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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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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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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주어 미노스의 미궁을 빠져나오게 도와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권은 시작된다. 여러 상징들이 숨어있는 신화라는 미궁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라는 실타래가 필요하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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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의 열쇠를 보여준다. 신발, 세계의 시작, 사랑, 태양 마차, 나무, 저승, 노래, 대홍수, 뱀, 술의 신, 뿔, 기억과 망각으로 구성된 12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워낙 다양한 신들과 함께 얽혀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럴까. 보통의 신화가 세계의 시작 혹은 주신의 탄생이라는 시간 순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위에서 이야기 한 다양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묶여서 있어서 중간중간 끊어서 읽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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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여러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식 이름과 로마식 이름이 함께 제시되어 있고 이 이름에서 비롯된 다양한 단어들도 제시되어 있었다. 많은 신들의 이름을 접하면서 그동안 접했던 소설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여러 브랜드 이름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그리스로마신화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렇기에 현대에 사는 우리가 여전히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읽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어떤 신들이 혹은 어떤 영웅들이 등장할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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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알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을 향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문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문을 제기한 다음에는 그 답을 모색하는 경험이 뒤따라야 한다.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의 답을 모색하는 사람은 신화의 주인공,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의문만 제기할 뿐 그 답을 모색하지 않는 사람은 신화의 조연, 자기가 사는 모듬살이의 조연에 머문다. - 3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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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해의 열쇠가 신화라면 신화 이해의 열쇠는 무엇일까?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 74쪽
2권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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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서 신화를 이해했다면, 2권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는 신화들을 보여준다. 늘 바람둥이인 제우스와 가정을 지키는 헤라의 모습은 여전하면서도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하거나, 스스로를 사랑해서 파멸하는 이들, 혹은 같은 성별을 사랑하거나 부모의 반대 등으로 험난한 사랑을 하는 이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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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등장하는데 그 속에서 현대의 윤리적 가치관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이 나오기도 하고 육체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다보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 느끼는 우려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신화가 통속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화의 내용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단순히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상징을 신화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지금의 우리와 어떻게 다른 지 인식한다면 다양한 사랑에 대해서 폭넓은 사고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은 신화 이야기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깊은 상징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열쇠를 제공하기에 읽기에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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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유명했던 당시의 여성 시인인 '사포'를 단순히 여성 동성애자로 평가하지 않고 여성을 계몽하는 선구자로 보는 관점이 신선했다. 어쩌면 최초의 페미니스트가 사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여성들은 과연 그때보다 얼마나 자신의 내면과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까. 여전히 사회는 보이지 않게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기에. 사포의 해방운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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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도 그랬듯이 그리스로마의 신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종종 동양의 신화나 우리나라의 신화, 설화 혹은 고전 소설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비극적 사랑의 대표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는 티스베와 퓌라모스가 벽을 사이의 두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춘향전의 옥중 장면을 통해 비유하는 모습에서 저자가 동서양의 이야기에 통달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나는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대화를 읽으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금기의 사랑을 나누었던 운영과 김진사가 떠올랐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좁은 벽을 통해서 전달했던 운영. 행복한 결말을 맞는 춘향보다는 죽어서 그 사랑을 겨우 이루는 운영이 더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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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여러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사랑에 대해 헤라처럼 더 보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사랑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신화를 열린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듯이 나 역시도 열린 가치관을 갖고 타인과 타문화에 대해 편견을 버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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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는, 처녀들을 육체적으로 사랑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했던 그들을 계몽하려 했던 것 같다. 남성들이 사포를 비난한 것은 당연하다. 남성들이 비난한 것은 사포가 드러내었을 가능성이 있는 성적 욕망이 아니었다. 남성들은 오히려, 인간 본성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여성을 가정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려는 사포의 의도를 두려워했다. 남성은 이로써 남성을 지키고자 했다. 사포는 여성 동성애자였다기보다는 최초로 여성해방운동을 시도한 고대의 여성 같다. - 362쪽
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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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는 신들이 좋아한 인간과 신들이 싫어한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의 권위를 존경했는가 혹은 그에 도전했는가에 따라 그들은 신들의 은총을 얻기도 하고 신의 징벌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이룬 퓌그말리온부터 시작하여 제우스를 의심하여 불타는 세멜레, 하늘을 나는 페가소스에서 추락하는 벨레로폰 등 여러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삶에 관여하는 여러 신들의 모습을 통해 결국 신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 사고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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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받은 단 하나의 은총이 파멸을 이끌어오기도 하고, 사랑에 빠져 부모와 조국을 배신하지만 결국 영웅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그 버림받은 여인이 신의 여인이 되기도 하는 신화 속 세계.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신 역시 갈등하고 전쟁하는 곳에서 인간의 삶이 마냥 순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퓌그말리온이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고 펠레우스가 영생을 얻듯이 마냥 인간이 불행한 삶만을 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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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소원 성취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을, 혹은 자만에 대한 경계를 깨닫는다. 신화는 결국 인간의 믿음으로 탄생한 이야기이기에, 신에 대한 믿음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며, 신에 대한 경외심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4권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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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 속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는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헤라의 영광'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 그렇지만 이름과 다르게 그는 제우스의 욕심으로 인해 인간 여성인 알크메네의 몸에서 태어났기에 헤라의 영광이 아닌 시련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영웅과 시련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에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12가지의 과업을 무사히 달성하고 신들의 세상인 올림포스로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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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로 인해서 평범한 이라면 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과업들을 받아 이를 수행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내와 자식을 때로는 손님을 죽이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며 그의 업보가 새로운 과업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도 신의 뜻이었겠지만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계속 과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세상에 완벽한 자는 없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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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헤라클레스의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또한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간에 프로메테우스 등 여러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과업을 직접 수행한 것은 헤라클레스 자신이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끝내 완수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내 일상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신화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고 했던 저자의 말을 되새기며 지금 나는 나의 과업을 얼마나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성찰하고 반성해본다.
5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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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에서는 금양모피를 구해오기 위해 아르고호를 타고 먼 여정을 떠난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이야기한다. 숙부에게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죽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흑해를 건너 아득히 먼 동쪽에 있는 콜키스에 가야하는 이아손. 콜키스에 가기 위해 아르고스와 함께 만든 거대한 배 아르고호. 그런 아르고호에 모인 50명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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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최고의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수금과 노래로 기적을 일으키는 오르페우스, 제우스 신의 아들들인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 등 당시 그리스에서 유명하다는 영웅들은 아르고호에 모여 금양모피를 귀하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떠난다. 여러 험난한 모험 끝에 결국 이아손은 금양모피를 얻어 돌아와 왕이 되지만 아비와 조국을 배신하고 자신을 도와준 메데이아와 갈등이 생기고 결국 두 아들을 잃게 된다. 영웅의 결말치고는 꽤나 누추하고 허무하다.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영웅이 탄생하듯이, 이아손 원정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금양모피를 얻었다는 결과보다 그 흥미진진한 원정의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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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5권까지 나눠서 읽다보니 방대한 벽돌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1000쪽이 넘는 분량이 겁나기도 했지만, 워낙 저자의 탁월한 입담과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자의 신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 이번 합본판에서는 신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예술 작품들도 실려 있어서 서양문화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재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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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 당시 그리스인, 로마인들의 세상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나의 세상은 어떤지 혹은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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