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 - 순수 저항 비판
조지 A. 던 외 지음, 윌리엄 어윈 엮음, 이석연 옮김 / 한문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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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헝거 게임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가 그렇게 흥행한 성공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변에서도 영화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본 사람들 중에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추천하기는 했지만.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라는 책을 읽기 전에 영화라도 보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찾아봤더니 한 편이 아니라 여러 편이라서 일단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만 보았다. 보면서 일본 영화 <배틀로열>이 떠올랐다. 이유는 다르지만 청소년들을 한 공간에 모아 한 명만이 살 때까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배틀로얄>을 보면서 상당히 섬뜩했던 기억이 헝거 게임을 보면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헝거 게임의 어떤 부분이 철학으로까지 이어지는 걸까? 물론 인간을 흥행거리, 오락거리로 보는 잔인한 인간성을 철학적으로 이야기해 볼 수도 있고,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캣니스의 상황이 캐피톨을 전복시키는 데까지 이르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문화를 철학으로 연결한다는 생각이 그렇게 가슴 깊이 와 닿지는 않았다.

 

이 책은 헝거 게임을 통해 진리를 찾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있다. 누군가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누군가는 인간의 심리적 측면에서, 누군가는 도덕적 차원에서 헝거 게임을 분석했다. 쉽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헝거 게임이라는 작품을 통해 바라본 철학적 사유라는 점에서 일단은 부담감이 적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가장 많이 공감했던 글은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앤 토켈슨의 에세이였다. 그의 에세이는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말했던 플라톤의 이야기와 판엠의 이야기까지 음악이 가진 힘을 비교한 글이었다. 음악이라는 분야가 인간 개개인의 정서를 자극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에 태교를 할 때 아이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어 정서적 안정감을 주려고 한다. 이런 음악에 사회를 뒤흔드는 힘이 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화 운동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시기에 음악으로 우리의 생각을 펼쳤던 일들이 기억난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찾사>를 들 수도 있겠다.

 

음악은 지금도 우리의 영혼을 깨우고 사회적 변혁을 이루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판엠에서 보였던 강력한 사회 변혁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다. 바로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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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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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데가 그렇게 없었구나, 나에게는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나? 5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을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고, 그건 결국 주변에 나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관계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그렇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동료가 있지만 모든 문제를 거리낌 없이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한두 명이나 될까 싶다. 그만큼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통의 문제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고,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부모와의 관계였다. 세상에서 처음 나와 맺는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무언가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언젠가는 터져 버릴 수밖에 없는 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었을 것이다.

 

문득 다시 내 딸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혹시 이 아이도 그런 아픔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직은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저만큼 밀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인 내가 무의식중에 보인 모습 때문에 아이가 자신을 존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상대방의 창으로 바라본다는 공감의 과정은 아이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아이의 눈높이가 아니라 내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평생을 함께 해도 한 번도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의 창,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의 창에 맞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누구나 한 가지쯤 가슴 깊이 묻혀있는 상처가 있을 것이다. 가슴 깊이 묻혀있는 상처는 결국 독이 되어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 이런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나를 먼저 바라보고, 나를 먼저 존중하고,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나를 사랑할 때, 그 때가 바로 다른 사람을 더욱 깊이 사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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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 삶의 지혜를 넘어 도전의 철학으로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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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이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다. 학교에서도 배운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도 그렇고, 이상하게 철학 관련 이야기나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서양철학에 대한 것들이다. 그나마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양철학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공자뿐 아니라 장자나 맹자 등에 관한 책들이 다수 출판되고 있다. 그렇지만 동양철학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동양철학 인생과 맞장 뜨다>는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동양철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에는 맹자, 사마천, 조조 등 눈에 익은 인물들도 있었지만 모수, 왕충, 범중엄, 리쩌허우 등은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들이었다. 평상시 접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라서 다소 걱정도 됐지만 서양과 동양의 인물을 비교하면서 동양의 사상과 인물들을 보여주었기에 생각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프롤르고, 파괴의 문, 모험의 문, 도전의 문, 독립의 문, 창조의 문, 선언의 문, 기획과 꿈의 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와 관련 있는 내용들을 5편씩 묶어 동양철학 안에 담긴 도전과 모험, 비판과 부정의 정신을 보여준다. 각 꼭지별로 설명한 내용들을 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시대나 장소에 관계없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케네디와 범중엄의 생각을 비교한 내용은 900년이나 차이가 나는 이들이 어쩜 그렇게 비슷한 사고의 틀을 가졌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무언가를 다 배웠다는 듯이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 한권으로 동양철학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양철학이라는 새로운 곳을 향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어줄 하나의 이정표임에는 분명하다. 서양철학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동양철학의 깊은 사상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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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히든싱어
조이현 지음 / 프리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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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좌절감을 겪을 때도 있고, 교만해질 때도 있고, 때로는 죄책감에 빠져 삶이 더욱 더 크게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부끄럽고 힘든 수많은 경험들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우리들은 서로의 힘이 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자존심이 이를 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수님과 히든 싱어>의 저자 조이현도 우리네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며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원망하고, 때로는 교만해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부족한 드러내고 이를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자신의 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하나님께 돌아서는 회복의 역사가 있기를, 영적 목마름을 달래주는 샘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읽는 동안 내 삶 가운데서 경험한 고통과 힘듦과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또한 그런 모든 고통과 힘듦과 부끄러움을 보듬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는 40편의 간증문이 담겨있다. 저자의 삶이 담긴, 저자가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저자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 준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이기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인간적인 모습,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부딪쳤던 힘든 과정들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그 마음이 절절히 다가온다. 또한 각 간증에 담긴 내용과 연결되는 성경 구절을 덧붙여 우리가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성도의 교제는 이래서 힘이 있는가 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자의 삶의 고백이 나의 모습을 다시 보고, 나의 교만함을 다시 회개하게 하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수님이 다시 이 땅에 오시는 그날까지 이런 성도의 교제가 모든 성도들 간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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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먼데이 알코올
한결 지음 / 슬로래빗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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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공자가 말했듯이 정말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될까? 중년이라는 말처럼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을 풍기게 될까? 인격적으로 엄청 성숙하게 될까? 막상 마흔이라는 나이에 들어서도 10대 때의 내 모습과, 20대 때의 내 모습과, 30대 때의 내 모습과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지금 내 모습에 내 스스로도 화들짝 놀랐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내 모습이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블루 먼데이 알코올, 월요일 아침이면 또 한 주를 시작한다는 느낌에 왠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담긴 블루 먼데이.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서 조금은 나아지는 걸까? 홍대 와우산로의 소상인들의 사교 모임인 블루 먼데이 알코올은 따뜻함이 묻어난다. 까칠한 헌책방 마크툽의 주인 미자, 골동품점 세상에단하나의 주인인 순영, 연애소설의 주인 기주, 피시월드의 류선생, 다산부동산 박여사와 전실장, 출판사 직원 현식. 각자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 아픔도 있지만 아기자기한 기쁨이 넘치고 애틋한 감정이 넘치면서도 엇갈린 감정에 미묘한 냉기가 흐르기도 한다.

 

소설은 미자가 운영하는 마크툽에 들어선 어느 어린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연애소설 기주의 동생인 기태와 미자의 첫 만남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처음 본 기태는 마크툽에서 책 한권을 슬쩍하고 미자는 곧바로 이를 알아차린다. 그저 흘려버리려 했던 이 둘의 관계는 블먼알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한편 남몰래 미자를 마음에 둔 류선생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미자는 차가운 반응만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블먼알은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이다. 미자와 순영과 현식의 만남으로 시작된 블먼알이 와우산 소상인들의 친목 모임으로 발전한다. 이들처럼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고,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 때만 좋은 관계. 블먼알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마크툽의 화재 사건으로 소원해지기도 하지만 블먼알 회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서로를 아끼는 따뜻함이다. 특히 마크툽의 재개장을 위한 블먼알 식구들과 단골들의 모습에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다. 내게도 이런 만남의 공간이 있다면....

 

나도 미자와 같은 꿈을 꾼다. 모두가 함께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 언제가 내가 해보고 싶은 헌책방의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책 속이지만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고마웠다. 내 꿈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에 더욱 더 고마웠다.

 

블먼알에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특히 40대의 나이에도 술에 취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눈빛이 초롱초롱 해지며 열을 내는 미자의 모습을 보면 40대도 열정이 넘치는 청춘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어린 아이처럼 은근슬쩍 질투심도 비치고. 사추기라고 하는 또 다른 성장통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한 끝없는 감동을 준 아버지의 마음에서 위로를 받는다.

 

블먼알. 미자가 만든 칵테일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독하기만 한 것도, 달기만 한 것도 아니기에 살아볼만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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