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강의 중에서
순자의 성악설에 관하여...

오늘날 신자유주의 담론 환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것이 바로 인간 본성 문제입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것이지요. 시장 원리를 뒷받침하고 사익을구하는 자본주의 제도가 바로 ‘역사의 종말‘ 이라는 주장으로 나타나고있습니다. ‘종말’이라는 어감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만 종말은 최고라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등식화하고, 그것이 인류가 도달하였고 앞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회 제도의 최고 형태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인간 본성론 위에 구축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담론은 이기심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개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대단히 철학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인간 본성을 이기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라는 환경에 편승하여 재빠르게 신자유주의를 합리화하는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이기적 인간 본성론은 근대사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논리이고, 자본의 자기 증식 논리이고, 자본 축적 논리입니다. 한마디로 존재론적 담론이지요.

순자의 성악설도 그런 점에서 같은 구조입니다. 전국시대의 사회적혼란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하는 논리의 일환입니다. 순자의 이론 체 계는 교육이라는 후천적 훈련과 예禮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하여 악한 성性을 교정함으로써 사회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순자는 모든 사람은 인의仁義와 법도法度를 알 수 있는 지知의 바탕을 갖추고 있으며 또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선단善端을 갖추고 있다는 맹자의 주장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나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순자는 모든 가치 있는문화적 소산은 인간 노력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인문 철학자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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