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사냥
박문구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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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구 소설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자세한 이력은 안 나오지만, 표지 뒤 후배 소설가의 글을 보니 등단한지 40년된 작가같다.

이 책은 총 5편의 단편소설의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다섯 소설의 작품 속 배경은 주로 바닷가 향촌이다. 등장인물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거나 대학을 다닐지라도 강원도 바닷가 같은 시골에 와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강원도 삼척과 강릉을 연고로 하는 작가의 삶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대적 배경은 대체로 현대로 하고 있으나 시골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더불어 회상하는 장면들에서 고풍스럽고 향토적인 70년대 감성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다섯 소설의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한 편이다. 두 작품에서 죽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첫 작품 '비'에서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같이 죽음 말고는 출구 없이 답답한 삶이 표현돼 있다. 소설이나 다른 컨텐츠에서 많이 보았던, 무뢰배 남편에게 한없이 나약하게 끌려가는 여자의 비극적 삶이 안타까웠다. '겨울 바다는 우리 곁에' 에서는 폐쇄적인 시골 바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살인이 폭풍우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안개 사냥'은 안개라는 소재와 함께 서울의 직장에서 나와 머리 식히러 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관계를 한다는 부분에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연상되었다. '무진기행'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아내 덕에 승승장구하는 젊은 제약회사 임원이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 당한 50대 간부였고 별다른 대안없이 미래를 우연에 기대며 마을을 떠난다는 것, 상대 여성의 사연도 더 기구하며 주인공과 공통점이 그닥 없다는 것이 되겠다. 이 작품 속 안개는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오리무중인 상태, 혹은 세상과 격리된 결계로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치로 보였다.

'적군'은 궁핍한 문학청년과 이웃들의 삶이 그려져 있었는데, 혹시 작가가 이런 환경에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문장들로 바닷바람 물씬하게 배인 향토적 자연 환경 속에서 음울한 삶의 장면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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