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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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모멘트 아케이드>를 비롯하여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는 SF단편집. 분명 읽으면서 SF 소설임을 인식하고 있는데도 정말 조금 더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면 책에 나온 몇몇 기술들은 실현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현실에선 구현되지 않은 과학기술이 등장하지만 책 안에서 우리의 지나간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걸까. 저자가 오랜 시간 일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본이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여섯 작품이 나름 다 인상 깊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두 작품만 이야기 해보자면


#연고늦게라도만납시다

기억을 잃고 도쿄의 공동묘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나’와 무연고 묘지를 찾아다니는 유미. 무연고 묘지의 유골에서 DNA를 채취해 유골의 후손을 찾는 ‘늦게라도 만납시다’에서 활동하는 유미. 그리고 유미의 활동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과거, 그리고 역사 속 감춰진 비극들. 소설의 끝에서 ‘나’가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서술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너무 안타깝고 또 먹먹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대학살의 진실들은 언제쯤 밝혀질 수 있을까.


#니시와사데역B층

니시와사데역에 기묘한 엘리베이터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숨겨진 지하층으로 들어간 한국 유학생 ‘나’와 일본인 괴담 마니아 에즈라. 그리고 숨겨진 B층의 복도 끝에서 발견된 수많은 사람들의 홀로그램. 그리고 그들을 개발한 아저씨와의 만남.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역사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로 소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6편의 이야기가 각자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기 위한 이들과 그 둘을 매개하는 과학기술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기억과 감각에 대한 여러 과학적 상상을 이렇게 생생하고 또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밝히지 못한 여러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아시아출판사 #SF #SF소설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에즈라가 평소에 괴담을 무서워하지 않고 즐긴다는 말이 이제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비참하게 다른 민족을 살육한 과거가 이곳에선 B급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끝난다. 마음이 복잡했다. <니시와사데역 B층>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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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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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이소코 #동아시아출판사

일본 관방장관 정례회견에서 23개의 질문을 던지며 이목을 받았던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같은 제목의 심은경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기자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기자가 되고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생각하는 언론,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기자가 쓴 글이라서 그럴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 없이 읽어나가기 좋았다.

어린 시절 배우를 꿈꾸었던 소녀가 베테랑 기자가 되기까지. 그 사이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를 강조하지 않는 점도 인상 깊었다. 자신의 신입 기자 시절부터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어쩌면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실수 혹은 잘못까지도 솔직하게 보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담백한 문장 속에서도 느껴지는 그녀의 단단함은 나 역시도 배우고 싶은 모습이다.

아베 정권 이후로 점점 우경화 되어가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일본 사회와 시민들을 의아하게 여기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는 여러 의혹을 파헤치고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도 묻지 않기에 자신이 묻는다고 말하는 사람, 자신이 보고 배운 것을 할 뿐 정의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언론인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우리의 언론에는 이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씁쓸해진다.

그녀 역시 자신 하나의 노력을 세상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여러 사회의 문제점에 질문을 던지겠다는 모습을 통해서 앞으로도 그녀의 행보가 기대가 되면서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사회를 위해서 더욱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겠다.



#모치즈키기자 #일본언론 #언론사 #저널리즘 #도쿄신문 #저널리스트 #기자정신 #뉴스 #에세이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감추려고 하는 것을 찾아내서 세상에 밝히는 것,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나의 과제이다. - 58쪽 - P58

많은 독자가 보내준 상상을 초월하는 응원은 뒤집어 생각하면 평소 국민이 언론사에 갖는 불신의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걸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잖아."
기자가 권력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사실 칭찬받을 일도 아니다. 이제는 언론이 권력자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구나. 저널리즘이라는 근사한 말 뒤로 그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 P183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집요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고 싶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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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알고 있다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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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알고있다 #요시다슈이치 #은행나무출판사


18살의 고등학생이지만 AN통신의 스파이 훈련을 받고 있는 다카노와 야나기. 그리고 다카노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나온 <태양은 움직이지지 않는다>의 프리퀄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른이 된 다카노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쉽게 짐작이 가기도 힘든,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겪고 AN통신에 들어오게 된 다카노. 회사는 다카노를 구해주고 키워줬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자신들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 다카노와 같은 아이들을 찾아 키우는 것 아닐까. 아이들을 이용하는 냉정한 자본주의 모습에 치가 떨리면서도, 그 회사가 아니었으면 지금 정도의 삶도 누리지 못할 다카노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답답해졌다. 인생은 역시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깨달았다.


산업스파이 조직이다 보니 여러 사회, 정치적 이슈가 함께 얽혀있었는데 그런 점이 더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괜히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닌 듯 싶다.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후반부의 나름의 반전까지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지.




#은행나무서포터즈 #다카노시리즈 #태양은움직이지않는다 #워터게임 #소설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자기 자신 이외의 인간은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그 결과가 이 길의 상태와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 이외의 인간은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에는 아직 도망갈 길이 남아 있다. 오직 한 사람, 자기 자신만은 믿어도 된다는 뜻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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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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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그리스로마신화 #이윤기 #웅진지식하우스



1권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주어 미노스의 미궁을 빠져나오게 도와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권은 시작된다. 여러 상징들이 숨어있는 신화라는 미궁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라는 실타래가 필요하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1권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의 열쇠를 보여준다. 신발, 세계의 시작, 사랑, 태양 마차, 나무, 저승, 노래, 대홍수, 뱀, 술의 신, 뿔, 기억과 망각으로 구성된 12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워낙 다양한 신들과 함께 얽혀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럴까. 보통의 신화가 세계의 시작 혹은 주신의 탄생이라는 시간 순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위에서 이야기 한 다양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묶여서 있어서 중간중간 끊어서 읽기 좋았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여러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식 이름과 로마식 이름이 함께 제시되어 있고 이 이름에서 비롯된 다양한 단어들도 제시되어 있었다. 많은 신들의 이름을 접하면서 그동안 접했던 소설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여러 브랜드 이름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그리스로마신화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렇기에 현대에 사는 우리가 여전히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읽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어떤 신들이 혹은 어떤 영웅들이 등장할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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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알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향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문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문을 제기한 다음에는 그 답을 모색하는 경험이 뒤따라야 한다.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의 답을 모색하는 사람은 신화의 주인공,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의문만 제기할 뿐 그 답을 모색하지 않는 사람은 신화의 조연, 자기가 사는 모듬살이의 조연에 머문다. - 31~32쪽.



인간 이해의 열쇠가 신화라면 신화 이해의 열쇠는 무엇일까?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 74쪽





2권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1권에서는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서 신화를 이해했다면, 2권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는 신화들을 보여준다. 늘 바람둥이인 제우스와 가정을 지키는 헤라의 모습은 여전하면서도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하거나, 스스로를 사랑해서 파멸하는 이들, 혹은 같은 성별을 사랑하거나 부모의 반대 등으로 험난한 사랑을 하는 이들 등등.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등장하는데 그 속에서 현대의 윤리적 가치관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이 나오기도 하고 육체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다보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 느끼는 우려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신화가 통속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화의 내용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단순히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상징을 신화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지금의 우리와 어떻게 다른 지 인식한다면 다양한 사랑에 대해서 폭넓은 사고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은 신화 이야기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깊은 상징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열쇠를 제공하기에 읽기에 더욱 좋다.



책을 읽으며 유명했던 당시의 여성 시인인 '사포'를 단순히 여성 동성애자로 평가하지 않고 여성을 계몽하는 선구자로 보는 관점이 신선했다. 어쩌면 최초의 페미니스트가 사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여성들은 과연 그때보다 얼마나 자신의 내면과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까. 여전히 사회는 보이지 않게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기에. 사포의 해방운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1권에서도 그랬듯이 그리스로마의 신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종종 동양의 신화나 우리나라의 신화, 설화 혹은 고전 소설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비극적 사랑의 대표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는 티스베와 퓌라모스가 벽을 사이의 두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춘향전의 옥중 장면을 통해 비유하는 모습에서 저자가 동서양의 이야기에 통달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나는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대화를 읽으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금기의 사랑을 나누었던 운영과 김진사가 떠올랐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좁은 벽을 통해서 전달했던 운영. 행복한 결말을 맞는 춘향보다는 죽어서 그 사랑을 겨우 이루는 운영이 더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 속 여러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사랑에 대해 헤라처럼 더 보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사랑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신화를 열린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듯이 나 역시도 열린 가치관을 갖고 타인과 타문화에 대해 편견을 버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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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는, 처녀들을 육체적으로 사랑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했던 그들을 계몽하려 했던 것 같다. 남성들이 사포를 비난한 것은 당연하다. 남성들이 비난한 것은 사포가 드러내었을 가능성이 있는 성적 욕망이 아니었다. 남성들은 오히려, 인간 본성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여성을 가정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려는 사포의 의도를 두려워했다. 남성은 이로써 남성을 지키고자 했다. 사포는 여성 동성애자였다기보다는 최초로 여성해방운동을 시도한 고대의 여성 같다. - 362쪽





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3권에서는 신들이 좋아한 인간과 신들이 싫어한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의 권위를 존경했는가 혹은 그에 도전했는가에 따라 그들은 신들의 은총을 얻기도 하고 신의 징벌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이룬 퓌그말리온부터 시작하여 제우스를 의심하여 불타는 세멜레, 하늘을 나는 페가소스에서 추락하는 벨레로폰 등 여러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삶에 관여하는 여러 신들의 모습을 통해 결국 신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 사고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신에게 받은 단 하나의 은총이 파멸을 이끌어오기도 하고, 사랑에 빠져 부모와 조국을 배신하지만 결국 영웅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그 버림받은 여인이 신의 여인이 되기도 하는 신화 속 세계.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신 역시 갈등하고 전쟁하는 곳에서 인간의 삶이 마냥 순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퓌그말리온이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고 펠레우스가 영생을 얻듯이 마냥 인간이 불행한 삶만을 살지는 않는다.



신화 속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소원 성취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을, 혹은 자만에 대한 경계를 깨닫는다. 신화는 결국 인간의 믿음으로 탄생한 이야기이기에, 신에 대한 믿음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며, 신에 대한 경외심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4권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4권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 속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는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헤라의 영광'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 그렇지만 이름과 다르게 그는 제우스의 욕심으로 인해 인간 여성인 알크메네의 몸에서 태어났기에 헤라의 영광이 아닌 시련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영웅과 시련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12가지의 과업을 무사히 달성하고 신들의 세상인 올림포스로 올라가게 된다.



헤라로 인해서 평범한 이라면 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과업들을 받아 이를 수행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내와 자식을 때로는 손님을 죽이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며 그의 업보가 새로운 과업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도 신의 뜻이었겠지만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계속 과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세상에 완벽한 자는 없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헤라클레스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또한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간에 프로메테우스 등 여러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과업을 직접 수행한 것은 헤라클레스 자신이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끝내 완수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내 일상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신화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고 했던 저자의 말을 되새기며 지금 나는 나의 과업을 얼마나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성찰하고 반성해본다.





5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5권에서는 금양모피를 구해오기 위해 아르고호를 타고 먼 여정을 떠난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이야기한다. 숙부에게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죽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흑해를 건너 아득히 먼 동쪽에 있는 콜키스에 가야하는 이아손. 콜키스에 가기 위해 아르고스와 함께 만든 거대한 배 아르고호. 그런 아르고호에 모인 50명의 영웅들.



그리스 최고의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수금과 노래로 기적을 일으키는 오르페우스, 제우스 신의 아들들인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 등 당시 그리스에서 유명하다는 영웅들은 아르고호에 모여 금양모피를 귀하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떠난다. 여러 험난한 모험 끝에 결국 이아손은 금양모피를 얻어 돌아와 왕이 되지만 아비와 조국을 배신하고 자신을 도와준 메데이아와 갈등이 생기고 결국 두 아들을 잃게 된다. 영웅의 결말치고는 꽤나 누추하고 허무하다.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영웅이 탄생하듯이, 이아손 원정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금양모피를 얻었다는 결과보다 그 흥미진진한 원정의 과정이 아닐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5권까지 나눠서 읽다보니 방대한 벽돌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1000쪽이 넘는 분량이 겁나기도 했지만, 워낙 저자의 탁월한 입담과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자의 신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 이번 합본판에서는 신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예술 작품들도 실려 있어서 서양문화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재확인하였다.



신화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 당시 그리스인, 로마인들의 세상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나의 세상은 어떤지 혹은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스로마신화 #그리스신화 #이윤기의그리스로마신화벽돌부수기 #벽돌책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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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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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땅 #김숨 #은행나무출판사

1930년대 자신들이 살던 삶의 터전인 연해주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 도착지가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머나먼 땅으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타게 된 조선인들의 이야기.

자세한 이유도 듣지 못한채 3일 뒤에 떠나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그리고 화물열차에 실려서 기약없는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책에서는 그들 한명한명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혹은 자신들의 조상이 조선을 떠나 왜 이 이역만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여전히 고향인 조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든, 혹은 이곳에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러시아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든 황색피부와 검은 눈을 가지고 있기에 차별당할 수 밖에 없는 삶. 그리고 겨우 일군 삶의 터전을 빼앗기듯 쫓겨나는 삶. 억울한 일을 겪어도 나를 지켜주는 조국이 없는 그 시절, 그들은 결국 스스로와 자기 자식의 생존을 위해서 처절하게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미지의 땅을 향해 달리는 화물열차 안 27명의 인물들을 보며, 기차를 탄 이들은 아니지만 한 간이역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던 임철우의 <사평역> 속 인물들이 떠올랐다. 기차역이든 기차 안이든 우리는 그곳에서 얼마나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걸까. 그리고 서로 얼마나 다른 각자의 사연을 마음에 담아놓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걸까.

책을 읽으며 그동안 고려인들의 삶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우리가 잊고 있던 고려인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고려인 #강제이주 #은행나무서포터즈 #Axt #한국문학 #한국소설 #소설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 건가요?"
- P9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우리 다 같은 운명이지만 열차에서 내려서는 뿔뿔이 흩어져 다른 운명으로 살아아겠지……."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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