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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처음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데가 그렇게 없었구나, 나에게는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나? 5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을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고, 그건 결국 주변에 나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관계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그렇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동료가 있지만 모든 문제를 거리낌 없이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한두 명이나 될까 싶다. 그만큼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통의 문제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고,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부모와의 관계였다. 세상에서 처음 나와 맺는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무언가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언젠가는 터져 버릴 수밖에 없는 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었을 것이다.
문득 다시 내 딸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혹시 이 아이도 그런 아픔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직은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도 못하는 아이를 저만큼 밀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인 내가 무의식중에 보인 모습 때문에 아이가 자신을 존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상대방의 창으로 바라본다는 공감의 과정은 아이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아이의 눈높이가 아니라 내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평생을 함께 해도 한 번도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의 창,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의 창에 맞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누구나 한 가지쯤 가슴 깊이 묻혀있는 상처가 있을 것이다. 가슴 깊이 묻혀있는 상처는 결국 독이 되어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 이런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나를 먼저 바라보고, 나를 먼저 존중하고,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나를 사랑할 때, 그 때가 바로 다른 사람을 더욱 깊이 사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