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베 코보라는 일본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일본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아베는 원래 의학도였다가 전후 일본에서 작가로 변신했으며 극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책 말미의 작가 소개를 보면 문제작을 많이 발표했으며, 이 소설은 '실종 삼부작' 중 하나다. 영화 '페이스오프'에도 영감을 주었다 한다.

소설은 고분자물질을 연구하는 40세 정도의 중견 연구자가 어느날 갑자기 액체질소 폭발로 인해 화상을 입어 얼굴 피부 전체가 켈로이드화되는 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얼굴을 잃어버린 후 아내를 위시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외의 대상이 된다. 결국 전공을 살려 잃어버린 얼굴을 대체할 가면을 직접 제작하게 되는데, 의학도였던 작가의 전문성으로 잘 묘사돼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얼굴형(앙리 브랑의 네 가지 얼굴 분류 중 중심돌기형)을 선택해 가면을 만들고, 처음 만난 낯선 남자의 피부까지 얻어 마무리하여 얼굴에 부착하게 되자 주인공의 인격까지 변하여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던 주인공은 그 첫대상이자 중요 인물인 아내와의 관계 회복부터 시도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평범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아내에게 전하는 수기 형태로, 소재나 내용이 매우 독특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의 정체성과 인격이 얼굴에 있다는 인식이었다. 타인과 교류하는 최전선에서 그 사람을 대표하는 신체 부위로서의 얼굴, 그 얼굴 중에서도 표정이 교류의 정점에 있다는 것, 작품 속 의사의 말을 빌어 인간의 영혼은 피부에 있다는 것 등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가면을 덮어쓰자 자신의 인격과 행동까지 바뀌게 되고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 되며 원래의 인격과 가면의 인격이 대립한다. 주인공은 타인과의 교류를 회복하기 위한 통로로 가면을 썼지만 어디까지나 본래적 자아가 아니었기에 결국은 실패하고 만다.

독특한 소재로 인간의 정체성과 인격의 본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1964년도에 발표되었는데 현대에 읽어도 고루하지 않은 참신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