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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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얼굴들 #황모과 #허블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 <모멘트 아케이드>를 비롯하여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는 SF단편집. 분명 읽으면서 SF 소설임을 인식하고 있는데도 정말 조금 더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면 책에 나온 몇몇 기술들은 실현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현실에선 구현되지 않은 과학기술이 등장하지만 책 안에서 우리의 지나간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걸까. 저자가 오랜 시간 일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본이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여섯 작품이 나름 다 인상 깊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두 작품만 이야기 해보자면


#연고늦게라도만납시다

기억을 잃고 도쿄의 공동묘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나’와 무연고 묘지를 찾아다니는 유미. 무연고 묘지의 유골에서 DNA를 채취해 유골의 후손을 찾는 ‘늦게라도 만납시다’에서 활동하는 유미. 그리고 유미의 활동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과거, 그리고 역사 속 감춰진 비극들. 소설의 끝에서 ‘나’가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서술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너무 안타깝고 또 먹먹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대학살의 진실들은 언제쯤 밝혀질 수 있을까.


#니시와사데역B층

니시와사데역에 기묘한 엘리베이터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숨겨진 지하층으로 들어간 한국 유학생 ‘나’와 일본인 괴담 마니아 에즈라. 그리고 숨겨진 B층의 복도 끝에서 발견된 수많은 사람들의 홀로그램. 그리고 그들을 개발한 아저씨와의 만남.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역사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로 소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6편의 이야기가 각자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기 위한 이들과 그 둘을 매개하는 과학기술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기억과 감각에 대한 여러 과학적 상상을 이렇게 생생하고 또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밝히지 못한 여러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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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가 평소에 괴담을 무서워하지 않고 즐긴다는 말이 이제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비참하게 다른 민족을 살육한 과거가 이곳에선 B급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끝난다. 마음이 복잡했다. <니시와사데역 B층>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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