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큐레이션 - 나를 위한 맞춤 제주 여행지 320
이솔.선장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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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소도시 일본의 진짜 매력>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이솔 여행작가와 여러 신문과 잡지에 여행 관련 글을 기고중인 필명 선장인 기고가가 공통집필한 여행 도서이다.

그간 제주도를 소개하는 여행 서적이 어디 이 상상출판사 도서뿐이겠는가. 요즘은 유튜브나 SNS의 발달로 실시간 여행정보를 좀 더 현장감있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런 종이책을 고집하는 독자가 있을까 싶지만 나는 감히 주장한다. 그래도 "결국, 책"이라고. 특히 이 책은 사이즈도 일단 포켓북 사이즈가 아닌 일반 도서 형태여서 책등이 충분히 펴지니 가독성도 좋다.

게다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던 주제별로 PART1~4까지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특히 본 주제를 다루기 전 프롤로그 이후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제주도 지형을 여섯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별 특징과 대표 관광지를 간단하게 소개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란 꼭지이다. 최근 역사의식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세태에 다시 한 번 '섬'이라는 고립 지역에서 겪어냈던 여러 역사적 사건을 기억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350여 페이지의 분량에 320곳의 테마별 여행지를 알차게 담아냈다. 각 주제별 특별 코너도 있어 신선하다.

PART1 자연-제주의 품

제주의 사계절 맞춤 여행지와 제주의 속살에 해당하는 오름과 생태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번 파트의 특별 코너는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이라는 주제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속 제주도 촬영지인 '새연교', '관음사', '노을해안로'와 <내 이름은 김삼순>, <수리남>의 촬영지인 '허니문하우스' 까페도 만나볼 수 있다. 섬 속의 섬인 '우도',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추자도'도 소개한다. 그리고 역시 으뜸은 제주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이야기다. 구역별 해수욕자을 소개하고 있지만 어느 곳이나 다 예술이다.

PART2 공간-제주의 멋

미술관부터 재래시장까지 일곱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황소>의 화가 이중섭의 예술혼이 담긴 미술관부터 제주의 풍경에 매혹되어 서울을 떠나 1985년 정착한 이후, 그의 필름 속에서 작품이 된 섬, 바다, 오름, 나무, 이름없는 풀꽃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다수의 매체에도 소개된 '그림 영재'로 불리는 최연소 동화작가 전이수갤러리 '걸어가는늑대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안도 다다오 등의 세계 거장의 건축물과 여행지에서 새로운 감성을 발견할 수 있는 구석구석 동네 책방, 특별 코너인 '브루어리 투어'에서 수제 맥주 양조장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 차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과 찰리 브라운의 영원한 단짝 '스누피가든'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PART3 음식-제주의 맛

역시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다. 예로부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이 빡빡한 여행 일정 중 먹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으니, 이 책 속 열한 가지 꼭지에 소개된 맛집을 꼼꼼히 살펴보자.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녀가 직접 채취하고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재료로 한 고기국수, 갈칫국, 각재기국 등의 전통 음식부터 책 속 특별 코너인 '스타 셰프 in 제주'에서 TV요리 토크쇼에 나와 인기를 끈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들의 맛의 향연까지 즐겨보시라. 더불어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난 퓨전 핫플레이스 맛집과 현지인이 소개하는 가성비 맛집,

신선한 제철회와 호불호 없는 흑돼지구이를 맛볼 수 있는 대표 식당들을 따라 가보자. 간단 음식인 김밥도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딱새우김밥과 전복김밥도 먹어보고, 빵마니아라면 빵지순례를 위한 다양한 빵집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라.

PART4 휴식-제주에 쉼

잘 놀고, 잘 먹었으면 이제 잘 쉬어보자. 먼저 풍경이 좋아서, 커피맛이 특별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개성있는 카페를 소개한다. 또한, 이번 파트의 특별 코너에서는 '사장님은 연예인'이라는 꼭지로 제주가 좋아 제주에 정착한 '이상순', '빽가', '요조' 등이 사장님으로 변신한 연예인들의 카페와 책방 등도 소개하고 있어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다음은 숙소를 소개하는데, '물에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라는 뜻의 '자쿠지'를 품은 숙소들과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바다와 인접한 숙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마지막은 '호캉스'로 불리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맞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의 복합리조트가 소개되어 있으니 숙소 선택시 참고하자.

이 책의 제주 여행에 필요한 다채롭고 유용한 정보를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하긴 힘들다. 솔직히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우연한 기회로 제주도를 두 번 다녀왔는데 그 땐 아이의 투정을 받아내고 식사 때마다 수발 드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때가 떠올랐다. 제주도를 온전히 제대로 느끼려면 단 며칠간의 훑어보기식 여행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회와 자금 여력이 있으면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계획을 짜서 이 책 속 구역을 따라 '제주'를 온전히 알고 싶어졌다.

올 여름 여행 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짜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꼭 여름 성수기가 아니면 어떠하리. 학령기 자녀가 아니거나 비교적 회사에서 자유로운 휴가 일정을 허용해주는 직장인, 아직은 학생인 20대라면 나홀로 또는 친구나 가족과 이 책 <제주 여행 큐레이션>을 옆에 두고 알찬 제주 여행 일정을 짜 보시길 권한다.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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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성유미 지음 / 서삼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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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국제정신분석가이기도 한 성유미 로아정신클리닉 원장이 항우울제만으로는 내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기엔 많은 아쉬움이 남아 쓰게 되었다.
질문 19개에 대한 답은 담은 이 책은 심리학에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시(詩)를 함께 엮어 냈다.

포켓북 사이즈에 연한 레몬색 점착메모지를 연상시키는 표지 디자인, 그 위에 가는 펜으로 그린 강아지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 삽화는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본문 내지에도 바뀌는 상담사례를 구분 짓는 여분 페이지를 두어 저자가 소개한 시를 한번씩 필사해봐도 좋을 듯 하다.

책의 말미엔 '부록' 대신 '추신'이라는 꼭지로 '추신1-당신에게 조금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에서는 네 가지의 고민 유형, 즉 홀로서기, 현실의 벽에 좌절, 답답해서 울고 싶은 감정, 행복에 대한 고민에 대한 개별적 시 처방과 조언을 들려준다. '추신2-항우울제 대신 힘이 되어 줄 시 처방전 다시 읽기'에서 본문에서 소개했던 시들을 순서대로 모아 수록했다. 독자들이 한번 더 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맨 마지막 지면엔 시의 출처도 밝혀두고 있어서 본문에 인용된 시 외에도 원작 시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저작권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부득이하게 허락을 받지 못하고 수록한 작품에 대해서는 추후 저작권에 확인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계약한 후 저작권료를 지불하겠습니다." 라는 출판사측의 명확한 언급은 추후 불측의 송사에 대비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평소 출판사의 저작권 관련 업무가 정치(精緻)함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포케북 사이즈여서 휴대하기 편리하고 타 심리학 도서처럼 어려운 용어들로 무장한 딱딱한 심리치료서가 아니라서 좋다.
게다가 처방한 시들도 고도의 은유와 수사로 쓰여진 시가 아니라서 새롭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윤동주의 '서시' 외에도 윤동주의 시를 두어 편 더 소개한다. 그 중 꿈이 없어 고민하는 내담자를 위해 처방한 '무얼 먹고 사나'는 생소하면서도 간결해서 좋았다. 수년 전 <<동주>>라는 영화 속 장면 중 숲속을 거닐던 윤동주가 떠오르며.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본문 p.193)

꿈이 없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처방한 백창우 시인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가 이 책의 수록 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이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본문 p.195-196)

한 걸음 떼기조차, 한 글자 읽기조차 힘든 사람들 있다면, 정신과 전문의 성유미 원장님이 쓴 이 책 속 시만이라도 따라 읽고, 쓰며 한 걸음 떼고, 한 줄 읽어보자.
독하고 내성 생길지 모를 항우울제 먹는 대신.

본 서평은 서삼독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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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마음 -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해방 심리학
박상희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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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나와있는 저자 박상희님의 사진을 보면 이름은 몰랐어도 '아~이 사람' 하고 알아보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JTBC <사건반장>, SBS다큐멘터리 <사랑중독>, TV조선 <뽕숭아학당>, MBN <극한 고민상담소> 등 2,000회 이상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 때문이다. 이 외에도 2005년 샤론정신건강연구소를 창립해 18년재 소장을 맡고 있고, 2006년도에는 난임 가족 상담에 대한 기여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해방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26년차 심리상담사 박상희 샤론정신건강연구소장이 《경향신문》에서 연재한 '박상희의 구해줘! 내 맘'에서 작품을 선별하고 펴낸 것이다. 본문 속 실제 사례글은 내담자들의 동의를 얻은 후에 작성되었다.(속지 '일러두기' 참조)

차례는 총 3장으로 주제를 나누어 각각 '가족', '나', '사회'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용어사전'을 첨부하여 책 속 심리학 용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다.

1장-어쩌면 가족

코로나 델타 변이 감염 후 사망한 부모님을 제대로 된 애도도 하지 못하고 떠나 보낸 유가족, 상남자 스타일의 아버지와 내성적인 아들의 갈등, 남편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순종하는 며느리, 가정 폭력에 장기간 노출된 딸 사연 외 네 사연을 더해 총 여덟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종종 가족이 남보다 못하거나 심지어 족쇄처럼 괴로운 존재인 경우가 있다. 수개월 전 알려진 어느 유명 연예인의 가족과의 소송 소식이 알려졌다. 수십년간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그를 마치 노예와 다름없이 그의 소득과 자산을 탕진하며 자신들만 호의호식해왔다는 서글픈 사연...

삶에 명확한 정답은 없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늘 '역지사지'를 잊지 말자!

2장-어쩌면 나

필리핀으로 도피성 강제 조기유학을 다녀 온 사연, 엄마의 가출 후 아빠와 살다가 아빠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졸지에 소녀가장이 된 사연, 서울대까지 나와서 평생 가족 부양에 힘쓰다 지친 딸의 사연, 암투병 환자의 투병기, 은퇴 후 마주한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노년의 사연 외 다섯 사연을 더해 총 아홉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많은 문제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감당하는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저자는 내 스스로의 감정을 직면할 것을 주문한다. "감정을 직면한다는 것은 때로는 괴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이 느끼고 원하는 바를 알고,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치유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인정해 주고 난 후에야 비로소 편안해진다. 마음이 편안해야 올바른 선택도 할 수 있다."(본문 p.134)고 조언한다.

3장-어쩌면 사회

홀로 아이를 키우며 '아빠의 품'이라는 단체활동까지 하는 미혼부 사연, 선천적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내담자의 사연, 발달 장애인의 부모로 살아가는 내담자의 사연,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 줄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 사연, 어린 남동생이 중증 질환으로 전국을 떠도는 부모님에 의해 고모집에 맡겨졌다가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내담자의 사연 외 네 사연을 더해 여덟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과 성폭행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번 '사회'편에서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 시민이라면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장애 그 자체보다 사회적 편견과 혐오 때문에 더 많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본문 p.220)고 지적하며, 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주체의 관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친족간 성폭행 사례와 관련해서 "모든 성폭행이 몸과 마음을 파괴하지만, 어린 시절에 친족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을 받는다. 작고 어린 몸이 겪은 충격도 어마어마하지만, 가장 믿었던 존재로부터 당한 폭력으로 인해 인간에 대한 '신뢰'자체가 무너진다. (중략...)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차마 헤아릴 수조차 없는 고통이다."(본문 p.266)라고 공분하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과 관리가 필요함을 강력히 촉구하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여느 심리학 분야 도서처럼 심오한 심리학 개념이나 이론은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남녀노소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각자의 상담사례를 소개하고 내담자들에게 지지와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또한 단순한 위로를 넘어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 올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인 정부 정책 수립을 촉구하기도 한다. 각자의 사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폭력과 학대, 방임에 노출돼 있었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등 마음의 상처가 깊고 표출되지 못한 분노로 스스로를 무너뜨리기도 하였다.

결국 저자는 상담사로서 치유의 첫 단계는 주체적인 내가 되어 '나'의 상처와 똑바로 마주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적 노력에 대해 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정부 차원의 노력과 제도적 확립이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마음 돌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병원이나 상담소에 들르기 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너무 아파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 서평단으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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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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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뭔가 저릿저릿하다. '자살'을 시도했거나 하려는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져서.

이 책은 25년 넘게 자살을 연구한,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현재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교의 건강심리학과 교수 로리 오코너의 연구서이다. 2021년 영국심리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저자가 수십 년간 이어 온 자살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총 4부로 나누어 각각 자살하려는 사람의 심리, 자살의 원인, 자살의 예방, 자살의 지원책 등 자살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안내서이다.

속지에서 저자는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에게,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하여,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나는 벌써 울컥했다.

'1부-누가 자살할 위험이 있는가?'에서는,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건강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 계층·직업·교육수준·소득·주택 소유 여부 같은 지표로 사용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일상에서 겪는 실패, 위기, 상실감, 불규칙한 수면 등과 같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자살에 관한 속설을 저자는 대표적으로 열네가지를 꼽았다.

1.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

2.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이 있다.

3. 자살은 경고 없이 일어난다.

4. 자살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5.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히 죽기를 원한다.

6.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항상 자살할 생각을 한다.

7. 자살은 유전된다.

8. 자살 행동의 동기는 관심을 받으려는 것이다.

9.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

10. 자살은 예방할 수 없다.

11. 특정 사회 계층만 자살로 사망한다.

12.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

13. 자살에 관한 생각은 드물게 일어난다.

14. 치명도가 낮은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진짜로 목숨을 끊을 생각은 없다.

본문 p.75

'2부-자살 생각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에서는, 자살은 1부에서 다루었듯, 여러 복잡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자살은 버틸 수 없는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이다. 그러한 자살 심리의 핵심은 '속박감'이다. 속박감은 견딜 수 없는 사고와 감정에 갇힌 느낌을 일컫는 내적 속박감과 패배적·모욕적인 정황으로 속박된 느낌이 생기는 경우인 외적 속박감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IMV모델(통합적 동기-의지 모델)로 설명한다.

1단계는 자살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맥락을 다룬다(동기 전 단계)

2단계는 자살 생각 출현에 중점을 둔다(동기 단계)

3단계는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 자살 행동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인을 ㄴ도식화해서 보여준다(의지 단계)

본문 pp.140-141참조

또한, 자살 생각에서 자살 행동으로의 전환하게 하는 여덟 가지 의지 요인을 설명한다. "수단 접근, 자살 계획, 자살 또는 자살 행동 노출, 충동성, 신체적 고통 민감도/내성, 죽음에 대한 대담성, 심상, 과거 자살 행동"(본문 p.190)이라고.

'3부-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무엇인가' 편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가치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단기 연락 개입'이다. 저자는 "주변에 누군가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자, 때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것을 이들이 인정하도록 도와만 주어도 충분하다."(본문 p.249)고 부연한다.

둘째, 자살 위기에 놓인 누군가를 지키는 법인 '안전 계획 6단계'이다.

-1단계 : 경고 신호 포착하기

-2단계 : 내부 대처 전략 확인하기

-3단계 : 기분을 전환해줄 수 있는 사람과 사회적 장소 확인하기

-4단계 : 자살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 믿을 만한 가족/친구에게 연락하기

-5단계 :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도움 요청하기

-6단계 :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셋째, 자살 생각을 치료하는 '장기 개입'이다. 장기적 개입은 보통 정신건강 전문가가 특정 유형의 치료를 매뉴얼에 따라 진행한다. 저자는 "증거 기반의 정신사회적 개입은 비대면 치료든 대면 치료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략…) 환자가 위기에서 회복기로 접어드는 전환기 과정에서 안전 계획을 세우고, 해당 전문가를 신속하게 소개하고, 추후 관찰 및 지원을 조직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본문 p.296)고 강조한다.

'4부-자살로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편에서는, "누군가의 안위가 걱정된다면,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길 바란다."(본문 p.301)고 권고한다. 우선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또한 이들을 도울 때에도 사생활과 기밀 보장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전체 자살 건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청소년의 자살 생각이나 자해를 하는 경우, 우선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자녀에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공ㄹ감을 나타내고, 네가 겪는 고통이 걱정되고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면서 연민을 보여주어야 한다."(본문 pp.325-326)고 권고한다. 또한 자해·자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부모나 보호자는 제발 스스로의 안위를 챙기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것을 강조한다.

자살로 사별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고인과 사별한 가족·친지나 친구의 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자살로 내담자나 환자를 잃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경우에는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의심할만큼 죄책감과 자책에 빠지기 쉬우므로 환자 사망 후 주변 사람들과 일정 기간 연락을 취하며 근무 패턴 조정 등으로 스스로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살은 절망에서 비롯된 행위의 극치다

p.369

라고 재차 언급하며, 자살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자살을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살면서 자살 생각을 한번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난 꿈인듯 20대의 어느 한밤중 우울증이 극에 달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엄마'를 말리던 장면이 떠오르고, 결혼 후 종교 모임에서 만난 동갑내가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가 20층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투신해서 목숨은 건졌지만 중증 장애인이 된 사연도 알고 있다. 그 친구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여름, 하루에도 몇번씩 오던 연락이 끊긴 이후 지금까지 소식을 알 수 없다. 설마 다시 자해나 자살로 천국의 문을 열었을지도...그리고 독박육아를 하며 잠들지 않고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를 기억한다.

이 책은 이렇듯,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드는 자살 생각의 원인부터 실제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적·사회적 예방책을 제시하고, 사별한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연민'으로 치유를 돕자고 이야기한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예민해지자.

나부터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챌 수 있게!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시간을 내어 주자.

가까이 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본 서평은 푸른숲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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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전환 교육 -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그림책 학교 13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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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소속 현직 선생님들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한 환경 수업을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진행한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2022년 개정 교육 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생태 교육 전환 교육의 목표는 '더불어 사는 사람'과 핵심 역량을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생명, 즉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여는 글' 참조)

아울러, 이러한 생태 전환 교육의 지속적 실천을 위해 '그림책'을 이용하면 좋은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여는 글 p.5-6 참조)

첫째, 그림책은 글밥이 적고 아이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는 '이미지'가 강조되는 매체여서 학생들이 가깝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둘째, 그림책은 대체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주어 다양한 연령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셋째, 그림책은 아름다움과 희망을 보여 준다.

넷째, 그림책마다 환경을 주제로 기후 위기, 멸종, 식량 문제 등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


표지는 흰색 바탕에 각종 생태와 관련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제목을 녹색으로 중심에 배치하여 '푸른 지구'를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총 다섯 주제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첫째, '뜨거워지는 지구' 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탄소 중립, 사막화, 기후 난민 등의 개념과 극복 방안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둘째, '환경 오염은 왜 발생할까?' 라고 하여 세부적으로는 토양 오염, 수질 오염, 공기 오염 등과 미세플라스틱 문제,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셋째, '생태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 로 생물 다양성, 생태계 평형, 동물권과 동물원, 멸종 위기 바다 생물ㆍ육상 동물 등에 대해 관련 기사도 찾아보고 전체 역할 놀이로 교육 연극 기법을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넷째, '우리는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나?' 라고 하여, 현명한 소비와 공정 무역과 공정 여행, 홈가드닝과 관련한 퍼머컬처, 채식을 권장하는 먹거리와 환경 등을 세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섯째, '에너지와 도시 이야기' 라는 내용으로 에너지 절약, 재생 에너지, 생태 도시와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 생성과 도시 재생 방법 등을 소개한다. 일상 생활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일러준다.

사실 이 책 내용에서 언급된 여러 실천 사례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서 전기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휴대폰 사용 줄이기, 샤워시간 줄이기, 필요한 것만 사기 등과 같은 행위들은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실천 가능한 사항이기에 이 중 최소 한 가지만이라도 지켜려고 노력해보자! 매일매일.

그리고 책 말미에 수록된 '찾아보기-생태 전환 교육에 활용된 그림책'들은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권한다.

"현재의 우리가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없듯, 과거 세대도 발전을 향한 당시의 열망이 지금의 환경 문제를 '경험'하며 위기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미래를 염두에 두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p.7)라고 하신 선생님들의 말씀을 새기며.

본 서평은 학교도서관저널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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