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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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한 케이블 채널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천재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됐었다. 당시 실제 자폐스펙트럼 장애우의 가족들은 동질감보다는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자신들의 자녀늘 기초적인 학습이나 사회적 규범도 익히기가쉽지 않은데 그 어렵고 까다로운 법률지식에 해박한 변호사라니...공감하기 힘들다고.

사실 이 책의 저자 '카밀라 팡'도 책날개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를 진단받았음에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물화학 박사 과정을 마쳤단다. 이후 생물화학ㆍ물리학ㆍ회학ㆍ통계학ㆍ역학ㆍ광학ㆍ컴퓨터과학ㆍ정보과학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는데...내가 만약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부럽다 못해 화가 날 것도 같다. '왜 우리 아이는 이 정도인 거지?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걸까? 저렇게 유럽 선진국에서 교육을 시켰으면 좀 더 나아졌을까?...등의 생각이 들면서.

어쨌든 이 책은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 카밀라 팡이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터득한 일종의 '처세서'쯤 된다고 하겠다. 인간들의 본성이나 습성, 행태 등에 맞추어 자신과 같은 자폐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겪을 법한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비장애인인 독자들에게 자폐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해준다.

앞, 뒤 책날개에 이 책의 '들어가는 말-내가 이 행성에 온 이유-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다. "내게 과학은 잠겨있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다."(p.14)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일상 생활 속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한 여러 처세술을 열 한가지의 장(Chapter)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숨쉬는 것만큼 익숙한, 저자 자신이 연구하고 터득한 전문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Chapter 1.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법-머신러닝과 의사 결정'편에서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과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에 대해 소개하며, 인간의 뇌에서는 수많은 선택지로 뻗어나가는 '의사결정나무'와 같은 두뇌회로가 작동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내가 머신러닝의 관점을 유용하게 사용했던 건, 이 관점이 인류의 선천적인 무작위성과 불확실성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쉽게 수용하기 때문이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의 방식은 내가 무서워할 상황을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상황이 잘못된 쪽으로 흘러갈 때에 더 잔 대비하도록 돕는다."(본문 p.47)라고 하였다.

'Chapter 2.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생물화학, 우정, 그리고 다름에서 나오는 힘'편에서는, 저자는 자폐인으로서 사회성 결여의 문제를 "내가 관찰한 바 사회적 동물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선호도를 희석했다."(본문 p.53)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중요한 분자인 단백질의 수용 능력에 대한 예를 들어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단백질에서 배울 가장 중요한 교훈은 타인과 더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일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달리 단백질은 다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설명한 것처럼 단백질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선택해서 다양한 유형의 단백질과 조화롭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덕분이다."(본문 pp.74-75)라고.

'Chapter 3.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법-열역학, 질서와 무질서'편에서는, 간단한 방 정리와 같은 일이 힘든 상황을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물건을 접거나 쌓고 모든 물건이 놓일 자리를 마련하며 이불과 씨름하는 일이 고통스러워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자연히 무질서로 항하는 환경에서 엔트로피(무질서)를 낮추려 애쓰기 때운이다."(본문 p.91)라고. 그러니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무질서를 수용하고 즐기는 것이 곧 살아있음의 정의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지루하고 침체할 것이며, 에너지 측면에서도 인간의 진화에 불리할 것이다. 무질서가 없다면 당신은 무생물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자처럼 말이다.(내 의자는 빼고. 이미 임자가 있으니까)."(본문 p.106)라고 하여 무질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을 강조한다.

'Chapter 4. 두려움 다루는 법-빛, 굴절 그리고 두려움'편에서는, 두려움을 빛에 비유하여 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의 굴절되는 현상처럼 정신 프리즘을 이용해 공포를 굴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우리를 압도하는 무언가에서 우리가 통제하고 온전히 수용할 힘으로 바꾸려면 프리즘의 분산 효과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단순히 우리의 삶에서 몰아내기보다는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려움이 필요하며, 두려움은 영감을 얻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겁에 질렸을 때, 우리는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대상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떠올린다."(본문 pp.127-128)라고 재차 강조한다.

'Chapter 5. 조화를 이루는 법-파동설, 조화운동과 자신만의 공진주파수 찾기'편에서는, "파동의 관점에서 인간은 빛, 소리, 조류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인간의 성격, 관계, 감정은 파동처럼 진동한다."(본문 p.133)라고 하며, "특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공명이다. 공진주파수가 일치하는 사람과 작업환경, 사는 곳은 당연히 우리를 북돋운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을 바쳐 공명을 찾아다니고, 본질적인 평화와 성취감, 행복을 안겨줄 친구, 반려자, 직업, 가정을 찾아다닌다. 이 탐색은 반드시 자신의 파장을 이해하고 타인의 파장에 공감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삶의 추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리듬과 그에 맞춰 내가 춤추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본문 p.153)라고 부연한다.

'Chapter 6. 대중에 휩쓸리지 않는 법-분자동역학, 순응과 개성'편에서는, 군중의 개념을 집단의 행동으로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집안을 이루는 수많은 개인으로 정의되는지를 규정하는 일에 분자 운동 개념을 도입하여 입자가 움직이는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인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과 장기간의 동역학계 연구에 활용되는 수학적 개념인 에르고딕 이론 erogodic theory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서 개성과 순응은 대등한, 때로는 정반대의 힘을 행사한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과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공존하는 충동이다. 우리는 집단이라는 맥락에서만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개인이다. 20년 넘게 집단을 연구한 결과는 모두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맞서 싸우기보다는 수용해야 할 이중성이다. 나와 우리 사이에서 균형을 창조하려는 난투에서 궁극적인 승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과 집단 모두 우리 삶에서 맡은 본질적인 역할이 있으므로 둘 다 존중되어야 한다. 개인도 집단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제공한다."(본문 p.173)라는 결론을 짓는다.

'Chapter 7. 목표를 이루는 법-양자물리학, 네트워크이론과 목표설정'편에서는, 스티븐 호킹에 매료된 저자가 삶의 목표를 세울 때 필요한 과학적 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파동을 연구하는 양자역학 분야와 대상이나 사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이론 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를 세우고 지키지 못할까봐 생기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삶에서 충분히 진보하지 못해서, 혹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걱정스럽다면, 과학으로 자신을 안심시키도록 하라. 그런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 불안감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경로를 수없이 모의실험하는 렌즈 역할을 하므로 유용하다."(본문 pp.204-205)라고 조언한다.

'Chapter 8. 공감하는 법-진화, 확률, 그리고 관계'편에서는, 저자는 인간관계의 확장을 줄기세포에 비유하고, 복잡한 인간관계 안에서의 여러 감정의 교류를 알아채는 데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퍼지논리를 활용하라 조언한다.

그러면서, "관계는 과학과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과학이 관계를 더 잘 다루도록 도와줄 방법은 많다. 그 중 하나가 진화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진화가 어떻게 인간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는지, 우리의 삶에서 진화가 계속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관계는 절대 고정적이지 않으며 그렇게 다룰 수도 없다. 관계는 두 사람 이상의 필요와 욕구, 희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지속하는 역동적인 독립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본문 p.229)고 강조한다.

'Chapter 9.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법-화학결합, 기본 힘과 인과관계'편에서는, 행간의 의미나 작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문학작품 등을 다루는 국어 과목이 학창 시절 항상 어려웠다는 저자는 문학작품 속 인물간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탄젠트 Χ, 항상요."라고 대답한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에게 익숙한 과학 개념과 벅찬 인간 문제 사이의 연결고리가 불현듯 보이는 순간들을 다양한 원자와 분자의 계가 서로에게 반응하고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화학결합에는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이 있음을 소개하며, "결국 인간은 원자가 서로 결합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안정성, 안도감, 그리고 홀로 있을 때 부족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원자처럼, 이런 결합은 오직 꼭 맞는 파트너와 올바른 이유로 만들 때, 그리고 자신의 선천적인 안정성이 결합을 유지할 만큼 충만할 때만 형성할 수 있다."(본문 p.248)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관계를 지배하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든 요소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자신이 최근에 겪은 가장 소중한 우정이 부서지는 일을 겪은 사실을 밝히며, 결합의 부서짐 즉, 관계가 부서지더라도 결국 또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Chapter 10. 실수에서 배우는 법-딥러닝, 피드백 고리와 인간의 기억'편에서는, 자신과 같은 "ADHD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항상 잊는다."(본문 p.263)며, "기억은 과거에서 만들어지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재와 미래의 의사 결정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선택한 것은 삶에서 마주치는 온갖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인공지능에서 영감을 받은 올바른 비틀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을 잠재적인 무거운 짐 덩어리에서 가장 중요한 힘의 근원으로 바꿀 수 있다."(본문 p.266)고 설명한다.

이렇듯, 인간의 기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예로 딥러닝의 주요 도구이며 머신러닝의 부분집합체인 '인공신경망'을 들고 있다. 뇌의 뉴런에 해당하는 인공신경망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연결에 부과된 가상의 '가중치weight'이며, 이는 네트워크와 출력에 영향을 미친단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장의 말미에서 "우리는 기억 없이는 살 수 없기도 하다. 내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기억은 우리 인류의 너무나 본질적인 요소라서, 결함 있는 엔진 부품처럼 단순하게 제거할 수 없다. 컴퓨터처럼 기억을 포맷하려면 절대로 적절하게 대체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즉 이 강력하고 때로는 위험한 우리 자신의 근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조정하는 것이다."(본문 p.287)라고 말하여, 나쁜 기억들은 좋은 기억으로 중화시켜가며 좋은 기억을 먼저 기억하는 등의 노력으로 안도감이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Chapter 11.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게임이론, 복잡계, 그리고 예의'편에서는, 저자가 특히 이론으로 연구하기 힘든 예의범절에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복잡한 예의범절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을 적용할 수 있는데,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복잡계를 나타내는 모델링 방법으로, '에이전트'(사람이나 동물, 그 외 계에서 독립적인 행위자를 가리킨다)가 전체 계와 주변의 다른 에이전트와 나누는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는지 측정한다."(본문 p.296)라고 하여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은 예의범절을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나 집단, 지역과 세계의 균형은 인간 행동의 본질이다. 자신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특정 사회 규칙이 보편적이든 구체적이든 간에 상관없이 규칙에 순종하고 있다."(본문 p.298)고 하여 사회 속에서의 개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장에서 말하는 '인간처럼 행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당신이 사람들에게 남긴 인상과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설사 당신이 틀렸더라도, 노력했다는 자체로 가치 있다."(본문 p.312)라고 하여, 저자는 자폐인이거나 ADHD진단을 받은 사람도 노력하면 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그 어려운 예의범절도 부단히 노력하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그 노력을 알아봐주고 마침내 소통도 일정 부분 가능하리라고 조언한다.

'나오는 말'부분에서 저자는 드디어 이 책의 제목이 된 주제로 책을 쓰게 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이라고.

"과학과 삶의 위대한 공통점은 둘 다 같은 부분에서 좌절감을 안겨주며, 안내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준다는 점이다."(p.315)라고 하며,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역할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이 했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과 마음은 운동선수와 같아서 인식, 기억, 사고 과정, 공감을 향상하려면 훈련해야만 한다. 헬스장에서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듯이, 이 과정도 빠른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므로, 하룻밤 새에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원한다면, 그리고 운동선수이 헌신을 보여줄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설명했던 개념과 기술은 근본적으로 훈련법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훈련하고 받아들여야만 유용하다. 과학처럼 장기전이다."(p.315)라고 강조한다.

아마 이 책을 통틀어 저자가 한 말을 종합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일은 믿기 힘들 정도로 좌절감을 준다. 이 모든 일을 해내도 당분간은,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낙담하고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보상은 어느 날 변화가 당신에게 살금살금 다가올 때까지 인내하고 불확실성과 자기 회의감을 극복하는 데 있다. 이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우리는 계획할 수 없다. 그저 일에 착수하고 과정을 신뢰할 뿐이다."(p.316)라고 끝을 맺고 있다.

저자 카밀라 팡의 첫 책으로서 2020년에 출간되었고, 이 저서로 영국황립학회에서 '최고의 과학책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가히 그럴 만하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성인ADHD진단까지 받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자신의 해박한 과학 지식을 총동원하여 인간의 속성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 학창시절 문과였던 나는 그녀가 예시로 들고 있는 현란한 과학 용어들이에 나의 눈과 뇌세포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본문 중간중간 삽입된 카밀라의 메모 노트는 그녀의 고도화된 뉴런이 잔뜩 가지를 뻗고 있어서 한층 더 나의 시선과 신경망이 바삐 움직여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례에 과학적 이론을 접목시켜 사실적이며 구체적이다. 또한 이 책은 비단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만 유용한 정보들은 아니다. 오히려 비장애인이면서도 정서적 장애가 심각해서 비정상적 사고와 행태를 지닌 사람들이 많은 요즘,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영혼을 붙잡으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제목만큼 신선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과학 분야 도서이므로.

본 서평은 푸른숲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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