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앤 허니 -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
루피 카우르 지음, 황소연 옮김 / 천문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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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앤 허니>는 시인이자 화가인 저자가 여자의 삶에 대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담은 책입니다. 상처와 사랑, 이별과 치유라는 네 가지의 주제를 길지 않은 시와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할 때 상대에게서 받는 배려와 위로로 인해 일상이 행복으로 가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에 실린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목소리,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다정한 손길을 떠올립니다. 세상이 환해 보이던 그때를 생각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싸우고 화내고 상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다 어떤 이유로 헤어지면 가슴 아프고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받는 상처, 이별로 인한 상처는 사람을 한층 더 성숙하게 하지요. 그 당시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그 고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들을 여자의 입장에서 그려냈습니다. 섬세하고 당당한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이라 그런지 이해가 되고 공감됩니다. 특히 여성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학대 속에 방치되는 '그런 상처' 부분을 보면 고통 받는 수많은 여자의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알게 모르게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대우들을 떠올려보며 남자와 여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없겠지요.

 

 

책을 보다보면 그림은 말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꼭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곳만 바라보고 바쁘게 살다가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그리고 마음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는 요즘을 그린 것만 같습니다. 세상 속에서의 내 자리와 내가 인식하고 있는 내 자리는 같은 것인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같은 사람인지 하는 질문들을 혼자서 해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부드러워지고 현명해지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모습은 영 덜 된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족함이 많으니 채워질 것도 많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주변도 사랑할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사실을 가끔 잊고 삽니다. 이제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보다 여자로서의 내 삶은 지금 어떠한가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여자로서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 인생은 살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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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풀어본 임신·출산·육아 생활법률
이제한 지음, 서율 그림 / 일요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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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라는 용어는 왠지 모르게 멀게 느껴집니다. 가끔 본 판례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법률 전체를 어렵게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을 잘 알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무슨 책부터 봐야할 지 몰라서 법에는 문외한인채 살고 있는 저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에게 법적으로 도움이 될 책을 보게 됐습니다. <임신·출산·육아 생활법률>은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법률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책이라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이미 결혼한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는 취학 전 아이와 취학 후 아이에 관련된 법률 상식이 나옵니다. 산후조리원, 육아휴직, 층간소음, 몸싸움, 아이의 사고 등을 다룬 63가지 예들을 한 가지씩 보다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했던 질문들이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례와 해설, 관련 법률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네요. 한 가지 사례가 두 장 정도 분량이라 부담 없이,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임신했을 때 아이의 성별을 너무 나중에 알려줘서 계속 궁금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32주가 넘어야 알려줄 있다는 법률 때문인 것을, 아이를 낳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산후조리원에서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돌잔치를 예약하고 취소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실질적인 정보가 많아서 몇 달 전 결혼한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얼마 전 규모가 큰 키즈파크에 갔다 왔습니다.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키제한에 걸려 몇 개 타보지 못했지요. 못 타게 하는 직원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몇 cm 모자란 건 그냥 태워주면 안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니 역시 안전기준을 어기면 안 된다고 하네요. 만약 깔창을 깔거나 해서 키를 속여 타게 되면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문제가 생기겠지요. 타는 사람과 직원 모두 이런 안전기준을 잘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병원에 가면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라고 할 때가 있어서 좀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잉진료나 의료과실 등에 대한 예들을 보니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겠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할지 모를 소소한 문제들에 대한 답이 시원하게 나와 있어 마음에 듭니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법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활법률을 조금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니 신기한 일이네요. 앞으로 생활법률에 관한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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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영남이
유진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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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영남이>는 버려진 개가 반려견이 되는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주인의 실수로 잃어버리거나 주인이 일부러 버린 개들은 살아가기 위해 야생성을 보이게 된다고 하네요. 위협이 된다 싶으면 사납게 으르렁대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유기견들을 텔레비전에서 봤던 기억이 나 마음이 아픕니다. 영남이가 새 주인들과 어떻게 지낼지 궁금해 책을 폈습니다.

 

 

민지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날마다 엄마를 조르지만 허락을 받지 못하지요. 어느날 버려진 유기견에 대한 방송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엄마는 유기견을 데려오기로 합니다.

드디어 강아지를 키우게 된 민지는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가족들을 피하기만 합니다. 간식을 줘도 구석에 숨어서 먹지요. 그래도 민지는 영리한 남자라는 뜻이 담긴 '영남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시간이 지나도 배변판을 사용하지 않고 이불에 오줌을 싸고 슬리퍼를 물어뜯는 영남이를 부모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요. 혼을 내면 벌벌떠는 영남이가 가엽습니다. 아무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네요.

밤마다 짖어대는 영남이를 보고 부모님은 급기야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릴까 궁리하기도 합니다. 민지는 정말 그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어느날 민지가 집에 왔는데 영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가 집 주변을 둘러보지만 보이지 않지요. 상심한 민지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달려드는 영남이! 곧 민지는 행복해집니다. 산책하고 왔다는 엄마의 말에 눈물을 보이는 민지를 보니 영남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네요.

 

이제 민지 가족과 영남이는 밤에 푹 잡니다. 가족이 된 민지와 영남이는 집에 있는 시간에 항상 함께 있는 단짝이 됐지요.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서로를 아끼며 잘 지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지 가족은 영남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대신 서로 맞춰가며 살기로 한 것 같네요. 강아지가 없다가 생기니 불편한 점들이 많겠지만 강아지도 새로운 환경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겠지요. 강아지가 하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해하고 보듬어주려는 마음이 중요해 보입니다.

 

때로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오래 가지요. 사람만이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유기견을 데려오는 일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했으면 합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기 때문에 다시 사람과 가족이 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이런 유기견을 끈기 있게 사랑해줄 수 있을지 자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같이 살기로 했으면 끝까지 사랑하고 돌봐주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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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토닥토닥 - 두 번째 이야기 10대들의 토닥토닥
이지영 글.그림 / 문예춘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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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 <10대들의 토닥토닥 2>입니다. 좋은 글귀와 아기자기한 그림이 가득해 예쁜 엽서집을 보는 것 같습니다. 꿈, 기회, 희망, 가정, 행복, 성공 등의 주제를 친한 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듯이 들려주고 있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가족,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쉽게 상처받고 넘어지지만 따뜻한 위로 속에서 다시 우뚝 서는 청소년들. 이 책은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에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창 예쁘게 피어나는 청소년기.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생각해보면 공부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즐거워했던 시절인 것 같네요. 점심, 저녁시간이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던 그때가 갑자기 너무나 그리워집니다. 꿈 많고 웃음 많았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것 같습니다. '가장 가치있는 시간은 최선을 다한 시간'이라는 구절을 봐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친구들과는 그래도 좋은 추억이 많은데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됩니다. 지레 포기한 그때의 저에게 할 수 있다고, 자신을 가지라고 충고할 사람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10대를 겪은 사람이라면 이런 말 몇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북돋아 주는지 알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간이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의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는 10대가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면서 어른들이 보면 너무나 굉장한 것이 보이는데 정작 자신의 그릇을 작은 그릇이라 단정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서 안타까웠습니다. 적절한 조언과 뒷받침이 있다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도 있을 텐데 싶었던 적도 있지요. 그래도 요즘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 나오는 것 같아서 조금 안심이 됩니다. 적절한 때에 적절히 위로할 수 있는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 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함께 개척할 소중한 친구와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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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최악의 탐험 그리고 최고의 기록 - 삶과 송두리째 바꾼 남극 탐험 500여 일의 기록
로버트 팔콘 스콧 지음, 박미경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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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설원에서 펭귄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풍경을 볼 때면 참 신기했습니다. 뒤뚱거리는 펭귄이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날렵하게 수영하는 모습 또한 그러했지요. 남극의 모습이 잠깐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몇 번 보고는 거대한 빙하, 녹았다 얼었다 반복하며 생긴 아름다운 얼음 조각들, 파란색과 흰 색이 가득한 눈부신 풍경들이 그 전부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가득한 대륙, 추위에 적응한 동물들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곳'이 남극에 대한 생각의 전부였지요.

 

어릴 때 아문센의 남극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상당히 추운 곳인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넘어간 기억이 납니다. '상당히 추운 곳' 정도로는 묘사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몰랐지요. <세상 끝 최악의 탐험 그리고 최고의 기록>은 이때껏 해왔던 생각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영국의 남극 탐험가 로버트 팔콘 스콧. 이 책은 그의 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스콧은 '남극점 정복과 남극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목표로 한 테라노바 호 탐험대의 극점팀 소속으로, 이 팀의 대장이었습니다. 남극으로 출발한 시점부터 죽음에 이른 때까지 꼬박 오백일 가량을 매일 기록한 일기장은 귀중한 여행기입니다. 100여 년 전의 일인데 지금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것은 이 일기 덕분이겠지요.

 

 

펭귄, 범고래, 도둑 갈매기가 나오면서 활기차게 시작하는 이 책은 곧 수많은 사건과 죽음으로 뒤덮여 남극이 생각만큼 안전하지도, 아름답지만도 않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 번 보는 사람에게는 멋진 곳이지만 몇 달 동안 탐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험천만한 곳이 바로 남극입니다. 얼음이 깨져 썰매가 바다에 빠지고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에 사람이 떨어져 부상을 입습니다. 크레바스라고 하는 이 틈은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에 갇히는 일이 잦습니다. 살을 에일 듯한 추위를 견디며 눈 위를 걷다 동상에 걸리고 눈밭이 반사하는 햇빛 때문에 눈병에 걸린 이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묵묵히 썰매를 끌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 자체가 위대한 일 같습니다.

 

스콧은 동료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 명씩 바라보며 그들의 능력에 맞춰 일을 배분하고 일행을 이끌어 나갑니다. 여러 가지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대장은 막중한 책임감과 더불어 누구보다 더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자기 팀에 속한 사람들을 잘 파악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탐험 중에 작성한 기상 기록표와 지질학 표본들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의 모습에서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탐험의 목적을 잊지 않은 그 책임감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깨닫게됩니다.

 

1차, 2차 지원팀을 돌려보내고 계속 전진하는 극점팀 5명은 힘든 와중에서도 남극점을 정복할 생각에 희망에 찹니다. 그러나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하고자 했던 그의 꿈은 한 달 앞선 아문센에 의해 좌절되고 말지요. 더 큰 비극은 남극점에 깃대를 꽂고 돌아오는 길에서 벌어집니다. 스콧의 동료들이 한 명씩 목숨을 잃는 와중에 연료와 식량부족, 이상기온까지 겹쳐 결국엔 극점팀 5명이 모두 사망하기에 이릅니다. 결말을 알고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네요. 너무나 힘든 그들의 모습을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서 본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죽음을 앞에 둔 채 여러 사람들에게 쓴 스콧의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죽음이 곧 닥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글을 쓰며 침착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를 보면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동료의 가족들, 도움을 준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탐험이 더 좋음을,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아내의 얼굴을 더이상 보지 못함을 슬퍼하는 그의 글에서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남겨질 가족들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여러 편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강하게만 느껴지는 탐험가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아들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가 걱정했던 사람들이 보살핌을 잘 받았으리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영하 4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홀로 남아있었을 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오랫동안 시달려 움직일 힘도 없었겠지요. 동상 때문에 감각이 없는 몸은 꽁꽁 얼어붙었을 것 같습니다. 자는 듯 숨을 거둔 동료들 사이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고독하고 외롭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그리운 이들이 생각났을 겁니다. 너무나 괴로워 마지막 수단인 약물을 사용할 법도 한데 그는 자연사를 택했습니다. 의연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기록을 하고 편지를 쓴 그가 새삼 위대해 보입니다.

 

스콧은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시했던 것 같습니다. 자연사를 택한 일이나 부상당한 동료를 결코 버리지 않고 끝까지 데려가려 노력하는 모습에서도 이런 점을 볼 수 있지요. 부상자를 버렸다면 귀환 일정이 단축되어 살 수 있을 확률이 높았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서히 죽어가면서도 그는 탐험 중에 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극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훌륭한 탐험가였던 로버트 스콧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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