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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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무라타 사야카 저/ 은행나무

 

 

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 작가가 구축한 <신앙>의 세계는 역시나 상상초월이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지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 그만의 섬뜩하고 날카로운 플롯은 분명 두 발이 딛고 있던 단단한 땅을 싱크홀처럼 꺼뜨려버린다.

 

'믿음', 살아가는 동안 버팀목이 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너와 나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함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무라타 사야카 작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혹은 내일의 그들에게 묻는다. 특유의 날카로운 문체로 저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회의를, 의문을, 사랑을 기어이 끌어올려 눈을 뜨게 해주려 하는 듯 하다. 한동안 혹독한 충격의 여파에 시달렸다.


 


 


6편의 단편과 2편의 에세이.

총 8편의 작품이 담긴 160페이지의 아담한 책 한 권으로 다양한 디스토피아를 겪는 감각적인 시간을 보냈다. 작품마다 새겨진 작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고자 애쓰는 시간이었다. 무라타 사야카의 세계에서 조우하는 따끔하고도 낯선 감정이 계속 표류하여 나를 불편하게 하였다. 만나지 못해 생각하지 않고 무난하게 사는 나와 이미 감각하여 문득문득 껄끄러움이 찌르는 나, 누가 더 행복한걸까?

 


다 매력적인 작품들이지만, 특히 <생존>, <기분 좋음이라는 죄>, <쓰지 않은 소설>, <마지막 전시회>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표제작인 <신앙>이 충격적인 전개로 디스토피아의 문을 열어주었지만 다 읽은 후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들은 위 4편이었다.

 


<생존>의 배경은 고양이와 바퀴벌레와 인간만이 살아남은 지구이다. 생명력이 강한 존재들로 뽑힌 3종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구미가 말한 대로 '생존율'이 진정한 지배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면서 '생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인 건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통제되는 건지 헷갈렸다. 살아남기 위해 생존율에 매달리는 인간의 모습이 오늘날 성장과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경쟁'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씁쓸하였다. 사랑에 진심인 A 하야토를 떠나 스스로 D가 되고자 하는 구미를 조용히 응원하였다. 우리의 내일이 이토록 섬뜩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라타 사야카 작가는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 또한 혁신적이다. <기분 좋음이라는 죄>에서 그는 처절한 진심을 담아 밀도있는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죄'라는 단어를 써서 그 정도를 완강하게 표현한 마음에 움직였다. 나 또한 '기분 좋음'에 자주 많이 압도당하는 사람인지라 그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쓰지 않은 소설>은 무라타 사야타 작가가 초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완결까지 쓰는 데 성공한 소설이 원형이라고 한다.

클론 가전을 구입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나르시시즘으로 봐야할 지, 사랑의 형태로 봐야할 지 그 경계가 구분하기 모호하다.

클론 가전을 4대나 구입한 점이나 자신을 나쓰코A로, 클론 가전을 나쓰코B, C, D, E로 이름 짓는 점, 장면 번호가 '4'에서 '205'나 되지만 빈 장면이 너무 많다는 점 등 독자가 메워야할 공백이 명백히 넓다. 그래서 <쓰지 않은 소설>일 수도. 클론이 인간 행세를 하고 인간이 클론 행세를 하는 세상에서 '쓰지 않은 소설'이 버젓히 '읽혀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다정한 이야기가 바로 <마지막 전시회>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멸종했지만, 우주인들이 계속 찾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시회' 덕분에 지구는 존재한다. 전시회 '마지막' 전시물에 의해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로 뒤덮인 우주를 상상해본다. 정말이지 아찔하고 숨막히는 아름다운 광경이리라. 그래서 발작을 일으켰나 보다. 그래서 예술은 영원한가보다.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 내내 긴장시키는 무라타 사야카 작가 덕분에 놀라운 경험을 한다. 날카로운 펜으로 세상을 그려내지만, 그 사유의 끝에는 사랑과 온기와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야기로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또 이야기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

벌써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신작 <신앙>의 세계를 닫는다.

 

"나 자신을 소설을 쓰기 위해 세계에 놓여 있을 뿐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CREA> 무라타 사야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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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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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주변 지인들이 '요양보호사'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많이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간소화된 자격증 시험이 달라져서 망설이던 분들이 서둘러 지원하였다고 한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경력단절 여성들이 선호하는 자격증으로, 지인들도 은퇴한 이모도 큰 어려움 없이 합격하여 활동을 하였다. 이렇듯 '돌봄'의 영역에 속하는 직군에 종사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분명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업이지만, 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지는 의문이다. '여성'과 '돌봄' 그리고 '노동'의 삼각형, 이 조합을 받치는 토양은 메마른 사막같이 황량하게만 다가온다.

 

항상 취약하다고, 불합리하다고 생각에만 머물렀던 '돌봄'에 대한 영역에 관한 대담집이 눈에 띄어 한겨레 하니포터 8기 1월 활동 도서로 받게 되었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조기현 x 홍종원/ 한겨레출판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는 조기현 작가와 홍종원 작가의 대담집이다. 영 케어러와 홈 닥터가 만나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한다. 이 대담집을 접하면서 '돌봄 노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들을 조금씩 희석시켜가고, 살피지 못했던 앎의 페이지를 천천히 채워나가고, 무심했던 나를 돌아보고 '돌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돌봄 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돌봄 노동이 가사노동처럼 여겨 여성에 특화된 것처럼 보이는 이 현상을 조기현 작가와 홍종현 작가는 시작부터 뒤흔든다.

영 케어러인 조기현 작가와 방문진료 의사인 홍종현 작가는 '청년'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경험하고 목격하고 들은 '아픔과 돌봄'의 오늘을 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판적 대화를 진행한다. '돌보는 남성'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미 '정상 가족', '공동체' 등 기존의 구조가 기초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변하고 있다. 이혼가정, 조손가정, 1인 가정 등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가는 가정에서는 더 이상 '돌봄 노동'이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에게 아니 가정 내 약자에게 부과되었던 돌봄 노동의 부당성과 불평등을 짚어낸다.

 

 


 

 


이 대담집은 단순히 '돌봄'의 필요를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돌봄'을 일상으로 가져와 '개인과 개인이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확장시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질병, 사고, 노화로 인한 아픔과 고통 옆의 돌봄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 만나는 존재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돌봄을 말한다.

우리가 '간병'을 받게 되는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생산'이 중요한 사회에서 '건강한 노동력'으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의존해야 하는 자신을 인정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모두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남이 나에게 의존하기도 하는 이 순환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돌봄이 우리가 맺는 관계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전반적인 대화의 방향 - 돌봄의 관계를 상상하다. 왜

구체적이고 세밀한 대화 - 언제, 누구, 어디서, 어떻게

총 5번의 만남을 통해 '돌봄의 관계'를 열정적으로, 현실적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영 케어러로서 책을 쓰고 강연을 한 조 작가와 방문진료를 하는 의자로서 책을 쓰고 지역 활동을 하는 홍 작가의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끌어주고 풀어준 데는 진행자인 김경훈 편집자의 공이 큰 듯하다. 그의 후기 속 '극진한 비효율성'이라는 단어처럼 이 책은 성장과 효율을 최고로 치는 오늘날에 비효율을 극진하게 다해야 비로소 가치가 빛난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분들이라 다양한 사례들로 현장과 제도의 취약점과 사각지대 등을 살펴볼 수 있어서 더 와닿았다. '돌봄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돌봄 노동자도, 돌봄 수혜자도, 돌봄 가족도 제대로 존중받지도, 배려 받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리고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지만 '돌봄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심어주었다. 가정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은 '돌봄'을 부담으로 만들고 죄책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짊어지어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연결과 협업을 통한 연대로 돌봄이 건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돌봄'에서 시작하여 청년, 자기 돌봄, 사랑, 연대, 장소 안도감, 돌봄인지감수성, 생산과 재생산, 죽음, 애도, 치료, 행정, 장애인, 탈시설 등 다양한 개념과 의미, 가치로 뻗어나가는 대담집을 통해 돌봄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들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모른다, 어렵다……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제도 개선과 확립으로, 가치관의 변화로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돌봄'의 관계는 다양한 이들과 만나 대화 나누는 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돌봄을 멀리 생각하지 말고, 작고 사소한 우리의 일상이 다 돌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를 돌보고 남을 돌보고 더 나아가 세상을 돌볼 수 있는 사회, 생각만으로도 따뜻해진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단절되고 분절된, 각자도생의 경쟁 사회에서 돌봄의 순환을 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작이 되어주는 책이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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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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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책 -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을 만나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김헌 지음/ 북루덴스

 


 

 

서울대 교수이자 인문학자인 김헌 저자는 자신의 관심사를 일반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어버린, 지위 잃은 철학을 우리 삶 속으로 이끌어 인문학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다 같이 철학 하자'라고 권한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욕망의 손길이 넘치는 사회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철학자'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들은 물론이고, 알듯 모를듯한 이들도, 난생처음 듣는 이들도 등장한다. 제목부터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를 기준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사를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철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그의 사상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학 이론과 사상을 개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생활 속 말과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실천적이고 직접적인 설명이 더해져 '철학자'의 사상과 그 배경들이 더 와닿았다. 그리고 이름이나 단어에 대한 어원을 설명해 줘서 이해하기 쉬웠다. 소크라테스 = 소 + 크라테스 (몸 성히 안전한 + 튼튼하고 힘이 세다 = 확실히 힘이 센 자), 이소크라테스 = 이소 + 크라테스 ( 같다, 비슷하다, 평등하다 + 튼튼하고 힘이 세다 = 다른 사람에 견주어 힘이 달리지 않는 사람) 등등.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많은 철학자들이 있었지만, '인간의 윤리적인 문제'를 다뤄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최종적인 결실을 맺으려 한 이는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 이전을 '자연철학자'로 구분한다. '000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갈구했던 철학을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사유하는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도록 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그렇게 하려면 어떤 덕이 필요한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삶, 그런 삶의 태도나 행동'을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철학 한다'라고 했다. 철학서를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철학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어버린 지금,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하이데거의 철학 그리고 많은 철학자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철학은 바로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가느냐?'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답게 해박한 지식으로 기존에는 미처 접하지 못한 내용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다른 관점에서 기존 인물을 바라보거나 새로운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신탁부터 '사형'까지 소크라테스의 삶을 함께 훑어보면서 기존에 알았던 소크라테스의 이미지가 싹 지워지고 구체적으로 형성화되어 자리 잡아가는 데 재밌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아서 지혜롭다는 소크라테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부터 의문인 퓌론, 쾌락주의자로 알려졌지만 정지적 쾌락과 마음의 쾌락을 더 중시했다는 에피쿠로스 등 구체적인 삶의 여정, 역사적·사회적 상황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만나니 더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특히 '소피스트'에 대한 환기는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소피스트에 관한 배경지식은 없었지만, 김헌 저자의 명쾌한 논지에 절로 관심이 갔다. '수사학'에 특화된 소피스트들이 명망 있는 당대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수업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그래서 김헌 저자는 '소피스트는 궤변론자'라 불리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수업료'가 문제가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려 한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 제기한다. 책에서 소개된 소피스트의 삶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사실'이라 믿는 기록이나 이야기들 속 진실 혹은 의도, 시대적 배경 등을 사려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트라쉬마코스 -와의 만남 그리고 소피스트의 삶과 유명한 일화들까지 담긴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덕분에 '소피스트'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후대의 우리는 기록으로 역사를 접하게 된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철학자가 '플라톤'이 아닌가 싶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주는 충격이 컸다. 플라톤과 이소크라테스의 대결, 그 시대의 승자는 이소크라테스지만 현대의 승자는 플라톤으로 이소크라테스는 잊힌 철학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재평가되어 이번 기회에 그의 삶 또한 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김헌 저자의 펜 끝에서 시작된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하다면, 주저 말고 얼른 책을 펼쳐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는 철학자는 새롭고, 모르는 철학자는 놀랍고, 잊힌 철학자는 발굴되어 휘청거리는 우리의 걸음을 '진지한 철학적 사유'로 꿋꿋이 지탱해 줄 테니까.


 

"삶은 한 편의 연극이다.

그대는 와서, 보고, 떠난다."

- 데모크리토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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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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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그림,

사랑하는 연인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대한 감상이었다.

찬란한 황금으로 뒤덮인 화려하고 관능적이며 상징적인 그림으로만 여겼건만……

 

 

 

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



 

유임주 해부학자가 지은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마주하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저자는 클림트의 그림에 감춰진 해부학 코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를 위시하여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바실리 칸딘스키 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에 숨겨진 그 시대의 의학 지식과 사회적 배경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다.

 

해부학자가 클림트가 그림에 담고자 했던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염원을 이해하고자 '예술과 의학'에 관한 역사를 되짚어가는 수고를 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다룬 문학, 그 집성체인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읽는 내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이었다.

 

삶의 근원적 질문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의과학적ㆍ철학적ㆍ예술적 접근을 시도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전격 해부해나가는 과정은 '생명에 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사랑과 희망'을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생성 - 생식 - 소멸,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시점에서 소멸인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생식 - 자녀로 이어지는 영속성으로 끊임없이 진화해나가는 인류를 그리고 있다.

 

"서로 껴안으라, 백만이여! 온 세상에 이 입맞춤을!"

-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가사 중 - 

 

 

책을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시대의 지식을 탐구하여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표현으로 예술세계에 녹여낸 예술가들을 만나는 일은 경이로웠다.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이끌어준 유임주 저자 또한 놀라웠다.

 

 


"클림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그림들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해부해 보는 일의 의의는 무엇일까?"

- '작가의 말' 중 - 

 

 


이 혁신적이고 고무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저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먼저, 그림에 해부학적 상징을 넣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빈으로 떠나게 된다. '빈 1900' 시기에 꽃피웠던 빈 모더니즘이 배경이 되어 미술·음악·의학·철학·경제학ㆍ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빈 특유의 살롱·카페 문화로 의사, 예술가, 작가, 음악가, 철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여러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였다.

 


"검열은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내 뜻대로 할 것이다."

- 구스타프 클림트 -

 

 


클림트 역시 빈에서 활동하면서 해부학자 에밀 주커칸들 교수를 통해 찰스 다윈과 에른스트 헤켈의 이론과 연구를 소개받았다. 그는 주커칸들 교수의 강의와, 교류를 통해 해부학, 발생학, 조직학에서 표출된 이미지에 깊은 인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그림 속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p.90)

 


 



 

클림트의 작품을 두루 접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접하게 된 작품과 그 안에 심어둔 메시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클림트는 변화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분리파(제체시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분리파 잡지인 <성스러운 봄> 출간호에 판화 <벌거벗은 진실>(1898)을 실었다. 유임주 저자는 이 <벌거벗은 진실>부터 시작하여 클림트가 생각하기 시작한 새로운 예술 세계를 의학적 관점에서 파헤치기 시작한다.

 


<벌거벗은 진실>(1898)

<빈 대학교의 천장화> 중 <철학>, <의학>, <법학>(1899~1907)

<베토벤 프리즈>(1901~1902)

<키스>(1907~1908)

<다나에>(1907~1908)

<희망Ⅰ>(1903)

<희망Ⅱ>(1907~1908)

<여인의 세 시기>(1905)

<죽음과 삶>(1910~1915)

<스토클레 프리즈>(1905-1919)

 

 


화려하고 찬란한 황금빛에 도취되어,

다양한 인간 군상의 표정과 자세만 살펴보다,

화가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가 보려다……

놓쳐버린 아니 전혀 상상조차 못한 해부학적 코드를 직접 확인하고는 온몸에 전율이 감돌았다. 처음에는 '진짜? 그런 의미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진득하고 꾸준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풍에 설득당했다. 사실 작품을 채우는 도형들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정자, 난자, 오디배, 태아막, 적혈구, 혈액, 자궁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당연한 지식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지식에 매혹당한 예술가들을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이해를 돕기 위한 발생학의 역사 부록이 인상적이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후무한 상태라 '전성설'이 충격적이었지만 고대부터 꾸준히 인간의 기원에 관한 사유가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클림트의 <키스>는 사람 발생의 초기 내용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미국의학회지 JAMA에 실린 유임주 교수 공저 논문 제목 -

 

 



 

 

비로소 눈을 뜨고 진짜 바라보게 된 '인간의 기원'에 대한 흥분과 설렘을 자신의 그림에 담는 행위는 예술가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년이 훌쩍 넘어서야 그들의 의도를 살피게 되었으니 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갔다. 시대의 예술은 그 시대를 자유로이 담고, 후대는 이를 통해 그 시대를 다채롭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되는 듯하다.

 


저자는 클림트 외에도 발생학, 진화론, 세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작품을 그린 화가들을 다수 소개한다. 친숙하고 예상 가능했던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와 친숙하지만 연결 짓지 못했던 에드바르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등 여러 화가들이 등장하였다.

 



 

 


우리네 현실에서 겪는 생의 순환과 발생학, 세포, 생식을 재료로 우리가 겪는 두려움, 고통, 사랑, 희망을 표현한 새로운 예술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준 『클림트를 해부하다』

투명하게 보이는 예술이 아니라 호기심을 부르고 사유하게 하는 예술을 만나 또 다른 배움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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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 -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컬러링북
전선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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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 전선진 저/ 마음책방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음책방> 서평단 택배에요. 매번 정성 어린 손편지와 차 티백이 포함되어 담당자님의 진심으로 따스해진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주, 덕분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살펴봅니다. 햇살만큼 반가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이랍니다. :D

 


 

 

 

차례를 살펴보니 알록달록 겨울맞이 꽃부터 상큼한 봄꽃까지 다양한 꽃들이 있네요. 겨울에 꽃 하면 '동백', '매화' 정도만 떠올렸던 저였기에 놀랐어요.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겨울 꽃들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니 겨울이 마냥 춥고 매섭게 느껴지지 않네요. 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자 안식이겠죠.

어머님께서 "겨울에 피는 꽃들이 여름에 피는 꽃들보다 오래간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이번 겨울에서야 그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과 꽃들이 활짝 핀 저희 집 화분들이 알려줬거든요.

 

 

 

 

여름이었다면 1주일이면 졌을 꽃들이 몇 주 동안 집안을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마주칠 때마다 신기하고 고맙더라고요.

 

 

계절 컬러링북 시리즈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은 part 1.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꽃 5가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part 2. 겨울에 따스한 색채를 더해주는 꽃 10가지를,

part 3. 한겨울의 낭만을 마음껏 즐기는 꽃 10가지를,

part 4. 따뜻한 봄날의 소식을 알려주는 꽃 5가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총 30 종류의 겨울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컬러링북입니다. 꽃마다 개화시기, 꽃말을 먼저 만나볼 수 있어요. 꽃말을 통해 꽃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들이 얼마나 깊고 다채로운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꽃말이 왜 이걸까?' 상상해 보고, 찾아보면서 좀 더 꽃과 친밀해질 수 있었어요.

 

 


색칠하려고 보니 마음을 사로잡은 꽃들이 여러 가지라 고민이 되었어요. '배려, 새로운 만남, 우정'을 뜻하는 알스트로메리아를 제일 먼저 색칠해 보았어요.

 


 

한 송이 한 수술 한 꽃잎 색칠하다 보니 어느새 근사한 꽃다발이 완성되었어요. 색칠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데 그 집중이 참 평온해요. 마음이 어수선할 때 펼치고 원하는 색으로 마음 가는 대로 색칠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온해지는 마법이 일어나죠.

 

 

알스트로메리아/ 개화시기 : 10월 ~ 11월/ 꽃말 : 배려, 새로운 만남, 우정



그리고 겨울에는 역시 눈이죠. 눈 덮인 들판에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한란을 색칠해 봤어요. 한란의 꽃말은 '귀부인, 미인'으로 우아한 면을 잘 포착했네요.

 

 

한란/ 개화시기 : 11월 ~ 12월/ 꽃말 : 귀부인, 미인


동백/ 개화시기 : 12월 ~ 3월/ 꽃말 : 꾸밈없는 우아함, 겸허한 미덕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겨울 풍경과 놀이, 동물들과 즐거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빙긋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한겨울의 햇살 컬러링북』으로 긴 겨울밤을 특색 있게 꾸며보시는 건 어떠세요? 손이 바쁜 만큼 마음은 따스해질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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