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팬티만 빨면 돼. 그건 팬티 한 장만큼 가벼운 일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무명아기를 보며 해수가 느꼈을 순도 높은 감정과 내가 얼핏 느낀 이질감 사이의 간극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 간극만큼이나 다르게 자라왔고 다르게 살아가도록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어딘가에 있을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가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기억하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는 행동이라는 말을.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