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리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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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에 매료된 사람이다. 책 제목에 파리라는 단어만 들어가 있어도 눈길이 한참을 머물러 있고, 그 책을 기어코 보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이다. 파리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 내게 있어 파리는 환상 그 자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을 쓴 경험이 있다. 작가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두 책에서 모두 자신의 전공학을 잘 접목하고 있는 듯 하다.

 

파리에서 일주일이란 단어를 듣고 사진 이미지가 잔뜩 들어가 있고, 파리의 유명한 곳곳의 풍경을 담은 책이라고 기대했다면 조금은 의아해 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히 파리의 관광명소를 사진으로 담아 이야기를 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방법이나 주변의 먹거리를 소개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여행서의 이미지라기 보다는 파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파리의 에펠탑을 보고 감탄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파리 여행을 만끽했다면 저자는 파리를 관광객의 눈이 아닌 그곳에서 진짜 파리의 삶을 살고 있는 파리지앵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파리의 화려함만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낭만과 화려함이라고 생각하는 그 속의 진짜 문화를 담고 잇는 것이다. 파리의 곳곳을 현지인들처럼 일주일간 누비고 다니면서 파리지앵들의 실제적인 모습과 문화 생각들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파리의 유명 관광지가 사진으로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파리지앵들이 걸어다니는 앉아서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는 그런 곳들이 제법 담겨져 있다. 이 점만 보더라도 저자가 단순히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파리와 파리지앵들의 모습을 담지 않겠다는 그런 의지가 돋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화려한 파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파리지앵들의 이야기는 담겨져 있는 책이 바로 <작은파리에서 일주일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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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쉘 실버스타인 지음 / 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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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희생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서 어릴적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할 또는 읽게 해야할 고전 중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작품의 작가가 남긴 유고작이 바로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 왜 제목이 저럴까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리 밝혀 두자면 첫 장에 시작하는 글의 제목이 바로 책의 제목과 동일하고 그림도 같다.

 

핫도그를 주문하면서 "모두 넣어 주세요" 했더니 정말 세상 모든 것들을 담아 줬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양념을 다 넣어 달라고 한 건데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총 145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핏보면 말장난 같기도 한 언어적 유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작가의 재치있고 위트 넘치는 글솜씨를 자랑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로 넘기기엔 좀더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되새김질도 해 볼 수 있는 책같다.

 

무엇보다 그림이 상당히 익숙하다. 솔직히 셸 실버스타인의 작품에 대한 경험은 앞서도 말했듯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전무하다. 그럼에도 그림을 보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본 저자 특유의 날려 그린 듯한 질감을 느낄 수가 있끼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짧은 콩트 같기도 유머 같기도 한 그런 재미난 여러가지의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역자는 이것을 시라고 적어 두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돌아가 되읽어 보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건데, 글을 읽다보면 왠지 작가 자신의 경험담 같기도 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우리들에게 이럴 땐 이렇게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있었던 일을 쓴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각각의 제목에 대해 비교적 짧은 글이 간략한 그림과 함께 잘 버무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렵고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총천연색의 색감을 사용하지 않은 그저 연필로 쓰윽 그린 것 같은 그림인데도 글을 대변하고 그림을 표현하는 두가지의 어울림이 좋다.

 

뭔가 고집스러워 보이는 작가의 사진을 보면 이 글을,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 모습이 상상이 된다. 평범해 보이는 시작에서 왠지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는 글에서 뻔히 예상되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마치 장난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유머 속에 지혜와 철학이 잘 녹아 있는 것 같다. 표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는 참 재밌고도 묘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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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 이야기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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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이야기는 비르질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나야, 클라라. 미안해. 하지만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 그만 헤어져, 비르질. 당신을 떠나기로 했어.”

 

이순간부터 비르질은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클라라라는 여성을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리곤 자신의 뇌가 문제가 생겨서 분명히 사귀었던 여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뇌 촬영을 하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게 되고, 그 상이 분명 자신은 뇌문제로 죽을 것이라 믿게 된 비르질은 전기회사에 연락해 계약을 해지하고, 집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신변정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그는 지극히 정상으로 판별된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라 말인가... 그때부터 비르질은 클라라의 존재와 기억에 대해서 끊임없이 상기시켜 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자 해결이기도 한 클라라를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다.

 

서커스단원이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여자와 인간관계, 나아가 인생에 대해서도 뭔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범주안에서만 머무는 듯 보였던 비르질은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고자 한 것이다.

 

"귀찮은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어. 그 결과는 아주 엉망이지. 그러니 한 번 정도는 위험을 감수해봐도 되지 않겠어?"

 

자신의 기억속에 없는 클라라를 다시 찾겠다는 비르질의 다짐이다. 그런 비르질의 곁에서 아르멜은 정신적 조언자로 그의 새로운 삶을 응원한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승진기회조차도 삶의 변화를 꺼려해서 거부했던 비르질이 새로운 삶으로 당당하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다. 모드의 파티에서 맨 처음 클라라를 만나서 대화를 했음을 기억한 비르질은 모드를 통해서 비르질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의 추적해 간다. 그리고 그 추적의 끝에서 모드의 남자친구이자 클라라의 오빠인 캉탱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넨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기대하며 말이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마치 처음인 것처럼, 한 번도 사귀어보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이책에선 끝까지 클라라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비르질과의 만남을 아껴둔 것처럼. 솔직히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도 못하겠다. 바로 이런점이 비르질에겐 이전까지 만났던 여성들과 클라라의 차이점일테고, 자신의 상상으로 그려낼 수 없다는 매력에 비르질이 더욱 그녀를 만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어떤 결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 특별한 사랑을 기대한 나로서는 솔직히 허무한 결말이기도 한 책이다. 비르질이 낯선 클라라에게 느끼는 그 감정이 "아마도 사랑"이 아닌가 싶기에, 그런 비르질의 이야기가 바로 "아마도 사랑 이야기"라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확실한 결말을 원했고, 비르질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클라라는 왜 자동응답기에 그런 메시지를 남겼는지 모르겠다. 비르질과 클라라의 친구들도 그들의 관계를 목격하지 못했고, 비르질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그 관계가 과연 존재하기나 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그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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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in 택시 - 인생에 잠시 쉬어갈 갓길이 필요할 때
브라이언 헤이콕 지음, 김수진 옮김 / 리더스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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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입문하는 계기는 실로 다양하다. 흔히 말하는 모태 신앙으로 인해서 자연스레 당연한 것처럼 시작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의 권유로 입문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인생의 고난이 찾아 왔을때 자신을 그 절망의 바닥에서 끌어 올리기위해서 입문하는 경우이다.

 

저자는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을 하고, 힘든 상황에서 불교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불교의 교리와 명상 등을 통해서 선을 실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자신의 모습과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살다보면 정말 욱하고 치밀어 오를때가 너무 많다. 내 잘못이 아닌 것 같아서 그 분노를 누군가에게 풀어야 할 것 같을 때도 많을 것이다. 때로는 저자의 경험에 대해서 비웃거나 저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경험한 바가 다르고, 알고 있는 것이 다르기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깎아 내리거나 무시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날때도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사람들이 할 일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한다는 택시운전사가 되어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운전을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서 자신만의 선의지로 표현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불교와 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느끼고, 실제 생활에 응용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조절하기 힘든 상황이 올 때조차도 실천한다는 점에선 이미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것이 아닌가 싶다.

 

살다보면 너무 힘들고, 지칠때가 있다. 개인마다의 차이가 있고 그 강도에서도 차이를 보이겠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 분명히 찾아 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 저자처럼 불교를 통해서든지 자신만의 방어기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듯 하여 솔직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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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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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동급생을 또는 후배를 괴롭히고 상처입히는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마치 게임하듯이 저지르는 요즘의 아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그런 한편으로 아이들을 제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키울까 하는 웃지 못할 고민까지도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시골은 좀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최근의 경기 불황으로 배우자의 직업 중 가장 선호받는 직업이 공무원과 교사이다. 그중에서 예전에는 천직으로 알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다는 개념으로 존재하던 교사라는 직업이 어느덧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직업 개념으로 자리바꿈하면서 그 옛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요즘 선생님들은 그림자는 커녕 멱살까지 잡히고 심지어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폭력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개탄스러운 일들의 안타까움을 이제와서 호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선생님은 잡무가 많아 아이들의 인성은 훈육할 여유가 없다 그러고,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을 우리 때처럼 존경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들이 이제는 일상 다반사가 되어버린 요즘에 탁동철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처음 부임했을때의 김봉두가 아니라 극 후반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낳아서 학교에 보내주셨기 때문에 본인이 선생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밥을 살 사람은 탁샘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 한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탁샘의 모든 것을 생각케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탁샘의 그런 마음가짐이 흐려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청정무구한 산골 아이들의 순수함이 큰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비해 학생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명의 선생님이 돌보기엔 한반의 아이들 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고, 가지적인 성적을 보여야 하고, 학교엔 마치 의무적인 출석을 위해서,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전단계로 여기는 현실에서는 탁샘과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꿈같은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이 이야기가 재밌고, 가슴 훈훈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우리 모두가 그래도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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