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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저항하라 -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조주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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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감싸고 있는 표지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작가인 '조주희' 님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띠지를 보고 난 후 페이지를 몇 페이지를 넘기고 이런 생각을 했다.

'엄청 동안이네?'

'사회적으로 직급이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이네?

다시 몇 페이지를 넘기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그녀가 불편해 했던 많은 사람들과 상황에 내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반응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책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페미니즘'을 담고 있다. 여성으로써 사회에서 차별되는 여러가지 상황과 감정을 그녀는 담백하게 적는다.

어렸을 적, 사촌의 집에 놀러가면, 남녀가 편을 가르고 싸웠다. 어린 아이답게 유치한 주제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말다툼을 했다. 유치원을 겨우 졸업했을 나이에, 정작 본인들에게 해당 되지 않는 주제인 '군대', '임신', '힘', '키' 등 시덥잖은 싸움을 했다.

그 싸움은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은 '누가 더 열등한 존재인지 증명하려는 싸움이었다.

'남자는 군대가 가잖아!'

'여자는 임신하거든?'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출산이라는 경의로운 능력을 자신의 열등으로 느끼며 상대에게 어떤 삶이 더 후지진지를 따지고 들었다. 어린 시절 제사나 차례를 지키기 위해 할머니 댁으로 가면, 나와 남자 사촌 동생은 제삿상에 절을 하고 끝나면 제삿밥을 양것 먹었다. 우리가 제사를 하고 있던 사이,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촌 누나들은 제사를 지내는 방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부엌에 쪼그려 앉아 음식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기억은 지금도 유효하다. 남자이기 때문에 분명히 갈라진 역할분담이 있었다. 누나들이 차례주는 밥상이 완성되기까지 어른들 옆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 먹을 때는 남자 어른들 옆에 작은 상을 차려 작은 어머니와 누나들은 밥을 먹었다. 차려진 밥을 먹고 나면, 치워주길 기다렸고 치워진 밥상을 누나들은 설거지 했다. 그리고 설거지가 끝나면 뻔뻔하게 비슷한 싸움을 했다.

'남자가 더 힘들거든?'

'여자가 더 힘들거든?'

벌초를 떠나는 날이면, 사촌 누나들은 나오지 않았다. 나와 사촌 동생은 아침부터 나와 햇볕이 강한 하루를 잡초와 풀을 베면서 보냈다. 커다란 일을 하지는 않지만, 점점 막중해지는 일에, 나중에는 녹초가 될 정도로 노동이었다. 새벽부터 오전내내 노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동생이 자고 있다. 이유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누가 누가 더 힘든가?'


내가 힘든 시간을 보내면, 보낼 수록 내가 더 불리하다는 열등의식이 커져갔다. 결국, '남녀차별'이라는 주제에 민감한 쪽이 여자들이다. 이는 확실하게도 남자보다 여자의 삶이 조금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세계 남녀 평등 지수가 10위이다. 우리나라는 100위 권에도 들지 못한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단순히 우리나라 대통령이 남성이고 뉴질랜드 총리가 여자라서 그럴 리는 없다. 고위층에 얼마나 남녀가 평등하게 진출해 있는지를 따지는 문제도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공사장을 가면, 공사장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참 신기할 만큼 젊은 여자들이 많다. 공사장에서 햇볕을 받으며 일하는 여성과 남성은 큰 차이가 없다. 무겁거나 높은 물건을 들 때, 남자가 대신 들어주는 일은 매너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 취급하듯 상대를 무시하는 일이다.

버스를 타면, 버스기사 또한 남녀가 비슷하다. 상담사라는 직업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하다. 우리나라처럼 남성이 많은 직업군과 여성이 많은 직업군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상담사는 거의 여성인 경우가 많다. 공사장 인부들은 남성인 경우가 많고, 항공사 승무원 또한, 남녀 구분 없이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남녀가 같은 일자리 시장을 갖기 위해, 여성과 남성 모두 생물학적인 열등함을 극복해야 한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사람은 키가 작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보니, 일본애들의 키는 작지 않았다. 되려 큰 애들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구분할 때, 일반론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는 큰 오류를 낳는다. 여자는 힘이 약할 수 있지만, 모든 여자가 약하지는 않다. 남자는 힘이 셀수 있지만 모든 남자가 힘이 세지는 않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자가 힘이 약하니, 여자는 채용하지 않겠어!'라는 사회적 아집은 아시안은 소심하고 눈치보는 게 심하니 '운동 경기 심판에 적합하지 않아!' 따위의 모순 덩어리 차별을 만들어 낸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이 말을 안하고 있으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럼 그는 '뉴욕' 이라고 대답한다.

편견은 그렇다. 동양인은 영어를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동양인도 차별 받는다. 여자는 공동체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퀴리부인 같은 훌륭한 과학자도 서류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일 것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꽤나 있다. 게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는데 '대부분 고학력에다 한창 일할 나이의 여성들이 가정과 육아 때문에 일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낭비이고 국가경쟁력의 손실아닌가' 이 부분이다. 언제부터 누군가의 소유인 사업체로 입사하여 남의 일을 거드는 게, 나의 가정과 아이를 보살피는 일보다 더 중요해졌는지 모른다. 이는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는 전체주의사상이다. 남의 일이나 거들다, 사업주가 내어주는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게 삶의 '주'가 되는 일은 어쩐지 슬프다. 어쩌면, 나의 아이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겨놓고 마음 것 남의 일을 도우며 더 능력있는 노예가 되려는 슬픈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다. 그 부분은 공감이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는 비단 그녀와 나 뿐만아니라,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차이이다.

책의 구성은 초반에 페미니즘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언론인으로써의 생각이 많다. 좋은 에세이는 꼭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삶과 생각을 읽을 때, 나와 비슷하거나 공감되는 사람의 글만 읽는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폭이 더욱 좁아질 뿐이다. 에세이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엿봄으로써 내 식견을 넓히는 일이다. 이 책은 절반은 공감되고 절반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어쨌거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는 또 하나의 식견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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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시대 -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하는 24가지 생각의 프레임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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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할 수 있다. 너무 좋은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해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방향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나는 책을 읽고, 세분류로 나눈다. 좋은 책, 보통, 안 좋은 책. 이렇게 나눈 책은 나의 네이버 캘린더로 들어가 표기된다. 이 책은 당연코 좋은 책으로 분류했다. 좋은 책은 언제라도 다시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고로 한 번만 읽는 다는 것은 과만이다.

책을 읽기 전, 저자의 소개를 보았다. '야마구치 슈' 지음.

'어디서 봤지? 야마구치 슈'. 무언가 낯 익은 이름이다. 그렇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접기 시작했다. 초반 몇 장을 접고서 생각했다. '매 쪽마다 버릴 장이 하나도 없구나.'

책은 매우 짜임새 있다. 시작부터 간단한 정의를 하고 들어간다. 올드타입과 뉴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정의를 해준다. 그리고 능력과 자질의 희소성과 범용성이 갖고 있는 의미. 그리고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l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를 이르는 '뷰카(VUCA)'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뉴타입 시대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해 주는데, 초반 그런 정의는 내용을 이끌어 내는데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적고 해결 능력이 과잉인 시대'

단, 한 번도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명제.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스스로 너무나도 올드 타입의 사고 방식에 길들여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영웅들의 일화들을 보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그런 능력을 동경하고 살던 나에게 새로운 시대의 능력이 더이상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를 찾는 능력임을 깨닫게 해준 것은 이 책으로 배운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앞서 말했던 능력과 자질의 희소성과 범용성에 따르면, 문제를 발견하는 이는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 과한 시기에는 언제나 시장의 수요 공급원리에 따라 그 값어치가 매겨진다.

우리는 더 이상 해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는 문제를 만드는 이들이 적어지면서, 문제를 잘 찾고 만드는 희소한 이들이 다음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나쁜지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발전하는데 한계를 느낄 것이다. 반면 무언가 불편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발견 하는 사람들은 다음 세상으로의 발전을 이끌어 간다.

내가 처음 관리를 맡았던 회사는 출근 하자마자,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기도 전에 출근 후 자신들의 일에 투입되어 일을 하다보니, 전달 사항이 있더라도, 전달이 잘 되지 않고, 직원들끼리 전날 있던 일에 대한 공유도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처음 그 팀을 맡게 됐을 때, 나는 그 팀에 '조회'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모든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그날 해야할 일과 한 주의 목표 혹은 전달사항을 전다 하고 나면, 흩어져 있던 팀원들의 목표가 한 곳으로 모아져, 리더로써 일을 수월하게 처리 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전에 있던 문제에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것이 고착화 되면서, 너무나 당연한 순리가 되어버리고 문화가 되어버려서, 누구도 불편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15분의 조회라는 문화가 생기면서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팀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문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뉴타입은 그전 부터 조금씩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를 신뢰하지 말란 이야기는 매우 참신했다. 우리가 IT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인 스티브 잡스는 포틀랜드의 리드대학교에 진학하여 철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의 전공은 법학이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전공은 영어이다. 그 밖에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고 불리는 재벌들의 전공도 사업과는 무관하다. 책에서 이야기한 근거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공이라기 보다 철학이나 역사 같은 기본 인문학이라는 사실도 재밌었다.

단순하게 목표가 '돈'이나 '이윤추구'라는 것보다 자신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또한 재밌는 접근이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요즘은 많이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을 조금 미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많이 번다고 하면, 조금 바쁘더라도 능력있는 사람으로 대우해 주었지만, 요즘은 조금 일하고 더 벌어도 잘 사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고 사회의 가치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 가수 (故)신해철 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한 가수였는데, 그의 강연은 매우 설득력있었다. 모든 것은 '운'이라는 다소 씁쓸한 이야기였다. 사실은 우리는 전문가부터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들 또한 그런 기대에 부흥해야 자신의 영향력이 강해지기도 한다. 사실 모든 것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한다는 것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만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뿐, 실패를 할수도 있다.

책에서 언급한 '슬픈연대'의 원주민들이 정글 속에서 무언가 발견하면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서 자루에 넣어둔다는 습관 또한 성공이라는 길이 우연과 직감, 운이 만남이라는 다소 무책임해보이는 말이 더 현실적이다. 이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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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혼의 경영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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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글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알 수 없는 5년 뒤보다, 오늘 하루와 승부하라!"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지금 중국이 미국의 GDP에 65%도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이 미국GDP에 75% 수준까지 도달 한 적이 있었다. 세계 100대 기업 중 53개가 일본 기업이던 그런 엄청난 시기. 이미 30년 전 1인당 GDP가 4만 2천 불을 넘고 브루나이나 카타르 등의 석유부국이나 강소국들을 포함해서 세계 1인당 GDP가 1위 었던 그런 기억말이다.

그런 기억은 일본 뿐만아니라, 옆나라였던 우리나라에게도 너무나 생생한 기억이다. '일제'라고 한다면 '일단 좋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그 시기는 일본인에게 향수와도 같고 영광과도 같은 시기이다. 그런 시기에 기업을 일구던 이들은 일본 뿐만아니라, 옆 나라인 한국, 중국에서도 영웅처럼 소개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쇼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꼽히며, 지금도 한국인들이 '일본에서는~' 하고 말할 때, 주어를 뭉게지만, 실제로 그 경영 철학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을 많이 담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의 전기로 알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전기는 아니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서 38년간 경제 전문 기자로 근무하던 송희영 작가 님의 글이다. 그는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시절 쓴 책으로 '일본 경제 초일류의 현장'이 있다. 또한 앞서 말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라는 책도 있다. 보통 일본 경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 님의 책인데, 작가가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사람을 탐구하며 여행하고 관찰한 기행문 정도로 볼 수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책의 이해와 설명을 돕는 사진들이 크게 들어가 있다. 실제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사람과 책을 읽는 동안 함께 있는듯 한 착각을 줄 정도로 설명과 사진은 좋다. 책을 읽다보면 몇몇 반가운 이름들을 만날 수가 있다. 가령,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나 우장춘 박사와 같은 한국계의 반가운 이름들을 만나면서, 인연이라는 것이 참 재밌구나를 알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그 활동 영역이 많이 겹치는 듯 하다.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라던지, 아인슈타인과 찰리채플린 같은 유명인들이 함께 서 있는 사진과 일화들은 너무나도 많다.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수제자라고 한다. 또한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부인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평생 우리가 만나보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다. 하지만, 이런 비범한 사람들끼리의 인연이 역사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걸 보자면, 운명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이들기도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인물은 가고시마에서 태어났다. 가고시마는 일본 내에서 별종인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다. 성질과 기질이 특수하며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살상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런 지역 사람들의 특색 때문에 그들은 용맹한 군대를 착출하기 좋은 지역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의 목수을 앗아간 해전에서도 이지역 군대가 일본측 주력 부대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적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 즉, 몇 대가 함께 가업을 잇고 장인 정신이 투철하며 고집스러운 일본기업인들의 모습이 교토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교토인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속내를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일본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형성 시킨 가장 중심적인 도시가 쿄토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자주 찾던 라면집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라면집이 무려 70년이 넘었다고 하니 일본의 문화보존력은 정말로 엄청나다. 물론 인테리어를 다시 했겠지만, 사진 속에 나오는 라면집은 너무 세련되었다.

그의 경영철학은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회사의 중심이 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는 일부는 공감을 하지만 일부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물론 있었다. 내가 직원들과 함께 일할 때, 나도 '리더의 자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떤 게 좋은 리더일까? 라는 고민은 아무리 해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면, 일부 직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나태해지고 리더에게 일을 넘기기도 했고,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다보면, 영화의 대사처럼, 그것이 곧 권리라고 생각하는지 당연하게 받아드리는 경향도 있었다.


그렇다고 강하게 밀어 붙이면, 그 또한 금방 지치기도 했다. 때로는 카리스마 있고, 때로는 유한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관리자로 있을 때, 점심시간에 항상 직원 한 명, 한 명에가 값비싼 점심 식사를 사비로 제공 했었다. 한끼에 식사비용이 4만원 가까이 나오고, 아침에는 항상 생과일 주스를 사주었다. 그렇게 1년을 하고 보니, 내가 직원들을 위해 사용한 사비용만 대략 3000만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진정한 리더쉽은 간단히 말해서,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통해, 직원들에게 사명감을 부여해주고, 빠른 업무와 능률로 성과를 만들어 내면, 그에 합당한 댓가를 금액이나 시간으로 지불해주는 것이 라고 생각이 든다.

유한 리더는 직원으로써 매우 좋다. 하지만, 그런 리더는 속이기 쉽고, 직원 자체로도 나태해지기 쉽다. 리더가 만만하면, 리더가 하는 일에 대하 쉽게 못마땅함이 느껴지고, 존경함이 사라진다.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의 카리스마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뒤로 갈수록 한국과의 비교가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는 재밌게 잘 보다가, 한국이 언급되는 부분만 나오면 어쩐지 조금 불편해지기도 했다.


사실 사대주의에 아직도 젖어 있기에는 대한민국의 저력은 분명하게 있다. 우리는 지난해 기준 IMF의 세계경제 전망 데이터 베이스 자료에서 PPP기준 1인당 GDP가 3만 7천542달러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이제 곧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모든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지금 시대에 태어나면, 나라를 구할 영웅이 될 수 없을 수도 있고, 유관순 누나가 지금 시대에 태어나면 그냥 평범한 여고생으로 자랐을 지도 모른다. 아주 복합적인 사회와 경제, 문화, 역사가 어울러져가며, 한 개인의 특성에 대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면, 그것이 그 사람의 역량을 키우고 사회에서 주목 받게 하는 영웅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의 철학에서 분명하게 배울 점은 있다. 배울 점을 배우고 취할점을 취하지만, 결코 자신을 낮추고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은 것 같다. 사실 나는 뉴질랜드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연히 이민을 하게 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에 대해 불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되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모조건적인 낙관론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질서에서 리더 국으로 그 역사를 다시 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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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의 역설 -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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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번영의 역설'

제목부터 관심을 끈다. 그 밑으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어떤 나라는 왜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번영하지 못하는가? 이에 대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단어를 꼽으라면, 두 말 할 것 없이. '비소비'이다. '비소비'란 잠재적인 소비자가 자기 삶의 특정 측면에서 어떤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편하고 저렴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소비할 능력이 없는 계층을 타겟으로 소비계층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투자야말로 진정한 번영으로의 길이다.


이는 곧 혁신과 이어져 있다. 여기에는 '헨리 포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의 자동차는 부자들의 사치품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들어가기도 했다. 위대한 혁신가들이 모두 그랬듯 핸리포드 역시 그것이 갖고 있던 역설의 틈을 파고든다.

'어느 정도의 봉급생활자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

당시의 헨리 포드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비웃음을 샀다. 터무늬 없는 망상가는 언제나 우리의 비웃음거리지만, 결국 우리는 그들로 인해 변화를 얻는다. 아무것도 없던 중국인 영어 강사에게 대화를 나누자마자 단 6분 만에 204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던 손정의를 많은 사람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회사는 2020년 3월 기준 세계 5번째 규모로 구글 다음의 시가총액이 큰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시가총액 보다 39조원이나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다.

사람들의 이런 허풍 진짜 허풍으로 끝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혁신가들은 세상을 바꾸어 내고 만다. 그런 혁신가들은 언제나 '비소비'를 타겟으로 했다. 1863년 태어난 헨리 포드의 혁신적인 기질은 천성이었다. 그를 보자면, 일론 머스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의 그런 혁신가 다운 기질 때문에, 고생스러운 말년을 보내긴 했지만, 현대인들 중 누구 하나 그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자동차 생산 업체는 대부분 소비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때문에 당연히, 규모 면에서 대형화를 이룰 수 없었다. 이에 대한 고민을 하던 헨리포드가 대규모 생산 방식을 택하면서 산업은 광범위한 자원들을 끌어당길 필요가 생겼다.

그는 자동차 공장만 운영한 것이 아니라, 용광로를 가동해 철강을 생산하고, 삼림지를 관리해 목재를 생산하는 등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했다. 뿐만아니라 석탄 광산, 고무 농장, 철도, 화물선, 주유소, 제재소 그리고 유리공장도 운영했다. 이런 인프라는 결국 그 사회의 인프라로 확대되고 미국의 인프라가 되었다.

그의 혁신적인 노력 덕분에, 미국의 도로 건설에도 붐이 생겼고, 그로인해 1년 동안 4만 8000개의 전업 일자리가 만드러 졌으며, 미국 시골 학교의 출석률을 20%나 향상 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운송 비용이 줄어들면서, 더 먼거리의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고, 도시와 도시 간의 상업이 활성화 되었다. 이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헨리 포드의 예시'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의 말하고자 하는 거의 대부분의 핵심이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를 구제 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막대한 노력을 투자하지만, 그들은 가난에서 조금도 낫아지지 못했다. 이런 가난에 대한 접근을 '원조'라는 측면 보다 '투자'라는 측면으로 이끌어보자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막연한 경제적 원조는 우리 속 사자에게 생닭을 던져 주는 행위와도 같다. 항상 인간이 던져 주는 먹이에 길들어진 사자와 호랑이는 야생의 습성을 잃는다. 사냥하는 법을 잃어버린 동물원 속 야수들은 방생 후 무탈한 삶을 살지 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고기를 잡아주지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와도 같다.

빌 게이츠는 그의 막대한 재산 만큼이나 기부와 자선 활동으로도 유명한데, 2000년에 그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자신의 이름을 딴 기부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원 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이 갖고 잇는 자산만 약 56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게이츠 부부와 오랜 친구인 워렌 버핏 화장이 내놓은 기부금등을 통해 마련한 금액이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빈민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국가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무조건적인 지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나중에는 그 국가의 농업 및 산업에 대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것 또한 일종의 '번영의 역설'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는 오래전 부터 전 세계의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개발 국가, 개발도상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농업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농업이 발달하게 되면, 사람들의 자녀는 더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를 육성시킬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잇다는 것의 그의 뜻이다.

이 책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살핀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목적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개발 산업 종사자들과 신흥 시장에서 기업을 세워 성공하고자하는 투자자 혹은 혁신가나 기업가들을 위해 쓴다고 밝혔다. 작가인 클레이튼 M,크리스텐슨은 이 책에서 좋은 예시로 한국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왜그런고 하니, 그는 1970년초에 한국에 선교사로 2년을 보내는 일 부터 시작해 한국과 인연을 맺고 왔다. 꽤나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한국 사랑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그의 철학이 세워지는 과정에는 한국이라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매우 크나 큰 작용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의 예시를 드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글을 읽는 몰입도가 높아지게 하기도 했다.

책은 꽤나 두껍다. 대략 450쪽 정도의 분량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를 보며 책을 읽느라 거의 4일~5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다. 경제서적은 아니면서 그렇다고 사회문화 서적도 아니고, 인문서적도 아닌 모호한 매력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는 비단 국가에만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개인사에서도 번영의 역설은 언제나 존재한다. 빈곤과 결핍이 주는 성장 동력은 국가를 운영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데에만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가 성장하기 위해, 남들이 놓치고 있는 빈곤과 결핍의 빈틈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 또한 매우 좋은 교재가 되어준다.

책을 읽다보니, 꼭 표시 해두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표시를 하다보니, 더덕 더덕 지저분 하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언젠가 분명 다시 이 책을 재독하고 또 재독할 날이 있을 걸 알기 때문에, 붙어있는 표시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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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승자의 법칙 - 디지털 전환시대 경영 레볼루션 전략
홍기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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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에서 발간한 '플랫폼 승자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좋다. 가장 핫한 주제이자, 가장 궁금한 주제이기도 한 플랫폼 사업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부풀었다. 책은 얼핏 보기에 굉장이 얇다. 하지만 야무지게 알찬 내용으로 구성했다. 구성이 깔끔하고, 책질감이 좋다. 내용은 더할 나위가 없다.

요즘은 '언택트'라는 말이 유행한다. 언택트란 콘택트의 반댓말이다. 영어를 조금 공부하면 우리는 접두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물론 영어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들도 마찮가지다. contact라고 하는 단어는 con(함께)이라고 하는 접두사와 tact라고 하는 접미사가 붙어 생긴 말이다. contact(접촉하다)말고도, intact(온전한, 전혀 다치치 않은)이라는 뜻도 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언택트 또한 Untact이다. tact는 touch에서 나온 말이다. 접촉을 뜻한다.

어린 시절 제5원소 영화를 본 적 있다. 거기에 인간을 알뜰 살뜰 챙겨주는 인공지능 비서가 나온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장면은 콧방귀가 뀌어졌다. 전자레인지 같이 생긴 깡통 로봇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말한다니...

'정말 영화 같은 설정이군'

하지만 지금 나의 핸드폰 측 면에는 제5원소의 인공지능보다 훨씬 가벼운 녀석이 달려 있다.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시원찮은 성능이라는 것은 함정이지만,

다시 영화를 보면 소름 돋을 만큼 우리는 그 영화배경의 초입에 서 있다. 이런 도서가 공상과학스럽지 않고, 코 앞에 닥친 경제와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 당시의 미래가 우리 코 앞에 왔음을 알려준다.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했다. 세계의 경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쥐고 있다. 때문에 FAANG과 같은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과 같은 우리나라 플랫폼 회사의 능력에 대해 적지 않은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의 플랫폼 시장이 미국처럼 커지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한다. 과연 그것이 그 기업만의 문제일 뿐일까?

이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구조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수입이 광고 등에서 발생한다. 즉,광고주는 노출이 많이 되는 플랫폼에 그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자들은 플랫폼 기업에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과 이용자 사이에 금전관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 편리하고 값 싼 플랫폼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한다.

되려, 더 많이 쓸수록 광고주와 플랫폼 기업, 그리고 이용자 셋이 만족하는 결과가 이루어진다.

이런 구조가 유지 되려면, 가장 먼저 기업이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한 페이지에 머무는 사람이 100명일 때와 1만 명일 때의 광고주가 기업에게 지불하는 광고 수입이 달라진다. 또한 많은 이용자 확보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플랫폼 회사의 경우에는 자신의 플랫폼이 무료로 더 많이 배포될 수록 노출빈도가 높아지고 그 노출 빈도가 광고수입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와 인구이다. 이는 몹시 중요하다. 한국어로 써 놓은 페이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고 해도, 이용자는 5000만명을 넘기 힘들다. 하지만 영어 가능 인구가 15억 명이 넘는다. 이와 마찮가지로 중국어 사용 인구도 15억명이다. 이 두 언어사용 인구만 30억이 넘는데, 광고주 입장에서 굳이 노출 빈도가 적은 한국어 사용 국가에 광고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이자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같은 페이지를 올려도 미국, 영국, 인도, 호주에서 노출이 가능하다면, 광고를 부탁했던 제조회사는 어렵지 않게 영어권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광고의 효과를 다국적으로 늘릴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미국의 화폐과 기축통화라는 것도 그렇다.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달러를 미국달러로 바꾼 뒤, 다시 미국 달러를 한국 원화로 환전해서 송금했다. 환전의 절차가 2번이나 발생하는 이러한 시스템이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 때문에 비지니스할 때 우리는 귀찮음 없이 바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한다. 이는 상업이나 광고에서도 마찮가지로 발생할 것이다.

미자막으로 그 국가 산업의 파이다. 이미 그 국가가 상당한 수준의 내수경제를 지니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그 산업이 갖고있는 기본적인 데이터 베이스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내수만으로 경제 성장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은 내수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다. 때문에 자국에서 발생된 플랫폼으로 자국의 광고를 이용하면 초기 성장단계에서 빠르게 시작 할 수가 있다. 또한 이미 시장의 자본 축적이 충분한 미국이 가장 유리하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충분한 이용자가 있어야 한다. 충분한 이용자가 기업이 개발한 플랫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광고가 붙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노동시간이 적어야한다. 코스타리카와 멕시코가 아니면, 가장 많은 근로시간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은 플랫폼 기업이 살아가기 쉬운 생존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이득을 보는 것은 플랫폼 기업만아 아니다. 광고주는 광고효과를 볼 수 있고, 이용자는 생산성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즉, 플랫폼 생태계에서 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이득을 볼 수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환경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다. 때문에 우리 국민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최첨단 플랫폼을 사용한다.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적에 내 집은 Rangiora에 있었다. 영화에 보는 아름다운 정원에 깔끔한 마을이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이 내가 살던 마을 전체가 인터넷은 커녕 전화통신 안테나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저렴한 영화를 서비스 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비용이 거의 DVD를 빌려보는 수준으로 나온다.

이런 저렴하고 고품질의 인터넷은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상품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산업의 확장과 효율을 극대화 시키고 소비와 생산 모두에 적극 기여한다.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의 개념을 선보였던 네덜란드는 소유의 공동화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런 네덜란드의 패권은 얼마 후 영국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그 패권을 다시 앗아오기 위해 전쟁을 버리거나, 자국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 발악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 현명하게도 떠오르는 영국이라는 패권국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또 다른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의 역할은 자신의 갖지 못한 플랫폼 산업에 열등의식을 갖기보다 플랫폼 산업의 확대를 지지하고 조력하는 보조자의 역할로 부상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규모가 커질수록, 반도체나 소재, 배터리 산업 등의 규모가 커질 것이고, 우리가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고자 기존 제조업을 내핑게 칠 경우, 그 산업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경쟁국에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국의 플랫폼 산업의 확산에 가장 큰 수혜국이 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다 합친 것 보다 훨씬 많은 아시아 시장은 플랫폼 기업에게는 열지 않은 꿀단지 같은 곳이다.

이런 아시아의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여러 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 컨테츠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분석한 그 컨텐츠는 한류이다. 중국에서도 통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통하며, 싱가포르에서도 통하는 문화 컨텐츠 하나를 발전 시키면, 그 컨텐츠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아시아 시장의 구독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한국의 문화산업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하며, 우리는 '킹덤'과 같은 블록보스터 대작을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어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타다'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타다'와 '기존 택시'와의 갈등은 지난 시간 동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에 동력이 될 미래 산업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시험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 변화의 변곡점에 있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갈등이기도 하다. 비슷한 문제는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의 많은 사람들은 역사를 배울 때, 흥선대원군을 답답한 노인네로 평가한다. 하지만 흥선대원국의 쇄국정책은 당시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쩌면 당시의 최선일 수도 있다. 서양 문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시기를 늦춰 근대화를 지연 시켰다는 평가 또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생산성 낮은 국가가 생산성 높은 국가와 FTA를 체결 하는 것은 자국 산업을 망치는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농업을 하던 조선이 프랑스, 미국, 영국 등과 자유로운 무역을 했다면, 상대국의 사치품이나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하여 상류층의 삶이 조금더 윤택해지고 국가의 근대시기를 앞당겼을지는 모르겠지만, 값싸고 질 좋은 수입품은 국내 산업을 망가트리고, 국외로 반출되는 쌀 값이 폭등하면, 백성의 삶이 빈궁해진다. 변화되는 산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갈등이다.

책을 읽으면서 놓치면 안되겠다 싶은 부분을 표시하다보니, 상당히 촘촘히 표시가 되었다. 고로 하고 싶은 말도 많다. 독후감에 다 쓰지 못한 부분은 블로그 '경제'란에 작성하여 다 풀지 못한 분을 몇 회로 나누어 풀어야겠다.

진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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