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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하지요. 자기 자신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그 마음을 다른 사람이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속마음을 모두 내보이면서 살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만 공개하며 그 중 일부는 소수에게만 살짝 터놓지요.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친한 사람을 만날 때는 이를 망각합니다. 아니,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네요.
<속임수>의 주인공, 케이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오면서 언젠가 겪었던 '배신'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상이 가족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상상 외의 고통을 느껴야할지도 모르니까요. 케이트는 아버지, 리처드가 살해당한 뒤 '완벽했던' 그의 과거를 알아가면서 전혀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상하게 보살피던 사람, 평판이 좋은 훌륭한 수사관, 딸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였던 리처드에게 숨기고픈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 비밀로 인해 여러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게 되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지요. 희생자 중에는 리처드도 포함되니 참,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건가 봅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그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이 이럴 사람은 아닌데.'. '뭔가 착오가 있을 거야. 그 사람을 만나 얘기해 봐야지.'하는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가면 비로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지요. 원망을 하다가 자신이 잘못한 게 있었는지 되짚어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내가 잘못 행동해서, 내가 멍청해서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속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케이트는 여러 가지 단서를 따라가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살인자를 잡게 됩니다. 그러나 리처드의 잘못된 선택이 한 가족을 비극으로 내몰았던 사실은 바꿀 수가 없지요. <속임수>는 결국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리처드가 내린 선택을 보여주며 누구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보며 법과 윤리를 모두 제치고 자신의 상황을 우선시한 대가로 가장 중요한 것을 치러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문제는 그 대가를 치러야할 사람이 본인으로 한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종적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선택을 내리기가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선택, 그에 따른 배신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무한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이런 요소가 흥미롭게 조화된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 있습니까? 서로 숨기는 게 없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혹시라도 하고 있다면 그 환상에서 살짝 빠져나오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