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 - 급변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케팅 10
박기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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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말하는 책은 수두룩 빽빽하다.
멀리갈 것도 없이 온라인 서점 검색창에 "트렌드"만 검색해도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책이라는 매체는 특성상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1주일만 지나도 유행이 틱틱 바뀌는데

책이란 건 한번 책이 나오면 수정이 어려우니 트렌드를 하나하나 잡는 건 솔직히 어렵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트렌드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트렌드를 휘어잡는 게 아닐까?

책으로는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분석할 안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마케팅계의 스테디셀러가 된 건, 내 추측이지만

아마 트렌드 이면의 것을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트렌드 너머에 있는 마케팅의 본질은

탄탄한 이론과 트렌드의 조화에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의 책이라 이론은 믿을 수 있었고,

무신사나 뉴닉같은 최신 사례들이 접목된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마케터가 아닌 사람들도 마케팅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부분이 계속 머리를 멤돈다. 자기 pr의 시대라고 했던가,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오면서

마케팅은 마케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도 아닌게,

두 달 전에 봤던 입사 면접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고 판매하는 시간이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마케팅이 일상이 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


사실 나는 마케팅 서적을 잘 믿지 않는 편이었다.

현직 마케터들이 자신의 마케팅 성공담을 늘어놓는 것이

평범한 자기계발서의 자기PR로 느껴졌기 떄문인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잘근잘근 부숴준다.

마케팅의 기본부터 공부해야 한다면, 또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추천할만 하다. 


트렌드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으면 훨씬 더 체계적으로 시장을 이해할 수 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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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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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뼛속까지 문과라서 과학 서적은 잘 접하지 못하는 편이다.

언제까지 독서 편식을 할 수는 없었고, 조만간 과학 서적도 읽어봐야지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마침 온갖 주제를 가볍게 잘 풀어주는 서가명강에서 천문학 서적이 나왔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표지 역시 구매 뽐뿌를 자극했다.


분명 과학 용어를 많이 쓰는 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힌다.

"star"와 "planet"이 무슨 차이인지 몰랐던 나에게 이 책의 모든 정보는 신세계였고,

중간중간 버거울 때쯤이면 삽화들이 있어 완급조절을 해줬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외계 생명과의 조우를 언급하는 마지막 챕터다.

계속 과학적인 정보들이 펼쳐지다가 갑자기 인문학을 끼얹은 느낌이랄까

광활한 우주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는 저자 소개가 딱 어울렸다.


시체떄부터 이 시리즈는 믿고 보게 되는데, 이번 작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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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제르미니 라세르퇴
공쿠르 형제 지음 / 부크크(book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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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유명한 작가가 아니니, 간단하게 소개하고 시작하고자 한다.  공쿠르 형제 중 형인 에드몽 드 공쿠르Edmond˗Louis˗Antoine Huot de Goncourt는 1822년 프랑스 북동부 지방의 낭시Nancy에서, 동생 쥘 드 공쿠르Jules˗Alfred Huot de Goncourt가는 183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드 공쿠르’라는 이름답게 귀족 공쿠르 가문으로 태어났지만, 정작 군인이었던 아버지 마르크 피에르는 쥘이 4살 때 사망하고 만다. 가문이 가문인 덕에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지만, 공쿠르 부인은 공쿠르 형제의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두 사람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어머니가 평생 일하지 않아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유산을 남기고 죽자 형제는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첫 작품인 『18XX년대』는 제2 제정을 일으킨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묻혀버린다. 이후 15개월 정도 그들의 사촌이 창간한 잡지의 기자로 일하게 되고, 그 시간 동안 당대의 문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고티에를 문학적 스승으로 삼고, 플로베르와는 친한 친구 사이가 되어 그의 별장에 자주 방문하며 교류했고, 에드몽이 작품을 구상하고 큰 틀을 짜면 동생 쥘이 문체를 다듬는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1870년 동생인 쥘이 40세의 나이에 매독으로 세상을 떠나고 형 에드몽은 기 드 모파상, 에밀 졸라 등과 교류하며 혼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쥘 생전에도 기자 출신답게 그들은 문헌을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를 중요시했다. 철저한 고증은 사실적인 묘사로 이어졌고, 그들의 삶을 문헌화한 『일기』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빼곡한 자료와 취재를 중심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화려한 문체로 장식된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 위에 임상의학적인 과학 지식을 덧붙여 파리 서민들의 모습을 연구하려 했다. 이 형제의 노력은 이후 『필로멘느 수녀(1861)』와 『제르미니 라세르퇴(1865)』 등의 작품에서 결실을 맺는다. 

 특히 『제르미니 라세르퇴』의 서문은 자연주의 사조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데, 여기서 공쿠르 형제는 기존의 문학 내에서 하층민이 소외되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그들을 묘사할 것이고 이들의 묘사에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조사가 담겨있음을 밝힌다.

1896년, 쥘 사후 혼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에드몽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그들의 유산은 에드몽의 유언에 따라 ‘공쿠르 상’의 창립기금과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의 보수로 쓰였다. 공쿠르 상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느 드 보부아르, 미셸 투르니에,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프랑스문학의 거장들이 공쿠르상을 수상했거나 공쿠르상 수상을 계기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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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공쿠르 형제가 1865년에 쓴 소설이자 그들의 대표작이다. ‘제르미니 라세르퇴라는 파리 하녀의 삶을 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조명한 작품으로실제 그들의 하녀인 로즈 말랭그르Rose Malingre를 모델로 한 것이다이 작품의 서문은 자연주의의 시작을 알린다고 평가된다그렇다면 이 작품의 서문 이후의 문장들그러니까 소설 내부에는 어떤 사실주의적 요소가 자리 잡고 있을까  


 그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저잣거리 입구에 파란 매대를 설치하고, 도금된 촛대, 상아색의 동그란 냅킨, 검은 바탕에 금빛 레이스 세공이 되어있는 석판화, 중간중간 비어있는 뷔퐁 백작의 책 서너 권을 신중하게 정리하고 진열했다. 그는 도금된 촛대가 안겨 검은색 부티크를 차렸다. 그리고 경매품 감정사들이 묵고 있는 호텔 아래 쪽 방들을 들락날락하며 수집품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그릇부터 닭까지,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내놨고, 장 자크 루소의 나막신 한 짝과 와토가 준 수입에 도취하였다. 그래서 그는 우산 수리공 맞은편 통로 오솔길에 와토가 서명한 발뤼의 수채화도 팔았다.


우선 이 대목에서 공쿠르 형제의 기자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그들은 작품을 쓰는 것에 있어 직접 수집한 문헌과 취재한 것들을 기반으로 작품을 썼다. “공쿠르 형제의 전문분야는 그들이 평생 동안 변함없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예술 연구와자료에 의한 인물 연구라고 압축할 수 있다.” 공쿠르 형제는 작가이자 예술평론가였고소설 속에 등장한 안토니 와토Antoine Watteau의 평전을 썼을 정도로 동시대의 작가와 화가예술가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루소나 와토발뤼 등 실제 그 시대의 예술가들을 소설 속에 삽입하면서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당대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물임을 부각했다.
그리고 제르미니 라세르퇴는 어린 제르미니가 15살 때 파리로 상경한 이후제르미니의 말년까지 작품은 파리를 배경으로 그려진다그리고 공쿠르 형제는 이 파리라는 공간의 묘사에도 힘을 쏟았다다음 대목은 작품 중 제르미니가 연인인 주피용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묘사 부분이다.


 오른쪽에서 그녀는 생드니 대성당의 커다란 공간 을 보았다. 왼쪽에는 무질서하게 지어진 집들 너머로, 생-투앙 위에 누워 있는 태양의 체리 빛 불꽃이 전율하며 하늘을 받드는 붉은 기둥처럼 회색빛 하늘 아래 놓여있었다

실제로 파리의 클리낭쿠르의 제방 위로 올라가면 왼편에는 생-투앙이오른편에는 생드니 성당이 보인다더욱 정확하게 보자면 다음과 같다. A점은 생-투안 벼룩시장을, B점은 생-드니 대성당을 가리키며화살표는 작중 묘사된 제르미니의 시선을 유추해본 것이다이처럼 공쿠르는 파리 하녀의 삶을 그리기 위해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하층민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하녀 주위의 공간적 배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며 사실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작품의 백미는 총 70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2장에 속하는 부분이다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제르미니만큼이나 중요한 그녀의 주인 마드무아젤 드 바랑듀이Mlle de Varandeuil의 삶을 다루고 있다마드무아젤 드 바랑듀이의 어린 시절은 프랑스 대혁명 속 귀족의 삶이었다어떻게 본다면 마드무아젤 드 바랑듀이의 삶에는 공쿠르 형제 혹은 그들의 아버지의 삶이 투영된지도 모르겠다샤를 10세로부터 드 바랑듀이를 받은 바랑듀이 씨의 모습에서 루이 16세로부터 드 공쿠르라는 이름을 받은 공쿠르 형제의 증조부가 보인다어쨌거나 프랑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혁명을 다루고 있기에 한 두 페이지의 짤막한 챕터들로 구성된 소설에서 작가가 가장 긴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쇼메트는 곧 이 ‘매우 유능해 제 몫을 하는’ 바랑듀이 씨와 약속했고, 사람들이 진행 중인 회합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어린 바랑듀이를 캐비닛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녀는 그 캐비닛 속에서 성별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가슴을 드러낸 두 중년 부인을 보았다.


 쇼메트Pierre Gaspard Chaumette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급진과격파였다작품 내에서는 귀족의 이름을 버린 드 바랑듀이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인물로마드무아젤 드 바랑듀이에게 세례명을 선사하고 나름의 반환점을 제시해준다이 대목에서 가슴을 드러낸 두 중년은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적인 가상 인물인 마리안을 가리킨다이뿐만 아니라 학문이나 예술을 취미로 삼는 경향을 가리키는 딜레당티즘을 언급하며, 19세기 프랑스의 허영심 가득한 계층을 풍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작품의 주된 테마는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삶이 붕괴된 하녀의 이야기다. 2018년에서야 비루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19세기 프랑스는 그렇지 않았다공쿠르 형제 이전의 사실주의 작가들그러니까 스탕달이나 발자크플로베르의 작품 속에서도 하층민이 주인공이 된 적은 없었다
  

다시 왜? 아마도 내가 명문 태생의 문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민중 또는 달리 부르고 싶다면 하층민들이 내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사람들의 매력, 여행자들이 찾아 나서는 이국 정서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 中

  

귀족 태생의 공쿠르 형제가 하층민의 삶에 귀 기울인 것은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것에 끌렸기 때문이다그들의 삶은 언제나 귀족 혹은 저명한 문인들과 함께였다하지만 문학의 독자층은 예전처럼 귀족과 살롱에 거주하는 사람에서 중간 계층으로더 나아가 하층민으로 나아갔다서문에서 밝힌 것처럼공쿠르 형제는 상류층과 독자들의 고상하고 우아한 취향에 반하여 사회 속에서 외면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고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제르미니 라세르퇴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가치를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찾는다고 해서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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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19-08-1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지님, 안녕하세요? [우상의 황혼](책세상, 147쪽)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얼룩들의 집합, 최선의 경우 모자이크, 어떤 경우든지 함께 덧붙여진 것, 불안정한 것, 색깔들의 외침일 뿐이다. 이런 것들의 최악에 이르고 있는 것은 공쿠르 형제들이다. ... 그들은 눈을, 심리학자의 눈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문장은 세 문장도 함께 연결시키지 못한다. 자연은 예술적으로 평가해보자면, 원본은 될 수 없다. ...˝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오로지님 리뷰 덕에 조금은 의미를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공쿠르 상의 공쿠르라는 것도, 자연주의의 시초로 평가받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로지 2019-08-26 15:17   좋아요 0 | URL
사실 공쿠르 형제도 형제지만 공쿠르 상 역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프랑스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한데요... 무튼 공쿠르 형제에 관한 연구가 더 이어졌으면 합니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작가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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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다.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정보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투 머치'한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상엔 무엇이든 너무 많다. 정보는 어떻게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 충실한 결과물인 정보를 개인이 줄일래야 줄일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생각은 어떤가? 생각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생각은 왜 하는 걸까?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생각을 하는 걸까? 왜 생각을 하는지에 답하기 위해서 생각한다. 더 나은 대답을 위해, 막연하지만 밝으리라 조심스레 예상해보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생각의 객체가 된다. 분명히 생각을 하는 것은 우린데, 너무 많은 생각에 스스로를 옭아매곤 한다. 그건 아마도, 깊은 생각 끝에도 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해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나오지 않은 해답을 위해 더욱, 더, 깊은, 생각 속으로 우리를 가둔다.


 생각을 오래 할수록 더 좋은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사실 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짧은 생각에서 비롯될 수도, 오랜 탐구 끝에 탄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의 길이를 조금 더 늘리면 무엇인가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늘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것이다.


 하버드 정신과 의사인 스리니 필레이의 <멍 때리기의 기적>은 너무 힘을 줘서 잔뜩 뭉친 어깨를 따사롭게 두드려준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집중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그러니 그 어깨에 잔뜩 들어간 묵직한 것 좀 덜어내라)!


 보통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트레이너들은 운동만큼이나 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찢어지고 이 찢어진 근육이 아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인데, 아물어야 하는 시간에 다시 근육을 찢는다면 운동의 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러니까 운동과 휴식을 적절하게 교차시켜야 수행 능력이든 뭐든 얻을 수 있다.

 뇌도 마찬가지다. 뇌가 쉬고 있는 비집중의 시간과 뇌가 열심히 일하는 집중의 시간 동안 우리가 그토록 찾던 창의력을, 성과를,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자세한 방법과 이에 대한 근거는 책에 잘 나와있다. 


 나는 이 책이 지식인의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적과도 같다. 우리는 잘 몰라서, 단지 집중하면서 인풋을 많이 넣어야만 아웃풋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쉬어도 괜찮다는,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았다. 이제 다 됐다. 어깨에 힘 좀 빼고 스트레칭도 좀 하고 산책이라도 살짝 해보자. 그래도 괜찮다. 멍 때린다고 해서 안될 건 없다. 그 기적을 한 번 맛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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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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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없이 산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아무 고민 없이 살기란 너무도 힘겹다.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까? 이렇게 무거운 주제들이 아니더라도 하다 못해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할까? 등 고민는 다채롭고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각자가 몸 담고 있는 환경에 따라 고민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20대의 고민은 비교적 유사하다. 갓 성인이 되는 20살부터 점차 냉소적인 사회에 적응해가는 20대 중후반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게 된다.




 <고민과 소설가>는 대학생을 위한 잡지 <대학내일>에 소설가 최민석이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20대의 질문을 받으면 저자는 잡지에 기고해서 이에 답하는 식으로. 질문들은 대체로 '20대스럽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과CC를 해도 되는건가요? 머리가 너무 커요. 남자친구가 가난해요. 글만 읽으면 졸려요. 등등. 거창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이고 이제 막 가치관을 닦아나가야 할 시기에 진지한 고민들이다. 

 


 고민들의 주제들이 남 얘기같지가 않다. 20대 초중후반에게는 너무도 보편적인 주제. 막연한 미래로 가득 찬 불안함과 걱정들이 어쩐지 내가 한 번쯤은, 아니면 지금까지도 이어 나가고 있는 생각들이다. 위처럼 가벼운 고민도 있지만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들은 무겁고 우중충하다. 하지만 소설가의 문장은 노란 표지만큼이나 가볍고 산뜻하다. 대학생을 위한 잡지답게 작가는 굉장히 젊은 감성으로 고민에 답한다. 깨알같이 자기 소설을 홍보하면서 무거운 답변을 가벼운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이 정말 좋다. 



 고민의 해결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때로는 가벼운 위로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작가는 그 역할에 충실했고, 그 충실한 답변에는 조금 삶을 앞서간 사람의 허세 없는 진실함이 담겨서 방황하는 20대에게 잘 와닿았으리라. 나도 그렇게 별 거 없이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도 읽은 책이 얼마 없고 가끔 읽는 책은 게다가 무겁기까지해서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쉽게 책이름을 입에 올리기 힘들었는데, 이제 내 또래 사람들이 읽을만한 책을 물어본다면 이 책을 꼽을테다(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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