위적으로 형성하려들면 안되겠지요. 현실에서 소재를 발굴한 개연성 있는 이야기면 충분할 겁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지혜롭고 아이는 기대보다 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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