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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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엄밀히 말화면 주로 일제시대를 풍미했던 네 문인들의 애정 스캔들을 주제로 한 책이다.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석 네 문인의 간단한 일생 조감과 더불어 그들의 삶과 문학에 크게 영향을 끼친 이성과의 이야기를 풍부한 자료와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내고 있다. 당시 모던 보이, 모던 걸의 풀이 좁아서인지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얽히고 설킨 교제도 흥미로웠다.

이상은 흔히 알려져 있던 기생 금홍이와의 애정사 외에 두 신여성과의 연애 -권순옥, 김향안-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특히 이상과 단 4개월간의 결혼생활 후 사별로 끝나버린 김향안 여사의 두번째 남편 김환기 화백과의 로맨스도 흥미로웠다. 천재를 알아보고 뮤즈로서, 또 그의 작품활동을 돕고 정리한 공적이 있는 김향안 여사의 안목과 추진력이 탁월하다.

김우진은 집안의 장남으로서의 의무와 강압적인 아버지로 인해 극작가로서의 뜻을 펴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병석에서 일찍 돌아가셨던 친어머니와 새어머니들, 첫사랑인 일본인 간호사 후미코 등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여성들의 상실을 많이 겪었던 자로, 우리 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인 윤심덕과의 애정사로 인해 그 자신이 그만 동반자살하였다.책을 보기 전에는 이 둘의 동반자살이 그저 조강지처를 버릴 수 없었던 당시의 봉건적인 사회적 규율때문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극작가로서 성악가로서 자신들의 뜻을 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거대한 가정사적, 사회적 제약에 두 남녀가 무너진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혜석은 우리 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러 개 붙는 신여성이었다. 화가로서 작가로서 활약했으나 이광수가 주선한 모범적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그만 짧은 불륜과 함께 이혼당하고 사회에서 매장당해 결국엔 행려 병자로 숨진다. 나혜석이라는 인물은 당시 제창한 신정조론이라든지 언론에 올린 불륜 고백인 <이혼 고백장> 등은 오늘날 봐도 파격적이다. 특히 신혼여행지로 그녀가 직접 택한 곳은 첫사랑의 묘지였으니 할 말 다했다. 아무튼 나혜석을 좋아하던 남편은 무던히도 참고 살다 아내의 불륜이 세간에 퍼지자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후의 아쉬웠던 부분은 이혼 이후에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혀 본인의 작품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고 신문에 솔직하게 투고하는 행위로 인해 가족들과도 의절당하고 사회에서 매장당했다는 점이다. 오늘날이었으면 좀 자중했다면 이혼은 이혼대로, 본인의 직업활동은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모윤숙은 일제 시기와 해방 이후의 시인 및 정치가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이승만의 정치도구였던 '낙랑클럽'의 리더로서 인도의 외무장관 메논과의 정신적 교류와 로맨스가 흥미로웠다. 기생 접대가 아닌 재색을 겸비한 엘리트 레이디들로 하여금 고위 외빈을 접객토록 하여 정권 창출을 도모했던 이승만과 그를 돕는 것이 마침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열심히 활동한 모윤숙. 그녀는 친일 행위로 인해 지탄도 받았지만, 우리 나라를 휘잡은 정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잘 해 이 책의 여러 인물 중 천수를 누린 유일한 문학가다.

책 내용을 보면서 당시 결혼 세태도 흥미로웠다. 조혼의 풍습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이 결혼할 만한 상대들은 이미 처자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 남자가 이혼할 수 있는 경우 후처가 되든지 아니면 첩이 되는 선택지가 있었던 거 같다. 별도로 1930년경 조선 사회에서 이혼 건수는 연간 8천여 건이 넘었으며 인구 1천명당 평균 이혼율이 0.46%였다 하며, 당시 미국 1.6%, 프랑스 0.5%, 일본 0.8%였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정을 굳건히 지키면서 본격적인 연애로 뛰어들지는 않지만 여러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며 오락가락했던 인물로 이광수가 조감되어 재미있었다. 이광수는 이 책의 메인 주인공은 아니지만, 여러 군데서 서브남주로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근대 개화기 시대의 신여성과 모던 보이들의 애정사를 줄거리로 한 에피소드들이 흥미로웠다. 다만 내용중에 겹치는 부분이 많았는데, 중언부언을 뺐더라면 책 내용이 좀더 응집감이 있었을 듯하다. 소소한 마춤법 오류도 몇 가지 눈에 띄어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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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헬프 - 자조의 기술
새무얼 스마일즈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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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기계발서 <자조론>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는 스코틀랜드 작가 출신으로 원래는 의사였다가 증기관차를 발명한 조지 스티븐슨의 전기를 집필하는 일을 계기로 작가이자 정치개혁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책에는 새뮤얼 스마일스 생전의 구미의 위인들의 일화를 풍부히 열거하면서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주요 자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 제목에 self-help, 즉 자조를 써 놨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성경 글귀에서 따온 작가답게 주로 기독교적인(꼭 같지는 않겠지만 당시의 청교도적인 가치관과 비슷하게 봐도 될 듯) 덕목을 바탕으로 풀이했다. 즉, 의지(자유의지), 노력, 근면, 성실, 정직, 절약, 겸손, 끈기, 인내, 실천, 충실한 시간 활용, 실패에서 배우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기 등등이다. 고전적인 자기계발서로서, 현대의 노력보다는 상상력과 열정을 강조하는 뉴에이지풍의 자기계발 구호와는 좀 차이가 있다. 시대정신의 차이와 가치관의 변화로 봐도 좋을 것이다.

여러 위인들이 의지를 끈기있게 발휘하면서 근면 성실한 실천으로 성공을 거둔 에피소드들이 많이 소개됐지만,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허셜이었다. 가난한 음악가로 생계를 위해 악기 연주를 했는데 천체 관측에 매료된 허셜은, 망원경을 제작하면서 제대로 된 배율을 찾기 위해 수정경을 200번도 넘게 만들어내면서 짬짬이 몰입했고 결국 천왕성을 발견하여 일약 영국 왕실 천문학자로 발돋움한다.

전체적으로 가독성 있게 자기계발서의 고전을 맛보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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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스피치 멘토링 - 스타 강사 7인의 스피치 교실
박두리 외 지음, 조헌주 기획 / 프리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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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 보면 언뜻 대중 스피치가 연상되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분야의 말하기에 관해 전문 강사 7인이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성관계/가족관계에서 대화, 직장/영업 현장에서의 대화, 대중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1인 미디어 방송(유튜브 등)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 경우에는 사적인 대화보다 공적인 말하기 팁이 더 필요해 아무래도 뒤의 항목에 더 치중해서 보게 되었다. 앞의 이성/가족관계의 대화는 주로 공감에 대한 내용이었고, 현실적으로 고민되는 것은 직장/대중 스피치였기 때문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영업 대장'이 전해주는 세일즈 대화였다. 저자의 간략한 성공스토리나, 휴대폰 판매를 할 때는 자기 확신을 위해 주력 종목의 휴대폰을 직접 사서 써보고 장단점을 마스트하기까지도 했다는 점에 감탄했다. 저자는 멘트의 힘을 강조하였는데, 무작정 판매를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관심을 끄는 적절한 언어구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것은 책으로 확인하면 좋겠다. 저자는 화법을 공부할 때 홈쇼핑이 가장 좋은 교본이라고 한 점이 흥미로웠다.

대중 스피치 부분에서는 말하기를 연습하기 위해 글쓰기도 병행하면 효과가 좋다는 점이 와 닿았다. 말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매일 칼럼을 꾸준히 쓰도록 하고, 책 낭독연습을 권유하는 점이 신선했다.

프레젠테이션 스피치에서는 한 편의 뮤지컬처럼 역동적으로 하기를 추천하였다.

전체적으로 각 분야에서 말하기에 대해 실용적인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전반적인 말하기 요령의 맛보기로 활용하고, 특정 분야의 말하기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은 각 강사의 단독 책으로 구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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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사냥
박문구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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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구 소설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자세한 이력은 안 나오지만, 표지 뒤 후배 소설가의 글을 보니 등단한지 40년된 작가같다.

이 책은 총 5편의 단편소설의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다섯 소설의 작품 속 배경은 주로 바닷가 향촌이다. 등장인물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거나 대학을 다닐지라도 강원도 바닷가 같은 시골에 와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강원도 삼척과 강릉을 연고로 하는 작가의 삶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대적 배경은 대체로 현대로 하고 있으나 시골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더불어 회상하는 장면들에서 고풍스럽고 향토적인 70년대 감성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다섯 소설의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한 편이다. 두 작품에서 죽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첫 작품 '비'에서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같이 죽음 말고는 출구 없이 답답한 삶이 표현돼 있다. 소설이나 다른 컨텐츠에서 많이 보았던, 무뢰배 남편에게 한없이 나약하게 끌려가는 여자의 비극적 삶이 안타까웠다. '겨울 바다는 우리 곁에' 에서는 폐쇄적인 시골 바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살인이 폭풍우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안개 사냥'은 안개라는 소재와 함께 서울의 직장에서 나와 머리 식히러 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관계를 한다는 부분에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연상되었다. '무진기행'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아내 덕에 승승장구하는 젊은 제약회사 임원이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 당한 50대 간부였고 별다른 대안없이 미래를 우연에 기대며 마을을 떠난다는 것, 상대 여성의 사연도 더 기구하며 주인공과 공통점이 그닥 없다는 것이 되겠다. 이 작품 속 안개는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오리무중인 상태, 혹은 세상과 격리된 결계로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치로 보였다.

'적군'은 궁핍한 문학청년과 이웃들의 삶이 그려져 있었는데, 혹시 작가가 이런 환경에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문장들로 바닷바람 물씬하게 배인 향토적 자연 환경 속에서 음울한 삶의 장면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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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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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라는 일본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일본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아베는 원래 의학도였다가 전후 일본에서 작가로 변신했으며 극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책 말미의 작가 소개를 보면 문제작을 많이 발표했으며, 이 소설은 '실종 삼부작' 중 하나다. 영화 '페이스오프'에도 영감을 주었다 한다.

소설은 고분자물질을 연구하는 40세 정도의 중견 연구자가 어느날 갑자기 액체질소 폭발로 인해 화상을 입어 얼굴 피부 전체가 켈로이드화되는 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얼굴을 잃어버린 후 아내를 위시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의 대상이 된다. 결국 전공을 살려 잃어버린 얼굴을 대체할 가면을 직접 제작하게 되는데, 의학도였던 작가의 전문성으로 잘 묘사돼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얼굴형(앙리 브랑의 네 가지 얼굴 분류 중 중심돌기형)을 선택해 가면을 만들고, 처음 만난 낯선 남자의 피부까지 얻어 마무리하여 얼굴에 부착하게 되자 주인공의 인격까지 변하여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던 주인공은 그 첫대상이자 중요 인물인 아내와의 관계 회복부터 시도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평범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아내에게 전하는 수기 형태로, 소재나 내용이 매우 독특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의 정체성과 인격이 얼굴에 있다는 인식이었다. 타인과 교류하는 최전선에서 그 사람을 대표하는 신체 부위로서의 얼굴, 그 얼굴 중에서도 표정이 교류의 정점에 있다는 것, 작품 속 의사의 말을 빌어 인간의 영혼은 피부에 있다는 것 등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가면을 덮어쓰자 자신의 인격과 행동까지 바뀌게 되고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 되며 원래의 인격과 가면의 인격이 대립한다. 주인공은 타인과의 교류를 회복하기 위한 통로로 가면을 썼지만 어디까지나 본래적 자아가 아니었기에 결국은 실패하고 만다.

독특한 소재로 인간의 정체성과 인격의 본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1964년도에 발표되었는데 현대에 읽어도 고루하지 않은 참신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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