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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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남학생들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낼까 궁금했다. 위로 오빠가 한 분 계시지만 나이 차이가 조금 있다 보니 오빠의 학창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지금도 딸 아이 하나만 있다 보니 가끔씩 친구들이 남자 아이들은 정말 다르다고 하는 데 어떻게 다른지 궁금증이 가실 날이 없었다.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2차 세계대전 당시 열여섯 살 남학생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전쟁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또래 친구들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생활을 해나가는지 아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른 많은 부분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데본이라는 학교를 설명하는 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데번은 매우 학구적이면서도 매우 운동을 중시하는 곳이어서, ‘운동장은 무척 넓었으며(p.9)

 

이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내용 중 하나는 운동이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선수 생활을 했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경쟁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운동을 통해 서로가 가까워지면서 일반 아이들과 달리 우리끼리 똘똘 뭉친다는 점에서 피니어스와 진처럼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경기장에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철저한 라이벌이자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왜 함께 나무에 올라갔을 때 가지를 흔들어 피니어스를 떨어뜨렸는지. 특히나 타고난 천재라는 느낌에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은 사람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다.

 

진과 피니어스의 관계는 참 묘하다. 진의 질투를 대하는 피니어스의 마음이 넓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실제로도 있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도 아무리 내가 뭐라고 해도, 화를 내도 자신은 나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했지만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음에 지금은 너무나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마 진이 내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했다면 피니어스와 함께 너무나 멋진 우정을 이어가고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진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진의 행동을 보면 그도 역시 피니어스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순간적인 질투심과 분노를 그 나이 때의 다른 아이들처럼 이겨내지 못했을 뿐. 그 시절의 우리들 그렇지 않은가? 그저 본능에 따라 우발적인 행동을 취하곤 하는 그 시절의 우리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그 시절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른다. 그 아픔을 넘어선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 그때보다 더한 지금의 내 모습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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