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학자의 고집, 아니 아집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이 주창한 이론을 아무런 증거나 실험 없이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독단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그를 믿고 의지한 사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자 혹은 전문가의 아집으로 인해 어떤 이는 그 삶이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브렌다처럼 말이다. 브렌다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 갇혀 산다. 진정한 자신과는 180도 다른 존재로 살아야 하는 세상, 그곳은 당연히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브루스는 포경 수술을 받다 그만 의사의 실수로 성기에 화상을 입고 만다. 1960년대 중반의 의학 기술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터라 브루스의 부모는 방송에서 본 존 머니라는 성 전문가의 성전환 수술을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인다. 브루스는 브렌다로 다시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무언가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본성은 결코 여자가 아니었기에 브렌다는 늘 남자아이와 같이 행동했다.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는 여자아이는 또래 무리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브렌다 역시 늘 주변을 떠돌며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브렌다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브렌다의 부모는 그녀가 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고를 말해주고 브렌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 다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브렌다라는 인물이 탄생한 데에는 존 머니라는 성 전문가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존 머니는 너무나 독단적인 인물이었다. 후천적으로 성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 머니는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제시하고, 브렌다의 부모를 압박하고, 어린 브렌다와 브라이언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구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망쳐놓으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내놓은 이론에 아이를 맞추려고만 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과연 존 머니라는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담 과정 중에 예사로 포르노를 보여준다든지, 브렌다의 부모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본성 대 양육 논쟁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는 브렌다 사례는 그 결과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상한 나라에 갇혀 살았던 브렌다는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고 데이비드라는 남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안타깝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브렌다 사례는 한 전문가의 그릇된 행동, 권위에 눌려 혹은 학연과 지연에 이끌려 진실을 바라보려도 하지 않은 수많은 또 다른 전문가들이 만들어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이런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바로 그곳이 이상한 나라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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