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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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집에 대한 욕심이 있다. 남의 집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때로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확 집을 사서 당장 이사 가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목구멍 너머로 이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집을 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없다면 집을 사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모아야할지 계산하는 것마저 두려울 정도다.

 

부동산 경기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집을 사려면 얼마나 더 필요할까 계산해 봤는데 여전히 적지 않은 돈이 모자랐다. 대출을 받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빚을 지면서까지 집을 살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집을 사는 일은 언제일지도 모르는 미래의 일로 남겨두었다.

 

<빚으로 지은 집>을 읽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계의 부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 이 책을 읽고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부동산에 낀 거품이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처럼 은행들이 연달아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그저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들은 2008년 미국에서 있었던 금융 위기에 따른 대침체 현상을 조사한 후 레버드 로스 이론을 세워 자신들이 이론이 실제 현상을 대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경제적 이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들의 주장은 거품이 낀 상태에서 빚으로 구매한 집, 즉 가계의 부채가 증가하다 거품이 빠지면서 어느 순간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결국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 감소는 압류와 투매를 거치면서 개인적 손해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제적 가치가 감소하는 현상을 야기한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빚에 따른 손해를 가장 취약한 계층에서 전적으로 감당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의 불평등 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계 부채가 만드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3부 악순환의 고리 끊기에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 위험 분담의 원칙을 바탕으로 제안한 책임 분담 모기지 상품이 상당히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같은 배에 타고 있다. 혼자서만 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그 기반에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빚 때문에 소비를 급격히 줄여야만 하는 상황을 먼저 해결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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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0년 - 대한민국의 분열과 대립, 적폐는 어디에서 비롯했는가?
문경주 지음 / 밥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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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수많은 일들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분노했던 사건이라면 단연코 세월호 침몰 사건일 것이다. 수많은 미래의 꽃들이 한 번 펴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야 했던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다.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럿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불합리한 관행과 적폐였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과 적폐는 도대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우리 사회에 쌓이고 쌓여 가게 된 것일까?

 

저자는 오늘을 사는 후손들이 대립의 정치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진정한 가치정립과 민주주의 사상관념을 확실하게 세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현대 역사를 이끌었던 인물들의 영을 불러내어 한바탕 정치토론을 연다.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여 후손들이 기존의 역사를 올바로 볼 수 있도록 귀신이 된 이들이 자신들의 입장과 견해를 가감 없이 밝힌다. 이들이 말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돌아보며 과연 이 시대의 병폐라고 할 일들이 언제부터, 또한 어떤 이들로 인한 것인지를 독자가 판단해보라고 말한다.

 

가영웅(누구이지는 책을 읽어보면 안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저자가 말하는 잃어버린 100년이 1910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1910년 나라를 잃었던 그 시절부터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의 잔재 때문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친일파들이 뿌리 깊은 적폐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는 가영웅이라는 일컫는 이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의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일등 공신으로 내세우며 옹호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가지 근거를 보여주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일등 공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누릴 수 있었던 발전을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추종자들을 위해 사용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귀신들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이 사실인지는 독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세뇌되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 세뇌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은 바로 지금이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 땅의 잃어버린 100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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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법률여행 2 - 민법: 가족법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 2
한기찬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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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란 머나먼 곳에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일상생활에서 법을 접할 일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이라고 하면 왠지 범죄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법이라고 하면 미리 손사래를 치곤했다. 그러다 나에게도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전세 관련해서 문제가 생겨서 해결을 하긴 해야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법전을 따로 읽고 연구할 정도의 관심은 아니라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보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다 이번에 <재미있는 법률 여행; 민법 가족법>을 읽게 되었다. 일단 제목이 좋았다. 재미있는 법률 여행이라니. 법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가족법이 따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민법 제4편 친족, 5편 상속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족도 그저 일가친척을 의미하는 단어라기보다는 약혼, 결혼, 이혼, 친자, 양자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명칭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게 구분해서 보다보니 민법의 가족법은 내 생활과 아주 밀접한 법이었다. 상속과 유언도 상식선에서라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었다.

 

책 구성은 친족과 상속 두 파트로 나누어 각각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설명한 후 사례를 들어가며 각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이끌어준다. 사례들도 이도령, 뺑덕어멈, 현세그룹 장회장 등 웃음이 자아나는 인물들을 예로 들기에 읽는 재미가 더하다. 사례를 문제 형식으로 제시하여 먼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후 정답과 해설을 통해 각 사례의 의미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법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상식적으로라도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다. 간혹 해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없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책 제목처럼 재미있다. 누구나 한 번쯤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책이다.

 

법은 다른 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법에 관심도, 흥미도, 아는 것도 전혀 없다면 그것은 나 스스로를 움직일 수 없는 족쇄에 채우는 것이다. 이런 족쇄를 벗는 첫걸음이 되기에 충분한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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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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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남학생들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낼까 궁금했다. 위로 오빠가 한 분 계시지만 나이 차이가 조금 있다 보니 오빠의 학창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지금도 딸 아이 하나만 있다 보니 가끔씩 친구들이 남자 아이들은 정말 다르다고 하는 데 어떻게 다른지 궁금증이 가실 날이 없었다.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2차 세계대전 당시 열여섯 살 남학생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전쟁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또래 친구들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해나가는지 아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른 많은 부분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데본이라는 학교를 설명하는 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데번은 매우 학구적이면서도 매우 운동을 중시하는 곳이어서, ‘운동장은 무척 넓었으며(p.9)

 

이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내용 중 하나는 운동이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선수 생활을 했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경쟁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운동을 통해 서로가 가까워지면서 일반 아이들과 달리 우리끼리 똘똘 뭉친다는 점에서 피니어스와 진처럼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경기장에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철저한 라이벌이자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왜 함께 나무에 올라갔을 때 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를 떨어뜨렸는지. 특히나 타고난 천재라는 느낌에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사람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다.

 

진과 피니어스의 관계는 참 묘하다. 진의 질투를 대하는 피니어스의 마음이 넓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실제로도 있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도 아무리 내가 뭐라고 해도, 화를 내도 자신은 나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했지만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음에 지금은 너무나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마 진이 내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했다면 피니어스와 함께 너무나 멋진 우정을 이어가고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진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진의 행동을 보면 그도 역시 피니어스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순간적인 질투심과 분노를 그 나이 때의 다른 아이들처럼 이겨내지 못했을 뿐. 그 시절의 우리들 그렇지 않은가? 그저 본능에 따라 우발적인 행동을 취하곤 하는 그 시절의 우리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그 시절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른다. 그 아픔을 넘어선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 그때보다 더한 지금의 내 모습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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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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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즐겁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이런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강한 흡인력이 있는 책이었다. 제목부터 재미있다. 빼빼로가 두렵다니. 궁금증이 확 솟아오르지 않는가? 두려워할 게 아무리 제한이 없다고는 해도 먹는 빼빼로를 두려워하다니.

 

빼빼로포비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스윗스틱 사장. 자신의 연인이 빼빼로포비아를 앓고 있다며 한나리가 상담 심리사 민형기를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런 병이 진짜 있을까? 그냥 소설 속 이야기겠지 하면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갑작스레 방향을 바꾼다. 빼빼로포비아를 앓고 있는 사장 이야기는 김만철이라는 학생의 소설 속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소설 속 소설. 그렇다면 박생강이 쓴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싶은 순간 이야기는 상상도 못했던 길로 들어선다. 뜬금없이 스윗스틱 사장이 실리칸이라는 외계인으로 둔갑한다. 김만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다섯 마리의 주술사를 먹게 한다. 주술사를 먹은 후 주술사의 마법에 걸린 김만철에게는 달콤한 빵 냄새가 가실 날이 없다. 은은한 향기와 같았던 빵 냄새가 점점 진해지면서 일상의 생활도 어려워지며 생존의 문제에 이르게 된다.

 

작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걸까? 빼빼로포비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외계인으로 이어지고 사람 몸속에 들어간 주술사가 마법을 부려 김만철의 몸을 점점 변화시키고. 작가의 말처럼 현실과 비현실, 그럴듯함과 그럴듯하지 않음 사이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다.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은가? 현실인 듯 그렇지 않은 듯, 그럴듯하면서도 그럴듯하지 않는 삶. 우리네 삶이 상상 너머에서 펼쳐지다 보니, 또한 주변 인물들로 소설을 쓴 김만철처럼 우리네 삶과 우리 주변의 존재들은 어쩌면 존재와 존재가 부딪쳐 진화를 이루며 재미난 인류가 되면서 이 소설이 더욱 흥미로워진 게 아닐까?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로운 소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작가의 두 번째 보고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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