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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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농생명공학부에서 '식물 형질 전환'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은, 현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 생물 교사이신 이고은 선생님이 집필한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나'와 '우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도서이다.

표지 그림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을 점으로 표현한 점이 사랑스럽다.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해주고 있다.

전체 130페이지 분량에, 총 2부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는데, '1부-나는 누구일까?'에서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총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2부-우리는 누구일까?'편에서는, 나와 다른 타인을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 설정에 대한 다섯 가지의 물음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특별히 과학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책 속 흥미로운 소재를 따라가다 보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부에서는, "비만은 당뇨와 같은 각종 만성 질환을 일으키는 건강의 적이지만, 국내 비만 환자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조상들의 후손이라서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p.15)라고 하여 비만을 개인의 나쁜 습관 탓으로만 돌리지 않아도 될 위로를 건넨다.

'언제부터' 나인지, '어디까지 바뀌어도' 나인지에 대한 생명과학적 분석을 한 후, 결국 "나는 '나'입니다. 그러나 "내 몸 어디까지가 나인가?", "어디까지를 잃고 어디까지 교체되어도 나를 나라고 부를 것인가?"는 무척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더불어 어느 수준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함께 다루어야 하지요. 지금은 막연히 나의 기준이 뇌 혹은 기억이라고 대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나의 경계를 묻는 이 문제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본문 p.42)라고 규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나와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바라보는 시각 차가 생겼을 때, "보는 세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배려하면 더 끈끈한 우정을 맺을 수 있을 거예요."(본문 p.76)라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는 100퍼센트의 순수함은 없다며, 우리는 모두 뒤섞인, 혼합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의 생김새나 특성이 우리 집단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과 호기심의 시선의 대상이 되거나 경외심, 동정심의 근거도 못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세계 인권 선언 제2조'의 내용을 소개하며, '평등'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을 주문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본문 p.88)

또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도 유명한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이자 동물 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우리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유전자를 담고 있는 생물의 몸 속 자원을 사용해서 자기를 최대한 많이 복제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어요. 후대에 자신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서 말이죠."(본문 p.102)라고.

더불어, '묵비권 행사와 한 명만 침묵을 지킬 시 더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수사관의 달콤한 제안에 자신만 혼자 묵비권 행사로 혼자만 손해보기 싫어서 용의자들이 각각 범죄를 자백한다는 원리인 '죄수의 딜레마'의 개념도 소개하면서 과학자들이 컴퓨터로 이 실험을 반복하자 가장 우월하게 떠오른 전략은, "처음에 내가 협력했는데 상대가 배신하면 다음 번에는 배신으로 보복하고, 상대가 협조하면 다음에 협조로 보답하는 '맞대응(tit-for-tat)'원리(본문 pp.111-112)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예로, '코스타리카의 흡혈박쥐'를 들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의 가장 마지막 단락에서 저자는 우리의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당부한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마세요. 남들이 잘하는 분야를 나만 못한다고 스스로 다그치지 마세요. 그 대신 여러분이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재능을 보이는 자신만의 지능을 찾으세요. 그 지능과 관련된 분야를 발전시키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인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깨닫게 될 거예요."(본문 p.125)라고.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저자는 '마치며'라는 책의 말미에서 최종 이 책의 구성을 한 단락으로 정리해주셨다. 또한, '참고 문헌과 이미지 출처'까지 확실히 밝혀주고 계신다. 참고 도서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한창 많은 고민과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타인간의 관계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를 주요 독자층인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 청소년기의 불안한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이해하고 서로 갈등을 줄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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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 - 두려움 없이 인생에 온전히 뛰어드는 이들의 5가지 비밀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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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신 3도 화상, 생존 가능성 0퍼센트를 이겨내고 열정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는 세계 최고의 모티베이터이자, 전 세계를 감동시킨 베스트셀러 <온 파이어>의 저자"(앞쪽 책날개 참조)인 '존 오리어리'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실 자신의 인생 경험과 일상을 공유해주고 있어서 어찌보면 '에세이'같지만, 단순한 일상과 인생 경험의 열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화상 치료 투병기와 일상 중 자녀와의 대화 속에서도 소소하게 깨달은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풀어놓고 있기에, 결국, '철학'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또한, 표지에 '두려움 없이 인생에 온전히 뛰어드는 이들의 5가지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 이 책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5가지 감각인 '경이감', '기대감', '몰입', '소속감', '자유'를 각 1부씩 총 5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부-경이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라"편에서는, '경이감'을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혁신적 사고와 무한한 가능성을 낳는 기회가 답, 해결책을 끈질기게 찾는 감각"(본문 p.18)이라고 정의하고, 감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욕구인 호기심과 모험심을 발휘해 타인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2부-기대감, "처음 경험했을 때의 강렬한 감동을 되찾아라"편에서는, '기대감'을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근사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굳은 확신을 품고 미래를 기다리는 감각"(본문 p.94)이라고 설명하며, 저자는 아들 패트릭과 함께 참관하려 갔던 2017년 여름,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더운 날씨에도 굳이 야구 글러브를 챙겨 끼고 있던 아들 손에 필드를 벗어난 공이 꽂히는 경험을 한 일화를 소개하며, 아들이 공을 받게 된 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닌 꼭 공을 받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글러브를 챙겨서 손에 끼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강조한다.

'3부-몰입, "매순간 완전히 몰입하는 집중력을 길러라"편에서는, '몰입'에 대해 "사방에 널린 생의 선물을 음미할 수 있도록 주변 세상에 완전히 집중하고 몰두하는 감각"(본문 p.156)이라고 정의한 후, 몰입의 감각을 살려 생산성을 높이되, 적절한 휴식도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 번에 모든 일을 다 하려 하지 말자. 한 번 잡은 일에는 깊이 몰두하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자."(본문 p.180)라고.

'4부-소속감, "타인을 진심으로 받아들여라"편에서는, '소속감'을 "나 자신이 가치 있고, 어딘가에 속하며, 퍼즐에 없어서는 안 될 조각이라는 확신이 들 때 느껴지는 위안과 평화, 기쁨의 감각"(본문 p.234)이라고 정의한 후, "타인과 교감하려면 타인을 배척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경계를 풀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 해도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세상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본문 p.242)라고 강조한다.

'5부-자유, "경기장 밖에 머물지 마라.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편에서는, '자유'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인생에 모든 걸 거는 감각."(본문 p.300)이라고 정의하며, "옳지 않은 일을 알아보는 능력. 모두가 옳지 않은 일을 두고만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능력. 스스로 개입해 목소리를 내고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보다 더 중요한 대의를 위해 인생을 거는 능력"(본문 p.337)이라고 첨언한다.

의료인들은 세상 모든 외부통증 중 화상으로 인한 고통이 제일 극심하다고들 하는데, 당시 아홉 살이던 소년이 느꼈을 전신 3도 화상의 고통의 강도는 얼마나 셌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고통속에 생존의 가능성이 희박한 순간에도 강인한 어머니를 비롯한 온가족의 진심어린 사랑으로 마침내 극복해 낸 존 오리어리의 철학이 담긴 이 책, <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을 읽으며, 부모님이 사주셨던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자.
자유가 방종이 아닌 책임 안에서만 더욱 가치 있음을 상기하며.

'소통'과 '화합', '연대'란 이름으로, 한층 경이롭고 기대감에 차서 몰입하며 소속된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본 서평은 갤리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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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사라지고 있어 -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환경 탐험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
엘레나 판토하.안드레아 베르가라 지음, 파블로 루에버트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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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봄출판사가 세계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하는 어린이 시민을 위한 사회 교양서인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시리즈의 다섯 번째 도서이다. 그림책의 형식을 빌었지만, 63페이지나 되는 책의 분량은 기존 유아 대상 그림책과는 사뭇 다르다.

표지는 '핑크빛 미래'라는 표현이 '전망이 밝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듯, 앞·뒤 표지를 전부 핑크색 표지로 기획한 것은 현재의 기후 위기를 우리 지구인들의 실천과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해서 안정된 지구 상태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담고 있는 듯하다.


 


앞·뒤 면지에는 초록 지구로의 회복을 꿈꾸며 지구인들과 여러 생물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빼곡히 배열해두고 있다. 마치 최근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자리잡은 '미니멀라이프'를 권장하듯.

지구사랑을 표방한만큼 표지부터 내지까지 비코팅지를 사용하였고 그림책으로서는 드물게 그림 작가 외에 엘레나 판도하·안드레아 베르가라 두 작가가 글을 쓴 공저자의 작품이라 더욱 남다르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환경 탐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목차상 총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기술되었다.


 


 

'1. 아름다운 지구를 소개할게!'편에서는, "지구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바로 지구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니까 말이야."(본문 p.4)라고 하여, 태양계의 행성 중 세 번째인 지구의 속성에 대해 소개하며, 인류의 시작과 현재 지구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계절 변화의 원인, 서식지의 개념과 종류, 물의 순환, 무지개 등과 같은 과학적인 자연 현상과 각종 동물의 종(種)생물학적인 분류에 따라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2. 생명이 살아 숨쉬는 지구'편에서는, 1편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육지의 동식물과 하늘을 나는 조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꽃과 곤충들, 땅에 사는 동물들, 나무들, 하늘을 나는 새, 땅에서 자라는 곡식과 채소, 시골에 사는 동물들 순으로 기술한 다음, 맨 마지막 꼭지로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하자"(본문 p.36)라며, 동식물로부터 얻은 식재료와 식품, 양털과 같은 섬유재료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지구의 기상이변이나 지구의 모든 아픔을 알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꼼꼼하게 책을 읽으며, 책에 소개된 동·식물들의 이름도 알아두고, 일상의 작은 실천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뒤 속지에 소개된 이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시리즈의 다른 구성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지구 생명체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본 서평은 다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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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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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한 케이블 채널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천재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됐었다. 당시 실제 자폐스펙트럼 장애우의 가족들은 동질감보다는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자신들의 자녀늘 기초적인 학습이나 사회적 규범도 익히기가쉽지 않은데 그 어렵고 까다로운 법률지식에 해박한 변호사라니...공감하기 힘들다고.

사실 이 책의 저자 '카밀라 팡'도 책날개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를 진단받았음에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물화학 박사 과정을 마쳤단다. 이후 생물화학ㆍ물리학ㆍ회학ㆍ통계학ㆍ역학ㆍ광학ㆍ컴퓨터과학ㆍ정보과학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는데...내가 만약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부럽다 못해 화가 날 것도 같다. '왜 우리 아이는 이 정도인 거지?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걸까? 저렇게 유럽 선진국에서 교육을 시켰으면 좀 더 나아졌을까?...등의 생각이 들면서.

어쨌든 이 책은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 카밀라 팡이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터득한 일종의 '처세서'쯤 된다고 하겠다. 인간들의 본성이나 습성, 행태 등에 맞추어 자신과 같은 자폐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겪을 법한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비장애인인 독자들에게 자폐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해준다.

앞, 뒤 책날개에 이 책의 '들어가는 말-내가 이 행성에 온 이유-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다. "내게 과학은 잠겨있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다."(p.14)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일상 생활 속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한 여러 처세술을 열 한가지의 장(Chapter)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숨쉬는 것만큼 익숙한, 저자 자신이 연구하고 터득한 전문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Chapter 1.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머신러닝과 의사 결정'편에서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에 대해 소개하며, 인간의 뇌에서는 수많은 선택지로 뻗어나가는 '의사결정나무'와 같은 두뇌회로가 작동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내가 머신러닝의 관점을 유용하게 사용했던 건, 이 관점이 인류의 선천적인 무작위성과 불확실성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쉽게 수용하기 때문이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의 방식은 내가 무서워할 상황을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상황이 잘못된 쪽으로 흘러갈 때에 더 잔 대비하도록 돕는다."(본문 p.47)라고 하였다.

'Chapter 2.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생물화학, 우정, 그리고 다름에서 나오는 힘'편에서는, 저자는 자폐인으로서 사회성 결여의 문제를 "내가 관찰한 바 사회적 동물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선호도를 희석했다."(본문 p.53)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중요한 분자인 단백질의 수용 능력에 대한 예를 들어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단백질에서 배울 가장 중요한 교훈은 타인과 더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일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달리 단백질은 다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설명한 것처럼 단백질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선택해서 다양한 유형의 단백질과 조화롭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덕분이다."(본문 pp.74-75)라고.

'Chapter 3.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열역학, 질서와 무질서'편에서는, 간단한 방 정리와 같은 일이 힘든 상황을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물건을 접거나 쌓고 모든 물건이 놓일 자리를 마련하며 이불과 씨름하는 일이 고통스러워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자연히 무질서로 항하는 환경에서 엔트로피(무질서)를 낮추려 애쓰기 때운이다."(본문 p.91)라고. 그러니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무질서를 수용하고 즐기는 것이 곧 살아있음의 정의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지루하고 침체할 것이며, 에너지 측면에서도 인간의 진화에 불리할 것이다. 무질서가 없다면 당신은 무생물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자처럼 말이다.(내 의자는 빼고. 이미 임자가 있으니까)."(본문 p.106)라고 하여 무질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을 강조한다.

'Chapter 4. 두려움 다루는 법-빛, 굴절 그리고 두려움'편에서는, 두려움을 빛에 비유하여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의 굴절되는 현상처럼 정신 프리즘을 이용해 공포를 굴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우리를 압도하는 무언가에서 우리가 통제하고 온전히 수용할 힘으로 바꾸려면 프리즘의 분산 효과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단순히 우리의 삶에서 몰아내기보다는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려움이 필요하며, 두려움은 영감을 얻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겁에 질렸을 때, 우리는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대상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떠올린다."(본문 pp.127-128)라고 재차 강조한다.

'Chapter 5. 조화를 이루는 법-파동설, 조화운동과 자신만의 공진주파수 찾기'편에서는, "파동의 관점에서 인간은 빛, 소리, 조류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인간의 성격, 관계, 감정은 파동처럼 진동한다."(본문 p.133)라고 하며, "특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공명이다. 공진주파수가 일치하는 사람과 작업환경, 사는 곳은 당연히 우리를 북돋운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을 바쳐 공명을 찾아다니고, 본질적인 평화와 성취감, 행복을 안겨줄 친구, 반려자, 직업, 가정을 찾아다닌다. 이 탐색은 반드시 자신의 파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파장에 공감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삶의 추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리듬과 그에 맞춰 내가 춤추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본문 p.153)라고 부연한다.

'Chapter 6. 대중에 휩쓸리지 않는 법-분자동역학, 순응과 개성'편에서는, 군중의 개념을 집단의 행동으로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집안을 이루는 수많은 개인으로 정의되는지를 규정하는 일에 분자 운동 개념을 도입하여 입자가 움직이는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인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과 장기간의 동역학계 연구에 활용되는 수학적 개념인 에르고딕 이론 erogodic theory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서 개성과 순응은 대등한, 때로는 정반대의 힘을 행사한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과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공존하는 충동이다. 우리는 집단이라는 맥락에서만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개인이다. 20년 넘게 집단을 연구한 결과는 모두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맞서 싸우기보다는 수용해야 할 이중성이다. 나와 우리 사이에서 균형을 창조하려는 난투에서 궁극적인 승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과 집단 모두 우리 삶에서 맡은 본질적인 역할이 있으므로 둘 다 존중되어야 한다. 개인도 집단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제공한다."(본문 p.173)라는 결론을 짓는다.

'Chapter 7. 목표를 이루는 법-양자물리학, 네트워크이론과 목표설정'편에서는, 스티븐 호킹에 매료된 저자가 삶의 목표를 세울 때 필요한 과학적 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파동을 연구하는 양자역학 분야와 대상이나 사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이론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를 세우고 지키지 못할까봐 생기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삶에서 충분히 진보하지 못해서, 혹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걱정스럽다면, 과학으로 자신을 안심시키도록 하라. 그런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불안감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경로를 수없이 모의실험하는 렌즈 역할을 하므로 유용하다."(본문 pp.204-205)라고 조언한다.

'Chapter 8. 공감하는 법-진화, 확률, 그리고 관계'편에서는, 저자는 인간관계의 확장을 줄기세포에 비유하고, 복잡한 인간관계 안에서의 여러 감정의 교류를 알아채는 데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퍼지논리를 활용하라 조언한다.

그러면서, "관계는 과학과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과학이 관계를 더 잘 다루도록 도와줄 방법은 많다. 그 중 하나가 진화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진화가 어떻게 인간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는지, 우리의 삶에서 진화가 계속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관계는 절대 고정적이지 않으며 그렇게 다룰 수도 없다. 관계는 두 사람 이상의 필요와 욕구, 희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지속하는 역동적인 독립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본문 p.229)고 강조한다.

'Chapter 9.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법-화학결합, 기본 힘과 인과관계'편에서는, 행간의 의미나 작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문학작품 등을 다루는 국어 과목이 학창 시절 항상 어려웠다는 저자는 문학작품 속 인물간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탄젠트 Χ, 항상요."라고 대답한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에게 익숙한 과학 개념과 벅찬 인간 문제 사이의 연결고리가 불현듯 보이는 순간들을 다양한 원자와 분자의 계가 서로에게 반응하고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화학결합에는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이 있음을 소개하며, "결국 인간은 원자가 서로 결합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안정성, 안도감, 그리고 홀로 있을 때 부족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원자처럼, 이런 결합은 오직 꼭 맞는 파트너와 올바른 이유로 만들 때, 그리고 자신의 선천적인 안정성이 결합을 유지할 만큼 충만할 때만 형성할 수 있다."(본문 p.248)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관계를 지배하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든 요소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자신이 최근에 겪은 가장 소중한 우정이 부서지는 일을 겪은 사실을 밝히며, 결합의 부서짐 즉, 관계가 부서지더라도 결국 또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Chapter 10. 실수에서 배우는 법-딥러닝, 피드백 고리와 인간의 기억'편에서는, 자신과 같은 "ADHD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항상 잊는다."(본문 p.263)며, "기억은 과거에서 만들어지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재와 미래의 의사 결정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선택한 것은 삶에서 마주치는 온갖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인공지능에서 영감을 받은 올바른 비틀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을 잠재적인 무거운 짐 덩어리에서 가장 중요한 힘의 근원으로 바꿀 수 있다."(본문 p.266)고 설명한다.

이렇듯, 인간의 기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예로 딥러닝의 주요 도구이며 머신러닝의 부분집합체인 '인공신경망'을 들고 있다. 뇌의 뉴런에 해당하는 인공신경망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연결에 부과된 가상의 '가중치weight'이며, 이는 네트워크와 출력에 영향을 미친단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장의 말미에서 "우리는 기억 없이는 살 수 없기도 하다. 내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기억은 우리 인류의 너무나 본질적인 요소라서, 결함 있는 엔진 부품처럼 단순하게 제거할 수 없다. 컴퓨터처럼 기억을 포맷하려면 절대로 적절하게 대체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즉 이 강력하고 때로는 위험한 우리 자신의 근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조정하는 것이다."(본문 p.287)라고 말하여, 나쁜 기억들은 좋은 기억으로 중화시켜가며 좋은 기억을 먼저 기억하는 등의 노력으로 안도감이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Chapter 11.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게임이론, 복잡계, 그리고 예의'편에서는, 저자가 특히 이론으로 연구하기 힘든 예의범절에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복잡한 예의범절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을 적용할 수 있는데,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복잡계를 나타내는 모델링 방법으로, '에이전트'(사람이나 동물, 그 외 계에서 독립적인 행위자를 가리킨다)가 전체 계와 주변의 다른 에이전트와 나누는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측정한다."(본문 p.296)라고 하여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예의범절을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나 집단, 지역과 세계의 균형은 인간 행동의 본질이다. 자신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특정 사회 규칙이 보편적이든 구체적이든 간에 상관없이 규칙에 순종하고 있다."(본문 p.298)고 하여 사회 속에서의 개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장에서 말하는 '인간처럼 행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당신이 사람들에게 남긴 인상과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설사 당신이 틀렸더라도, 노력했다는 자체로 가치 있다."(본문 p.312)라고 하여, 저자는 자폐인이거나 ADHD진단을 받은 사람도 노력하면 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그 어려운 예의범절도 부단히 노력하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그 노력을 알아봐주고 마침내 소통도 일정 부분 가능하리라고 조언한다.

'나오는 말'부분에서 저자는 드디어 이 책의 제목이 된 주제로 책을 쓰게 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이라고.

"과학과 삶의 위대한 공통점은 둘 다 같은 부분에서 좌절감을 안겨주며, 안내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준다는 점이다."(p.315)라고 하며,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역할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이 했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과 마음은 운동선수와 같아서 인식, 기억, 사고 과정, 공감을 향상하려면 훈련해야만 한다. 헬스장에서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듯이, 이 과정도 빠른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므로, 하룻밤 새에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원한다면, 그리고 운동선수이 헌신을 보여줄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설명했던 개념과 기술은 근본적으로 훈련법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훈련하고 받아들여야만 유용하다. 과학처럼 장기전이다."(p.315)라고 강조한다.

아마 이 책을 통틀어 저자가 한 말을 종합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일은 믿기 힘들 정도로 좌절감을 준다. 이 모든 일을 해내도 당분간은,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낙담하고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보상은 어느 날 변화가 당신에게 살금살금 다가올 때까지 인내하고 불확실성과 자기 회의감을 극복하는 데 있다. 이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우리는 계획할 수 없다. 그저 일에 착수하고 과정을 신뢰할 뿐이다."(p.316)라고 끝을 맺고 있다.

저자 카밀라 팡의 첫 책으로서 2020년에 출간되었고, 이 저서로 영국황립학회에서 '최고의 과학책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가히 그럴 만하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성인ADHD진단까지 받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자신의 해박한 과학 지식을 총동원하여 인간의 속성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학창시절 문과였던 나는 그녀가 예시로 들고 있는 현란한 과학 용어들이에 나의 눈과 뇌세포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본문 중간중간 삽입된 카밀라의 메모 노트는 그녀의 고도화된 뉴런이 잔뜩 가지를 뻗고 있어서 한층 더 나의 시선과 신경망이 바삐 움직여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례에 과학적 이론을 접목시켜 사실적이며 구체적이다. 또한 이 책은 비단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만 유용한 정보들은 아니다. 오히려 비장애인이면서도 정서적 장애가 심각해서 비정상적 사고와 행태를 지닌 사람들이 많은 요즘,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영혼을 붙잡으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제목만큼 신선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과학 분야 도서이므로.

본 서평은 푸른숲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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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타는 임금님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 3
안도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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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너에게 묻는다>란 시로 유명하며, 어른을 위한 동화<연어>로 100만 부를 넘긴 안도현 작가님의 어린이를 위한 역사동화이다.

삽화를 그려주신 김서빈 그림 작가님도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시리즈 전편을 함께 작업해주셨다.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는 지금까지 전5권이 발간되었는데, 이번 서평 도서는 그 중 세 번째 이야기이다.
안도현 작가님의 역사 속 시대적 배경과 실제 지명을 사용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정겨운 문투에, 곁들여진 삽화가 이야기의 몰입감과 책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총 5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 무대는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천년고도 '경주'이다.

첫 번째 이야기-말하는 까마귀와 쥐

경북 경주시 남산마을 동쪽에 있는 삼국시대의 연못인 '서출지'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을 풀어내었다.
정월대보름 큰 행사를 앞두고 서출지 연못에 행차한 당시 '소지왕(신라 제21대)'과 신하들은 까마귀와 쥐가 왕의 죽음을 예언한 백발노인에게 안내하여 무사가 받아 온 '거문고 갑을 쏴라'라는 내용의 봉투의 지시대로 즉시 활을 쏘았더니, 그 안에서 왕을 암살하려던 스님과 궁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이에 까마위와 쥐에 대한 보답으로 오곡밥을 배불리 먹게 해주었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은 매년 정월 첫 까마귀날, 첫 쥐날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도깨비 대장 비형랑, 쌀이 나오는 바위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는 '진지왕(신라 제25대)'의 혼령과 인간 도화녀의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랑'과 그의 도깨비 친구 '길달'이 등장하는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비형랑의 비범한 출생을 알게 된 진지왕의 후계 진평왕이 궁으로 데려와 잘 길러서 벼슬까지 하사했는데 당최 정사(政事)에는 관심이 없고, 밤만 되면 도깨비 무리와 몰려다니며 성벽까지 넘어다니곤 하였는데, 급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이 진노하여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이에 길달을 비롯한 도깨비들은 호랑이를 몰고 궁에 나타나 왕과 궁중 사람들까지 위협하자, 왕이 "신원사(神元寺)'의 북쪽 도랑에 다리를 놓아라. 다리를 다 놓으면 비형랑을 너희에게 영영 보내 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비형랑은 사물들을 힘센 도깨비로 둔갑시켜 하룻밤만에 다리,'귀교(鬼橋)'를 놓아 비형랑은 드뎌 도깨비 무리로 돌아간다.
한편, 길달도 비형랑 못지 않게 유능한 도깨비인데, 인간이 도깨비보다 지혜롭다고 생각되어 절을 수리하던 중 마침 그곳을 방문한 부처에게 인간이 되고자 청하니, 부처님은 길달에게 많은 일이 발생할테니 우선은 좀 기다려보라 한다. 그즈음 경주에서는 대흉년이 들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데, 석굴암에 가면 쌀바위에서 굶주린 자들의 배를 채울만큼 쌀이 쏟아져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확인하러 간 비형랑과 길달은 얼마 못 가 쌀구멍이 수시로 막혀 구멍을 뚫으러 다녀야했고, 이로 인해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낀 길달은 결국 다시 만난 부처님께 그냥 도깨비로 살겠다 하니 부처가 길달을 거두기로 하자, 비형랑은 왕의 의심을 살까 두려워 여우로 둔갑한 길달이 도망치려 해서 잡아왔다고 거짓을 고해 위기를 모면한다. 이후 부처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단다.

네 번째 이야기-여덟 마리 자라의 행운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경주 이씨 '이공진'이 자신의 아내가 처가에서 선물로 받은 여덟 마리 자라를 끓여 먹으려 마루 끝에 걸어놓아다는 얘기를 듣고 냇가에 풀어 주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후손 이구호와 방생된 자라의 후손이 만나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서 조상님의 은혜를 갚으려고 자라들이 이구호에게 여덟 가지 행운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눈썰매 타는 임금님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임금님은 신라 13대 왕인 '미추왕'이다. 새벽에 혼자 대문옆 화장실에 갔다가 네 살때부터 앓고 있는 고질병인 변비때문에 잠이 달아나 그 길로 산책을 나왔다가 미추왕릉 주변을 배회하던 휘리와 미추왕의 혼령인 지박령이 만나 한겨울 밤 신나는 눈썰매 데이트를 즐긴다는 이야기. 학교에 다녀와서 미추왕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한 휘리는 차마 인적이 없는 한밤중에 눈썰매 타는 임금님의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웃음거리가 될수도 있으니 끝내 지켜주기로 한다. 

주로 저학년이 읽기에 적합하지만 <삼국유사>에 기반한 설화로 구성되어 있어 온 가족이 같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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