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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강의 중에서...
주역편에서 박괘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 IMF 사태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 어느 것도 본질을 다루고 있지 않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IMF 사태‘ 때 내심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IMF 사태는 우리의 취약한 경제구조를 직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식량 자급률이 27%에 못 미치는 반면 철광석, 원면, 섬유, 에너지 등은 거의 100%를 수입하는 구조입니다. 경제의 거품을 걷어내고 취약한 구조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 소위 문민정부 출범 때에도 그러한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만 불 소득이라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거품과 허위의식을 청산하고 4, 5천 불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단이 필요했지요. 그러나 그때나 IMF 때나 미봉책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우리가 주체적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종속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계 경제구조의 중하위권에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모든 책임을 그쪽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요. 그러한 인식 능력과 의지력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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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강의 중에서
순자의 성악설에 관하여...

오늘날 신자유주의 담론 환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것이 바로 인간 본성 문제입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것이지요. 시장 원리를 뒷받침하고 사익을구하는 자본주의 제도가 바로 ‘역사의 종말‘ 이라는 주장으로 나타나고있습니다. ‘종말’이라는 어감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만 종말은 최고라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등식화하고, 그것이 인류가 도달하였고 앞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회 제도의 최고 형태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인간 본성론 위에 구축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담론은 이기심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개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대단히 철학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인간 본성을 이기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라는 환경에 편승하여 재빠르게 신자유주의를 합리화하는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이기적 인간 본성론은 근대사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논리이고, 자본의 자기 증식 논리이고, 자본 축적 논리입니다. 한마디로 존재론적 담론이지요.

순자의 성악설도 그런 점에서 같은 구조입니다. 전국시대의 사회적혼란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하는 논리의 일환입니다. 순자의 이론 체 계는 교육이라는 후천적 훈련과 예禮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하여 악한 성性을 교정함으로써 사회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순자는 모든 사람은 인의仁義와 법도法度를 알 수 있는 지知의 바탕을 갖추고 있으며 또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선단善端을 갖추고 있다는 맹자의 주장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나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순자는 모든 가치 있는문화적 소산은 인간 노력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인문 철학자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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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강의 중에서

그리고 이왕 내친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과거의 어학 교육은 어학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받은 영어 교과서는 I am a boy. You are a girl.로 시작되거나 심지어는 I am a dog. I bark.로 시작되는 교과서도 있었지요. 저의 할아버님께서는 누님들의 영어 교과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그 뜻을 물어보시고는 길게 탄식하셨지요.

천지현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천지와 우주의 원리를 천명하는 교과서와는 그 정신세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것입니다. 천지현황과 "나는 개입니다. 나는 짖습니다" 의 차이는 큽니다. 아무리 언어를 배우기 위한 어학 교재라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아마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한자나 한문 때문에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학보다는그것에 담겨 있는 내용에 주목하면 충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암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원문을 해독하고 문장을구사할 수 있을 정도면 금상첨화지요. 그러나 일단은 고전에 담겨 있는내용을 이해하고 그 뜻을 재조명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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