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재탄생하게 된 작품이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글 솜씨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받았다. 툭툭 던지는 말투가 은근히 유머러스하여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특히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두 주인공의 설전과 음식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작품에 나오는 두 인물이 참으로 특이하다. 8명의 여자를 살해했지만 그들을 사랑했다고, 아니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9번째 입주자인 사튀르닌을 저택에 받아들인 살인마 돈 엘레미리오. 집 주인인 돈 엘레미리오가 살인마인줄 알면서도 저택에 들어가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되는 사튀르닌. 평범한 내 눈에 이들은 너무나 독특한 존재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작가의 두 눈만 보이도록 만든 책 디자인에서부터 작가의 특이한 성격이 느껴지고 그런 작가이기에 작품 속 인물들도 특이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 간의 동거 계약은 간단하다. 어느 곳이든지 가도 좋지만 암실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사람의 속성은 어디 그런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인데. 이런 사람의 마음이 8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사튀르닌도 결국 금단의 열매를 먹게 될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 둘의 사랑이 더욱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사랑할 수도 있을까라는 생각하면서도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갔던 내 모습을 보면 알게 모르게 나에게도 이들과 같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짧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아멜리 노통브의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사람이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 정통하기도 쉽지 않은데 다방면에 걸쳐 박식함을 드러내는 사람을 보면 은근히 샘이 난다. 도대체 저 사람의 머리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기에, 이 많은 것들을 다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생각하던데,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움베르트 에코이다.

 

에코의 소설을 보며 철학, 신학, 역사,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는 그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그런 그가 쓴 칼럼 14편을 모아 발표한 책이 <적을 만들다;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다. 이 칼럼들을 살펴보면 천문학, 지리학, 철학, 기호학, 미학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방대한 지식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책을 소화하는 나 자신이었다. 14편의 칼럼들은 역시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아니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막상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나마 14편의 칼럼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어떤 칼럼들은 조금은 더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용의 난해함 때문에 결국 14편의 칼럼을 책에 실린 순서대로 읽지 않기로 했다. 제목을 보고 눈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읽었다. <속담 따라 살기>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속담 그대로 살기로 한 행복 공화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칼럼은 에코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드러나면서 은근히 재미있다. 행복 공화국 사람들에게 속담에 담긴 지혜가 오히려 득이 아니라 실이 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보물찾기>는 에코를 가이드로 한 일종의 여행기처럼 느껴진다. 에코의 설명을 따라 방대한 유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천국 밖의 태아>는 인간 배아, 줄기 세포와 관련해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견해를 다시 살펴보는 내용이었는데, 에코 본인의 견해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적을 만들다>, 책 제목이기도 한 이 칼럼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뜻 생각하면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적을 보면서 그와 다른 나 자신을 혹은 우리들을 드러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4편의 칼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이야기들에 내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유익한 책이었다. 에코의 책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햄릿을 읽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에 읽었던 것 같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등 유명한 문구들 때문인지 내용은 가물거렸지만 햄릿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이번에 꿈결 클래식에서 나온 햄릿을 읽고는 책 내용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아버지를 죽인 삼촌과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햄릿의 고민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극 중에 나오는 오필리아와의 사랑과 그녀의 죽음, 또한 레어티스와의 결투, 햄릿의 삼촌인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햄릿을 죽이고자 하는 악독한 마음 등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했다.

 

햄릿은 희곡으로 되어 있어서 읽고 이해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극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 시적인 표현, 비유적 표현, 그 시대에 사용했던 표현 등이 어우러지면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문구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햄릿 번역본과는 달리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일러스트 26컷이 담겨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210여 개의 각주가 있어서 나름대로 작품에서 사용한 문구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햄릿이 겪은 일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렇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은 아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신의 죄를 숨기고자 햄릿을 죽이려고 하는 삼촌, 그런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 사랑의 대상이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된 오필리아 등 햄릿 주변의 인물들은 일상의 평범한 인간 군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존재라고 주장할 수 없음도 분명하다. 부모가 가진 재산 때문에 형제들이 서로 싸우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복수라는 이름하에 또 다른 복수를 낳는 사건들이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햄릿의 고민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의 고민이 될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평등 경제 - L’economie des inegalites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과 2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데 거의 1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상당히 어려운 내용의 책이었다. 물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평상시에 경제 관련 뉴스에 큰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기에 더욱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수많은 경제학 이론들과 용어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다보니 뒤편에 수록된 용어 해설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어떻게든 그냥 읽어나 보자라는 식으로 속 편히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오로지 <불평등 경제>라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가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었다. 아니 불평등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런 불평등을 과연 줄일 수 있는가? 줄일 수 있다면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은 과연 경제적 불평등을 적절히 해소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랬기에 불평등 경제에 대한 일곱 가지 질문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책 소개 문구를 보고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OECD 국가들의 임금불평등, 소득불평등 등응 비교해서 설명한다. 2장은 자본과 노동 간의 불평등 3장에서는 근로소득의 불평등을 설명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재분배의 도구들인 기초적 재분배와 효율적 재분배에 대해 설명한다.

   

올 해 유독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핀란드, 스웨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이들 국가들이 시행하는 복지제도일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사람들의 임금 소득 중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걷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후나 의료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를 알기에 별다른 불평 없이 지낸다. 과연 우리도 그럴까?

  

부유한 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세금을 안 내려고 하는, 서로가 함께 하는 사회라는 공감대가 없는, 부유한 자는 대를 이어 부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이런 불평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분배를 통한 평등의 길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귀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학자의 고집, 아니 아집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이 주창한 이론을 아무런 증거나 실험 없이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독단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그를 믿고 의지한 사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자 혹은 전문가의 아집으로 인해 어떤 이는 그 삶이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브렌다처럼 말이다. 브렌다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 갇혀 산다. 진정한 자신과는 180도 다른 존재로 살아야 하는 세상, 그곳은 당연히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브루스는 포경 수술을 받다 그만 의사의 실수로 성기에 화상을 입고 만다. 1960년대 중반의 의학 기술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터라 브루스의 부모는 방송에서 본 존 머니라는 성 전문가의 성전환 수술을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인다. 브루스는 브렌다로 다시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무언가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본성은 결코 여자가 아니었기에 브렌다는 늘 남자아이와 같이 행동했다.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는 여자아이는 또래 무리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브렌다 역시 늘 주변을 떠돌며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브렌다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브렌다의 부모는 그녀가 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고를 말해주고 브렌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 다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브렌다라는 인물이 탄생한 데에는 존 머니라는 성 전문가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존 머니는 너무나 독단적인 인물이었다. 후천적으로 성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 머니는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제시하고, 브렌다의 부모를 압박하고, 어린 브렌다와 브라이언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구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망쳐놓으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내놓은 이론에 아이를 맞추려고만 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과연 존 머니라는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담 과정 중에 예사로 포르노를 보여준다든지, 브렌다의 부모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본성 대 양육 논쟁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는 브렌다 사례는 그 결과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상한 나라에 갇혀 살았던 브렌다는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고 데이비드라는 남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안타깝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브렌다 사례는 한 전문가의 그릇된 행동, 권위에 눌려 혹은 학연과 지연에 이끌려 진실을 바라보려도 하지 않은 수많은 또 다른 전문가들이 만들어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이런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바로 그곳이 이상한 나라가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