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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먼데이 알코올
한결 지음 / 슬로래빗 / 2014년 9월
평점 :
40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공자가 말했듯이 정말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될까? 중년이라는 말처럼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을 풍기게 될까? 인격적으로 엄청 성숙하게 될까? 막상 마흔이라는 나이에 들어서도 10대 때의 내 모습과, 20대 때의 내 모습과, 30대 때의 내 모습과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지금 내 모습에 내 스스로도 화들짝 놀랐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내 모습이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블루 먼데이 알코올, 월요일 아침이면 또 한 주를 시작한다는 느낌에 왠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담긴 블루 먼데이.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가서 조금은 나아지는 걸까? 홍대 와우산로의 소상인들의 사교 모임인 블루 먼데이 알코올은 따뜻함이 묻어난다. 까칠한 헌책방 마크툽의 주인 미자, 골동품점 세상에단하나의 주인인 순영, 연애소설의 주인 기주, 피시월드의 류선생, 다산부동산 박여사와 전실장, 출판사 직원 현식. 각자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 아픔도 있지만 아기자기한 기쁨이 넘치고 애틋한 감정이 넘치면서도 엇갈린 감정에 미묘한 냉기가 흐르기도 한다.
소설은 미자가 운영하는 마크툽에 들어선 어느 어린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연애소설 기주의 동생인 기태와 미자의 첫 만남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처음 본 기태는 마크툽에서 책 한권을 슬쩍하고 미자는 곧바로 이를 알아차린다. 그저 흘려버리려 했던 이 둘의 관계는 블먼알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한편 남몰래 미자를 마음에 둔 류선생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미자는 차가운 반응만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블먼알은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이다. 미자와 순영과 현식의 만남으로 시작된 블먼알이 와우산 소상인들의 친목 모임으로 발전한다. 이들처럼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고,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 때만 좋은 관계. 블먼알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마크툽의 화재 사건으로 소원해지기도 하지만 블먼알 회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서로를 아끼는 따뜻함이다. 특히 마크툽의 재개장을 위한 블먼알 식구들과 단골들의 모습에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다. 내게도 이런 만남의 공간이 있다면....
나도 미자와 같은 꿈을 꾼다. 모두가 함께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 언제가 내가 해보고 싶은 헌책방의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책 속이지만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고마웠다. 내 꿈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에 더욱 더 고마웠다.
블먼알에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특히 40대의 나이에도 술에 취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눈빛이 초롱초롱 해지며 열을 내는 미자의 모습을 보면 40대도 열정이 넘치는 청춘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어린 아이처럼 은근슬쩍 질투심도 비치고. 사추기라고 하는 또 다른 성장통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한 끝없는 감동을 준 아버지의 마음에서 위로를 받는다.
블먼알. 미자가 만든 칵테일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독하기만 한 것도, 달기만 한 것도 아니기에 살아볼만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