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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이 책을 덮고 술을 좀 마셨다. 오늘도 바로 리뷰를 써야지 생각은 했지만 좀처럼 가슴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다. 머리도 뜨겁고 눈도 시리고 목도 따끔거렸다. 몇 번이나 울컥한 심정에 물을 몇 잔이나 벌컥거리며 마셔댔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전(2012. 4. 3) 주진우 기자의 트윗엔 “쌍용차에서 22번째 비명을 들었습니다.”라는 멘션이 올라왔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한 조합원이 또 투신을 한 모양이었다.(작년까지 열 몇 명이었는데...그새 또 늘었다) 원래는 지난달 말에 사망했는데 부모도 배우자도 없어 뒤늦게 알려졌다고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조중동엔 저녁때까지 기사 한 줄도 뜨지 않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된 건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총기난사로 학생들을 몇 명이나 죽였다는 기사였다. 방금 전 메인 페이지를 확인하니 총기난사 기사 바로 아래에 김용민 후보가 (인터넷 방송에서)몇 년 전에 한 말을 문제 삼아 지겨운 자질론을 들이대며 무슨 시국사건처럼 보도하고 있다. 오늘 업데이트된 봉주 10회의 내용이 천안함 합조단의 보고서 일부가 조작이라는 내용에 황급히 보복대응한 기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침 총기난사로 숨진 피해자를 실어 나르는 사진 밑에 ‘테러’라는 제목이 들어간 기사 타이틀과 함께 절묘하게 배치된 김용민의 사진은, 지나가다 언뜻 보면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지기까지 한다. 적지 않은 세월 나도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갇혀있던 사람이라 이런 기사를 보고 바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너무나 잘 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나꼼수 죽이기 프로젝트는 참 디테일하고 꼼꼼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어쩜 그리 내가 아는 한 사람과 똑같은 행보인지 알면서도 매번 새로운 오늘이다.
중요한건 오늘 쌍용자동차 해고자 한 분이 자살한 소식 같은 건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뉴스로 안쳐줄 뿐만 아니라 뉴스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방에서 상경해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서 한 십 오년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해고를 당하고 삼년동안 무직으로 살았던 한 남자가 빨갱이 소리나 들으면서 주변으로부터 냉대를 받다가 결국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일 같은 건 주진우 기자나 트윗으로 올려주지 우리 사회 메인 언론들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 정도 억울한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기 때문인 걸까. 그런 자살쯤이야 너무나 흔해서 일까. 어쩌면 돈 있고 권력있는 자들은 아예 피해자들이 다 죽어버려서 시끄럽고 귀찮게 하지 말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반도체에서 한 2조를 빼내어 집집마다 LG 대신 삼성으로 냉장고를 바꾸어 주라는 이건희의 발상을 보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서다. 실제로 약 7년 전 내가 사는 아파트 건너편에 삼성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질 무렵, 일조권을 침해받은 아파트 단지에 일제히 최신형 지펠 냉장고가 선사된 일이 있었다. 가시는 발걸음에 한 치라도 피곤한 일이 생기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방식, 돈으로 안 되면 주먹으로, 주먹으로 안 되면 법을 만들고 바꾸어서라도 자기들 재산을 불리는 일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었다.
이 책은 돈과 땅, 그리고 힘을 가진 자들이 더 가지고 더 불리고 더 오래 해먹기 위해 불철주야 혈안이 된 사건들만 쫒아 다닌 한 기자의 피같은 현장기록이다. 현장을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진상을 파헤친 기자라 그런 것인지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의 글보다 온도는 더 높았다. 아직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몸의 체온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늘 하는 일이 그러므로 어쩌면 주기자는 남들보다 고온으로 일상을 살아갈지 모르겠다. 나라도 뻔히 피해자를 만나고 일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두 눈으로 똑바로 확인했는데 기사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꼴을 본다면 혈압은 매번 정상이 아닐 것이다. 시기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 된 후 출간이고 얼마 전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기소청탁 건으로 맘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행간에 비치는 울분도 상당해 보였다. 같은 사람을 욕해도 언어는 모두 다르다. 김어준이 냉소와 조롱이라면 김용민은 은유와 모사이다. 정봉주가 유머와 풍자라면 주진우는 단연 디테일과 증거다. 이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지 못한 것은 팩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많은 증거와 디테일한 정황묘사 때문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주기자의 실전 이야기, ‘일단 가본다, 일단 해본다’의 취재기법을 가진 그의 체험 삶의 현장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주기자가 가장 먼저 칼을 간 대상은 이 나라 검찰조직이었다. 주기자는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이 박은정 검사에게 기소청탁을 한 사실을 나꼼수에서 처음 말할 때에도 목소리 톤이 올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선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검사가 기소를 하거나 죄를 묻지 않으면 죄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무슨 뇌물을 무슨 목적으로 얼마를 주었건 검사가 묻지 않으면 그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 뇌물도 주지 않았어도 검사가 물으면 죄다. 묻겠다는 건 죄를 잡겠다는 것이기에 일단 불려 가면 설령 죄가 없어도 어떻게든 죄인 취급을 면할 수는 없다. 무죄판결나기 전에 이미 하이에나처럼 물어 뜯어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여론은 의구심을 확산해 놓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살아있는 권력뿐이다. 그는 검찰조직에서 법과 양심, 진실과 정의는 철저하게 출세보다 하위개념이라 꼬집는다. 그런 검찰에도 천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독재천재를 총수로 둔 삼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이 콕 집어 삼성소설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조정래 작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랜동안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는 그 기자가 주기자다) 소설에 대기업에서 승진에 목숨 건 인물이 공무원의 이삿날 이삿짐을 날라주며 청소는 물론이요 화분을 옮겨다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주진우 기자가 일러준 실제 인물의 이야기였다. 삼성은 검찰(과 경찰, 기자)에 하도 떡값을 뿌려 놓았기에 검사들은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독립시킨다 하면 권력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외려 정권의 개가 되길 자처하는 집단. 민주주의 보다는 독재를 사랑하는 집단. 우리나라에서 가장 염치 없으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집단. 주기자가 10년 넘게 피의자로 불려 다니면서 깨달은 검찰은 올라갈수록 더 유치하고 확실하게 더럽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고소를 무릅쓰고 짱돌을 던진다는 주기자는 자기가 쓰는 기사가 대단한 특종은 아니라 말한다. 조금만 열심히 다니면 누구나 쓸 수 있는데 기자들이 눈치만 봐서 그렇단다. 다들 명절에 오십만원, 백만원씩 받은 게 켕겨서 그렇단다. 예를 들어 경찰과 매춘업주가 결탁하고 검찰이 묵인하는 것은 너무나 오래된 관행인데 내가 봐도 굳이 여수까지 가서 여자 몇 명 구하자고 경찰 간부들을 잘라야 할까, 이런 생각을 어찌 안 하겠나 기자님들이. 다른 맛있고 돈 되는 사건들도 많아 죽겠는데.
삼성전문가가 된 것도 모든 기자가 물러서 있었기에 자신이 조금만 해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란다. 김어준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이건희가 물러난다고 삼성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기자 역시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씨등 오너만 삼성에서 떼어 놓으면 더 훌륭한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은 주기자에게 앞날을 책임지겠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 삼성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이 나라의 중요인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주기자는 삼성의 비자금 수법을 폭로한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다고 했다. 비록 삼성에 누릴 것을 얼마간 누리고 나왔지만 ‘사회를 위해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평가했다. 꼭 지금 나꼼수 멤버들이 그렇다. 좌파도 우아하게 강남으로 가는 길이 없지 않다. 글빨과 말빨이 있는데 지금보다 편하게 사는 방법이 왜 없겠는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펐던 건 바로 그들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인과 친척들 중에 대기업의 프레임에 속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한때 사업 망하기 전까지는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모님이 찍는 후보에 표를 던진 사람이었다. 돈을 더 벌게 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자연스레 그들 세계에서 행해지는 방식대로 살게 된다. 더 조용하고 더 편한 호텔. 더 수준 높고 더 깨끗한 음식. 더 고급이고 더 우아한 옷. 돈이 많아지면 자연 돈 없는 사람들과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오로지 단 한사람 이건희만을 위한 단독 슬로프를 보라 - 도로공사가 이건희 길을 안 닦은게 이상하다 - 말로하면 현실이 되는 그들이다. 이건희가 그 정점이요 극단이라고 하지만 그 나머지 추종자들도 그를 욕할 자격은 없다. 그건 쌍욕하면서 투표소에서 이명박을 찍은 심리와 똑같다. 그리고 특별히 이들이 처음부터 오만하고 허영심 많아서 라기 보다는 돈맛을 봤더니 오만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더 맞다. 알고 봤더니 돈으로 안 되는게 은근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한 검사들만 하는 게 아니다. 돈으로 생긴 우월감은 자연 도덕에의 불감증을 초래한다. 검사들이 스폰서의 지원으로 매번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골프 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처럼 세금 안내고 장부 속이고 횡령하고 하는 것들은 점점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비자금 빼돌려 투자하고 먹튀하는 건 일종의 능력이다. BBK는 기업가로서 이명박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일상에 불과하다. 무엇이 문젭니까? 그 정도 머리도 안쓰고 어떻게 사업 합니까? 그럴 사람들이다. 필요하면 조폭도 부르고 그들에게 청부 폭력도 시키는 것이 꼭 대기업 오너들만 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벤처 사업가는 90년대 말 벤쳐 붐을 타고 코스닥에 상장해 유망기업이 된 후 지금은 어엿한 중견기업의 사장이 된 사람이 있다. 그도 처음엔 순수했고 열정과 자존심으로 뭉친 말 그대로 장래 촉망받는 벤쳐 사업가였다. 지금은 한강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시원하게 생일파티를 한다. 조선일보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사업가의 칼럼은 항상 그의 몫이다. 내용은 언제나 같다. 수출은 희망적이며 기술은 세계최고이며 대기업과 공조는 자기네 장점이라고. 보수 프레임에서 메인의 위치에 오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안착하면 또 그렇게 굳건하고 탄탄할 수가 없다. 이른바 검찰, 경찰, 정치, 언론의 커넥션이 구축이 되었다는 뜻이다. 슬픈 건 일단 올라가면 무슨 자동 제어장치 처럼 알아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촌오라버니 중에 대기업 임원이 세 명 있다. 그들 모두 학창시절 때부터 성격 좋고 사람 좋고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불온서적이다. 그들은 나꼼수같은 종북좌파들의 괴담방송은 듣지 않는다. 일단 가지게 되면 사는 동안 어떻게든 가진 것을 부풀려 놓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메인 스트림이 해온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슬픈 건 그들 앞에서 누구도 그러한 방식을 욕하거나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려 어떻게 하면 나도 그 틈에 끼어 뭐라도 얻어 먹을까를 생각하면 했지. 대통령이 사기꾼인데 뭐하러 도덕찾고 법따지고 할 것인가. 좋은 자리 있는 동안 한 몫 챙기면 그만이다.
주기자는 검찰과 삼성 외에도 종교와 언론, MB와 친일파의 속성도 잘 정리했다. 모든 특징은 이명박으로 통하는데 그 중에서 ‘친일파의 애국백년사’는 우리나라 보수의 뿌리와 정체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실마리라 생각된다. 종교가 조폭과 연대하고 언론이 거짓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보수의 도덕불감증의 연원은 결국 친일파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일은 결국 박정희와 수구언론을 상징한다. 반미친일은 반공친미로 발전했고 오늘날 이명박까지 이르렀다. 한마디로 나라 팔아 자기 챙긴 협잡꾼 들이 권력위에서 외려 나라 살리자 하는 형국이었다. 친일파가 주장하는 것은 빨갱이로 대변되는 김대중 죽이기와 대안논리로 내세우는 박정희 찬양이다. 이는 오늘날 보수 프레임에서의 종북좌파와 박근혜의 대립구도로 요약된다. 친일파의 불감증은 주기자가 지적했듯이 어쩔 수 없어서 일본을 도와 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신대를 모집하고 징병을 부추긴 파렴치함에 있다. 지들 가진 자들만 잘 먹고 잘살면 나머지 국민은 피 눈물을 흘려도 되는 태도가 오늘날 속물과 위선, 염치불구와 안하무인의 보수를 잉태한 것이다. 독립운동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못먹고 못사는데 친일 끄나풀 들은 대대손손 떵떵거리면서 사는게 우리나라이다. 그래서,
주기자는 기자생활이 독립운동이라고 말한다. 기자의 결론은 더 서글프다. 지극히 평범한 당신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명심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약자이고 저들은 강한 자들이니까. 약자는 평생 살아온 터전이라도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하면 때려 맞으면서 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용역깡패 피하려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게 된다. 재수 없어 불에타서 죽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군기지가 들어온다고 해군기지가 세워진다고 잘 살고 있던 마을을 하루 아침에 떠나야 한다. 삶과 터전이 무너져서 시위라도 하면 바로 빨갱이라 손짓하고 억울하다 자살해봐야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온다. 단순 교통사고 사망자는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사고 경위까지 나온다. 내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 아무리 더 살고 싶어도 내일 그 곳이 개발될지 어떨지 이 놈의 나라에선 이명박과 그 측근만 안다. 제기럴, 조폭을 세탁한 때 아닌 철거회사만 밤이고 낮이고 호황인 시절이었다. 아! 정말로 무식하고 탐욕스런 쥐새끼들이 코끼리처럼 판을 치는 시절이었다.
우리가 이명박을 뽑은 건 우리의 탐욕 때문임을 인정하자. 우리는 그가 국가를 잘 경영해 다 같이 잘살게 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지만 그는 보기 좋게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오로지 자기네 식구와 측근들만 잘사는 것이 가능하다 증명해보였다. 삼성의 절대 안 들키는 돈을 받은 검찰과 기자들. 이명박이 눈감아준 검찰과 정치인. 종교가 눈감아준 조폭. 조폭이 뒤를 봐준 건설사. 삼성과 언론에 동조한 지식인.... 주기자는 ‘친이인명사전’을 작성해 끝까지 추적하겠다 말했다.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알고 나꼼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 말했다. 수줍은 꼴통, 열일곱의 심장을 가진 기자는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 거라 말한다. 약한 사람들이 당할 때 옆에서 같이 욕이라도 해주고 비록 진흙탕이지만 같이 범벅이 되어 싸워주면 그놈들도 흠칫 당황한다고 주장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자살소식에 얼마나 더 아파해야 하는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지 마음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오늘 우리 가슴에 내리는 비가 그저 약자들의 젖은 옷자락으로만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살면서 봄비가 내릴 때 나는 우산위로 하나둘 떨어지던 빗소리가 좋았다. 여름 소나기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가을비처럼 을씨년스럽지도 겨울비처럼 쓸쓸하지도 않은 것이 이상하게 어떤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약자들에겐 다행히 희망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마지막 가능성이 있다. 진실이 뜨거운 것이라면 그 뜨거운 맛을 꼭 거짓된 자들이 맛보기를 소원한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나는 이렇게 쫓아가서 욕을 할 주제는 못된다. 하지만 당신들이 골치 아픈 "주기자를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야" 이렇게 떠들 순 있다. 생각보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보수들이 갈등하는 건 언제나 자기 혼자 깨끗해서 무엇하느냐는 것이었다. 다들 입다물고 속이고 빼돌려서 잘 먹고 잘 사는데 혼자 아무것도 안 챙기면 무엇을 얻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진실은 뜨겁고 거짓은 시리다. (하필 이 책에서 마지막이 최진실의 이야기이다...) 심장이 따스하고 죽음은 차가운 이유다. 살아있는 한 우리 심장은 적어도 진실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살아서 숨쉬며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볼 줄 안다면 저 위에서 군림하는 거짓된 자들의 심장에 진실이라는 비수는 꽂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잠못들고 있는 내 부끄러운 영혼의 고백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