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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ㅣ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평점 :
[일수의 탄생] 일수의 재탄생에 도움이 된 말, 넌 누구니? 네 쓸모는 누가 정하지?
종류를 불문하고 책을 읽고 싶어서 어제는 철학서적을, 오늘은 동화책을 집어 듭니다.
각각의 책이 주는 깨달음과 묘미가 다르지만 역시 동화는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깊은 교훈을 주네요.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른들도 한번쯤은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동화를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요. 동화야말로 어른들의 딱딱한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책을 접하면 먼저 표지를 보며 음미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이 책은 제목부터가 색다릅니다.
<일수의 탄생>
일수라고 하니 돈 생각이 나네요. 드라마를 보면 시장이나 가게를 돌면서 일수 돈 받는 아주머니들 있잖아요. 표지에는 문구점이 있고 족자가 있고 붓을 든 아이가 있네요. 아이의 머리 위에는 생일상이 모자처럼 씌어져 있고요. 특이한 표지를 보니 뭔가 반전이 있을 듯 예감이 들어요.
일수의 탄생은 평범한 가정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첫눈에 반한 남녀가 결혼 후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없어서 부부는 고민이 되죠.
어느 날 남편은 똥 꿈을 꾸게 됩니다. 똥을 누는 꿈을.
몇 달 뒤 아내는 아이를 가지게 되고 출산 예정일은 7월 7일. 행운의 세븐이 2개나 있네요. 남편의 똥 꿈은 복권 꿈이라는데, 아내는 아이가 복덩어리, 금덩어리로 느껴집니다.
뱃속의 아이가 부부를 돈방석에 앉힐 거라며 두 사람은 기대감에 부풀었어요.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사람을 세종대왕으로 정하고 태교를 합니다.
아이의 삶이 금덩어리와 관계있을까요? 아니면 세종대왕과 관계있을까요?
다행히도 아기는 7월 7일에 태어나서 부부를 기쁘게 했어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행운의 사나이라 불렸지요.
하지만 아기가 태변을 먹어서 울지 못했고 겨우 태변을 빼낸 다음에야 작은 울음소리를 냈어요. 똥을 먹은 아이의 이름은 백일수랍니다.
일등 할 때 일(일)
수재 할 때 수 (수)
엄마의 자장가는 돈방석 노래였어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수재 되어 돈 잘 벌고, 돈방석에 앉혀다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자장자장 백점 일등, 자장자장 일등 수재.
일수는 남들만큼 적당히 컸어요. 하지만 엄마는 적당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수를 따라다니며 먹이고 입히고 키웠어요.
입학하는 기분이 어때?
몰라요.
학교 가면 뭐가 좋을 것 같니?
어,……. 모르겠어요.
모든 질문에 언제나 대답은 모르는 것 같다는 일수.
일수는 특별히 잘하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없는 아이, 착하지도 말썽 피우지도 않는 아이, 칭찬할 것도 야단칠 것도 없는 아이로 자랍니다.
일수는 모든 면에서 딱 중간이어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죠.
완벽하게 보통아이, 평균인의 삶이랍니다.
남들은 일수를 보통 이하로 생각하지만 엄마는 큰 기대를 가지며 살아가죠.
이쯤 되면 일수의 남은 인생이 슬슬 걱정이 됩니다.
세상은 적당이 통하지 않잖아요. 평균도 통하지 않지요.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하고 남들보다는 뭔가가 뛰어나야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잖아요.
이런 일수의 삶에 반전이 있을까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수는 언제나 일석이를 부러워합니다.
발표도 잘하고 자신이 뭣하고 싶은지도 잘 알고 보라와 함께 요리부에서 특활도 하니까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일수는 아무도 가입하지 않은 서예부에 가입합니다. 그것도 보다 못한 선생님의 지시사항으로요.
-무슨 부로 갈지 정했니?
-못 정한 것 같아요.
-휴…….그놈의 같아요.……. 일수는 그럼 서예부로 가라. 지원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네.
서예부 선생님의 관심이 낯설었지만 일수는 집중력이 있다는 칭찬도 듣고<한글서예 교본> 책도 선물로 받아요. 처음 받은 관심이 어색하지만 기분이 좋은 일수는 집에서 매일 글을 베끼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런 일수를 보며 일수가 성실하다고, 서예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합니다.
일수에게 변화가 올까요.
칭찬과 관심은 아이를 키운다는데요.
엄마가 태교 책으로 봤던 세종대왕과 깊은 인연이 있는 걸까요. 한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 보면 말입니다.
일수의 글은 개교기념 전시회에 뽑혀서 전시도 됩니다.
하면 된다.
5학년 2반 백일수
기어이 엄마는 동네 최고 명필가를 찾아 일수에게 지도를 부탁해요.
매번 같아요를 남발하는 일수에게 명필은 강렬한 눈빛으로 말합니다.
백일수군. 서예 하는 사람은 분명해야 한다.
같아요, 몰라요 따위의 말은 되도록 하지 말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라.
감정이 없는 글씨, 생각도 없는 글씨,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글씨를 쓴다며 지적하는 명필 선생님.
일수에게 특기를 계발하도록 애쓰라는 중학교 선생님,
아들이 돈방석에 앉게 해준다고 철썩 같이 믿는 엄마.
언제나 중간을 지키는 일수.
과연 일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일수는 군 제대 후에 문방구에서 백수생활을 하게 됩니다. 백일수의 백수생활, 이름은 어울리는데요.
역시 반전이…….
뒤늦게 발견한 일수의 소질은 글씨쓰기랍니다.
일수는 다양한 어린이 글씨체를 가진 것을 알게 되면서 가훈업자가 됩니다.
예전의 서예선생님의 격려가 떠올라 즐겁게 일하게 되죠.
한 가정 가훈 갖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일이 더욱 늘어납니다.
할아버지가 썼다고 치는 떨리는 글씨체, 어린아이가 쓴 듯 서툰 글씨체, 아빠가 쓴 것 같은 쭉 뻗은 글씨체의 달인이 된 일수는 정작 자신만의 가훈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일수의 가훈은 무엇이 될까요.
일수의 재탄생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네요. 대단한 작가, 유은실을 기억할게요.
어린 일수, 청소년 일수, 백수 일수, 가훈업을 하는 청년 일수의 성장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지나친 기대감이 아이를 억누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관심과 칭찬은 역시 아이들을 키움도 생각합니다.
보통의 우리들 이야기네요.
묵직하고 깊이 있는 동화, 웃기면서도 착착한 마음을 갖게 하는 성장동화입니다.
일수가 쓰는 가훈을 보며 저도 가훈을 고르게 되요.
독창적으로 서투르게, 최고보다 최선을 , 너 자신을 알라. 하면 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