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와 치히로 - 시바 개와 아비시니안 고양이의 한집 생활
배지환 지음 / 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최강 귀요미들이 떴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하루종일 이녀석 둘만 보고 있자면. 시바견 '하쿠'와 아비시니안 '치히로'는 어릴적부터 주욱~ 함께 커온 가족. 집사이자 견주인 아빠는 '무심한 개와 다감한 고양이가 같이 삽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애교만땅의 표정들이 즐비한 하쿠는 무심한 개가 아니었고 시크한듯 찍힌 치히로는 다감하기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사진으로는 다 알 수 없다는 말. 온리 사람 식구인 아빠가 털어놓는 그들의 일상은 <하쿠와 치히로>를 꼼꼼하게 읽어야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시바견과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이웃도 있고 아비시니안 고양이들을 반려하고 있는 집사도 있다. 하지만 모든 강아지, 고양이의 성격이 다 다르므로 그들의 일상이 동일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동물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머금으며 공감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나 역시 고딩때부터 베프였던 친구가 애지중지하며 개를 키우고 있었지만 지금의 이 마음을 짐작하지 못했다. 입맛이 까다로워 꼭 먹는 사료만 먹는다며 녀석의 사료를 사러갈 때마다 동행하곤 했으면서도 어떤 강아지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본 일이 없다. 무심한 건 아니었는데도 잘 몰랐다. 지금이라면 귀찮을만큼 꼬치꼬치 캐 물으면서 녀석을 위한 간식이나 선물도 준비했을텐데......!

그때와 다른 마음이라 <하쿠와 치히로> 가족소개편을 넘기는 순간 "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눈도 못뜬 꼬물이 고양이가 우렁차게 울어대는 사진을 보고. 내 생애 첫 반려묘인 꽁이가 아기 고양이들을 낳는 순간, 아기 호랑이(고양이 이름)를 들고 저렇게 찍은 사진이 있다. 똑같은 포즈, 똑같은 표정.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치히로를 모르지만 내 고양이와의 추억이 오버랩되어 한껏 업된 기분. 이전 상황이 어땠는지 드러나있진 않지만 어미와 형제들이 떠난 후에도 치히로는 곁에 남았다.

 

 

 

 

한여름에 태어난 하쿠는 그 다음, 가족으로 입성했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보통 둘째로는 고양이를 고려하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치히로의 아빠는 퉁실퉁실한 시바견을 식구로 맞았다. 그의 표현처럼 큰 결심을 하고. 1~2년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야하는 소중한 가족이므로 신중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처음에는 덩치가 치히로 만했던 하쿠는 성큼성큼 자라났다. 고양이 방석에 좁게 끼여잠든 모습만보면 더 안자랄 것 같은 녀석들이 성묘, 성견이 되었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고관절 수술을 하고....사이가 좋은 듯 아닌듯 냥펀치를 맞고 함께 저지레를 하면서 귀여운 악동들이 자라났다. 페이지가 앞에서 뒤로 이동했을 뿐인데, 시간이 흘러버렸다.

 

25개월 차 하쿠, 28개월 차 치히로는 마지막장에 사이좋게 쇼파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찍혔다. 아빠만 빼고. 아마 이 사진도 사진작가인 아빠가 예쁘게 찍어준 것이리라. 렌즈너머 둘을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너무나 따뜻해서 훈훈하게 읽힌 <하쿠와 치히로>. 그 옛날 너무나 좋아해서  극장에서 7번이나 봤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이름을 따 온 것이 맞겠지? 하쿠랑 치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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