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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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농생명공학부에서 '식물 형질 전환'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은, 현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 생물 교사이신 이고은 선생님이 집필한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나'와 '우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도서이다.

표지 그림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을 점으로 표현한 점이 사랑스럽다.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해주고 있다.

전체 130페이지 분량에, 총 2부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는데, '1부-나는 누구일까?'에서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총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2부-우리는 누구일까?'편에서는, 나와 다른 타인을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 설정에 대한 다섯 가지의 물음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특별히 과학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책 속 흥미로운 소재를 따라가다 보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부에서는, "비만은 당뇨와 같은 각종 만성 질환을 일으키는 건강의 적이지만, 국내 비만 환자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조상들의 후손이라서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p.15)라고 하여 비만을 개인의 나쁜 습관 탓으로만 돌리지 않아도 될 위로를 건넨다.

'언제부터' 나인지, '어디까지 바뀌어도' 나인지에 대한 생명과학적 분석을 한 후, 결국 "나는 '나'입니다. 그러나 "내 몸 어디까지가 나인가?", "어디까지를 잃고 어디까지 교체되어도 나를 나라고 부를 것인가?"는 무척이나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더불어 어느 수준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함께 다루어야 하지요. 지금은 막연히 나의 기준이 뇌 혹은 기억이라고 대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나의 경계를 묻는 이 문제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본문 p.42)라고 규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나와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바라보는 시각 차가 생겼을 때, "보는 세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배려하면 더 끈끈한 우정을 맺을 수 있을 거예요."(본문 p.76)라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는 100퍼센트의 순수함은 없다며, 우리는 모두 뒤섞인, 혼합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의 생김새나 특성이 우리 집단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과 호기심의 시선의 대상이 되거나 경외심, 동정심의 근거도 못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세계 인권 선언 제2조'의 내용을 소개하며, '평등'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을 주문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본문 p.88)

또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도 유명한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이자 동물 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우리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유전자를 담고 있는 생물의 몸 속 자원을 사용해서 자기를 최대한 많이 복제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어요. 후대에 자신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서 말이죠."(본문 p.102)라고.

더불어, '묵비권 행사와 한 명만 침묵을 지킬 시 더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수사관의 달콤한 제안에 자신만 혼자 묵비권 행사로 혼자만 손해보기 싫어서 용의자들이 각각 범죄를 자백한다는 원리인 '죄수의 딜레마'의 개념도 소개하면서 과학자들이 컴퓨터로 이 실험을 반복하자 가장 우월하게 떠오른 전략은, "처음에 내가 협력했는데 상대가 배신하면 다음 번에는 배신으로 보복하고, 상대가 협조하면 다음에 협조로 보답하는 '맞대응(tit-for-tat)'원리(본문 pp.111-112)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예로, '코스타리카의 흡혈박쥐'를 들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의 가장 마지막 단락에서 저자는 우리의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당부한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마세요. 남들이 잘하는 분야를 나만 못한다고 스스로 다그치지 마세요. 그 대신 여러분이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재능을 보이는 자신만의 지능을 찾으세요. 그 지능과 관련된 분야를 발전시키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인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깨닫게 될 거예요."(본문 p.125)라고.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저자는 '마치며'라는 책의 말미에서 최종 이 책의 구성을 한 단락으로 정리해주셨다. 또한, '참고 문헌과 이미지 출처'까지 확실히 밝혀주고 계신다. 참고 도서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한창 많은 고민과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타인간의 관계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를 주요 독자층인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 청소년기의 불안한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이해하고 서로 갈등을 줄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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